• “안철수는 깡통”이라는

    저항시인 김지하의 미학(美學)

    “안철수 뛰어나다“ 칭찬했던 김지하의 놀라운 반전(反轉)


    오 윤 환 / 뉴데일리 논설위원


    “내 머리는 너를 잊은지 오래.
    내 발길도 너를 잊은지 너무도 오래.
    오직 한가닥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시인 김지하가 쓴 ‘타는 목마름’이라는 시다. 김지하의 시에 가수 김광석이 멜로디를 붙여서 부른 노래가 오히려 더 유명하다. ‘타는 목마름’에는 유신 독재에 항거하다 숱한 옥살이를 한 김지하의 영혼, 저항정신이 깃들어 있다.

  • 김지하(1941~)는 시인이며, 사상가, 미학자, 사회운동가다.
    특히 美學은 그의 활동 전체를 관통하는 본질이다.

    그의 본명은 김영일(金英一), ‘토지’의 작가 박경리의 사위이기도 하다.
    목포에서 태어나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했다. 1964년 한일정상회담 반대 시위로 구속됐고, 1970년 부패 정권을 비판한 〈오적(五賊)〉이라는 시를 써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100일 동안 옥살이를 했다.

    김지하 ‘오적’은 이런 절절한 메타포로 요약된다.

    “서울이라 장안 한복판에 다섯 도둑이 모여 살았겄다.
    남녘은 똥덩어리 둥둥 구정물 한강가에 동빙고동 우뚝
    북녘은 털빠진 닭똥구멍 민둥 벗은 산 만장아래 성북동 수유동 뾰쬭
    남북간에 오종종종 판잣집 다닥다닥 게딱지 다닥 코딱지 다닥
    그위에 불쑥 장충동 약수동 솟을대문 제멋대로 와장창
    저 솟고 싶은 대로 솟구쳐 올라 삐까번쩍 으리으리 꽃궁궐에
    밤낮으로 풍악이 질펀 떡치는 소리 쿵떡
    예가 바로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이라 이름하는,
    간뗑이 부어 남산하고 목질기기가 동탁배꼽 같은
    천하흉포 오적(五賊)의 소굴이렷다”


    독재정권의 재벌, 국회의원, 장성, 고급공무원, 장차관을 ‘오적’으로 지목하고 신랄하게 비난, 요절을 낸 것이다.

    김지하는 1974년에는 민청학련사건에 연루되어 7월 9일 결심 공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감형받았다가 석방되었다.

    김 시인의 경력을 보면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유신정권, 나아가 박 전 대통령의 딸인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와는 ‘상극‘(相剋)이어야 마땅하다. 자신에게 ’사형‘을 선고했던 정권에 대한 분노와 복수심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해야 옳다.

    그러나 이런 김 시인이 박 전 대통령과 박 후보에 대해 놀라운 발언을 했다.

    김 시인은 <JTBC>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용서한 적 없어요. 다만 지금은 욕은 안 해. 박 대통령도 이 민족 밥 먹게 하려고 애쓰고, 산에 푸른 나무 들어서게 하려고 애썼다고 할 뿐이지...”


    자신을 감옥에 가두고 사형선고까지 내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포한(抱恨)을 훌훌 털고 놀랍도록 냉정하다.
    박 전 대통령과 아무런 인연도 없는 대선후보들, 정치인들이 박 전대통령을 물어 뜯고 짓밟는 것과 비교하면 ‘초월적’ 성찰이다.

    뿐만 아니라 김 시인의 박근혜 후보에 대한 접근은 훈훈한 온기가 감돈다.

    그는 “무엇보다 이 시절이 여성의 시대야. 여성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라고 ‘여성리더십’을 강조했다. 이런 덕담도 했다.

    "이 시기 민족과 세대, 남녀 세대가 여성 대통령 박근혜의 노력에 지지를 보내기 시작했다고 본다. 아버지 놓아 버리고, 엄마 육영수를 따라서 너그러운 여성 정치가의 길을 가겠다는 것에 믿음이 간다."

    이런 그의 덕담은 박 후보를 향해 ‘유신공주’ 운운하며 악을 쓰는 정치권을 향한 질타로 들린다.
    김지하의 그 미학(美學)이 그 정수(精隨) 한자락을 펼쳐 보인 것이다.

  • 김 시인의 <JTBC> 인터뷰가 더 주목을 끈 것은 그의 안철수 호보에 대한 평가 때문이다,
    안 후보에 대해 “자질이 뛰어나다”고 극찬했던 김 시인은 안 후보를 “깡통”이라고 묵사발을 놨다.

    “처음엔 뭐 있는 줄 알았다. 정작 후보가 돼서 하는 걸 보니 깡통이야!"

    김 시인의 단호한 평가절하는 계속됐다. 이렇게 일갈했다.

    "기대에 못 미친다 이 말씀. 아직 어린애야~“

    안 후보에게 ‘사망선고’를 내린 것이나 진배 없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안 후보, 새누리당 박 후보와 호각지세를 이루는 안 후보, 지지율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따돌리고 있는 안 후보를 ”깡통“이라고 한 김 시인의 뱃장이 놀라울 뿐이다.

    김 시인이 안 후보를 향해 ”아직 어린애“라고 깔아뭉갠지 며칠 뒤 안 후보는 문 후보와의 후보단일화에 합의했다. ”건너온 다리를 불살랐다“던 안 후보가 ‘완주’를 사실상 반쯤 포기한 것이다.

    네이버 국어사전은 ‘깡통’을 「아는 것이 없이 머리가 텅 빈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했다.
    그 예로 “그는 읽은 책이라곤 만화책밖에 없는 깡통이다”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