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자유주의 전도사, 이헌재 등장...친노종북 패닉

    BW 저가 발행 당시 금감위원장, 안철수의 은인

     

    변희재  /미디어워치 발행인 /뉴데일리 논설실장

  • 안철수 후보의 대선 출마 기자회견장,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줄곧 친노종북형 경제정책을 흘려왔던 안철수 후보를 감안한다면 충격적인 일이었다. 이헌재 전 총리야말로 신자유주의식 개방 경제의 전도사이자, 재무부 모피아 조직의 수장이기 때문이다. 이헌재 전 부총리의 모습이 드러나자 친노종북 세력은 크게 당황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조금만 안철수 후보의 과거행적을 검토해봤다면 이헌재 전 부총리의 등장은 충분히 예상할 만한 일이었다. 오직 권력의 탐욕에 사로잡혀 문재인-안철수 단일화에만 목매고 있기 때문에 이 당연한 현실이 안보였을 뿐이다.

    이헌재씨는 1944년 중국 상해에서 출생, 귀국하여 경기고-서울법대를 졸업했다. 1968년 행정고시에 합격, 재무부 근무를 시작했다. 전북 고창이 지역구인 국회의원 진의종씨의 딸과 결혼했다. 진의종씨는 일제시대 고등문관시험에 합격 일제 관리생활을 한 경력으로 친일인명사전에도 오른 인물로서, 박정희 정권에서 공화당 국회의원, 전두환 정권에서 민정당 대표와 국무총리까지 오른 이른바 산업화-군부 세력의 핵심 인물이다.

    반면 이헌재씨는 1979년 율산그룹의 부도사건과 연루되어 재무부에서 불명예 퇴직했다. 그가 초대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으로 공직에 복귀한 것이 김대중 정부 때인 1998년이니 무려 20년간 민간사회에서 일을 해온 셈이다. 그 기간 동안 대우그룹에서도 고위 간부로 일하는 등 민간기업 경력을 갖추며, 재테크 실력을 과시, 공직자 재산신고 당시 그의 재산은 70억대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동산 재산을 공시지가로만 신고했기에, 그의 재산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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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헌재, “모든 FTA는 다 체결해야. 미국도 예외 아니다” FTA 전도사

     

    그가 초대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으로 부임했을 때는 IMF 위기로 금융구조조정이 가장 큰 이슈였다. 그는 수많은 은행과 제2금융권의 문을 닫도록 했고, 이로 인해 삼미, 진로 등 대기업들도 쓰러지게 되었다.

    이 때문에 이헌재씨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달린다.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IMF 위기를 조기에 탈출한 공신이라는 평가도 있으나, 너무 무모하게 개혁의 칼을 휘두르다 대우그룹과 같은 중장기적 가치가 있는 기업마저 문을 닫게 하여 국가 성장동력을 실종시켰다는 비판도 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는 모두 제도권 경제계, 즉 보수우파에서 나오는 것이다. 친노종북 진영에서의 그에 대한 평가는 신자유주의 전도사이자 재무부 모피아의 수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두 번째 경제부총리로 재임하면서 그는 “모든 FTA는 다 체결해야 한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는 입장을 밝히며 한미FTA의 초석을 닦았다.

    이 때문에 그는 노무현 정권의 친노종북 386 세력과 날선 대립각을 세우게 되었다. 이헌재씨는 당시 한 강연회에서 “경제 발전의 주역을 맡아야 할 386세대가 80년대 초 대학 시절에 정치적 암흑기를 거치면서 경제 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고 발언, 청와대 내의 친노종북 세력으로부터 집중 비판을 받았다.

     

    김근태, 이헌재와 잦은 정책 충돌, 친노세력은 이헌재 손들어줘

     

    실제로 정책적으로도 친노종북세력과 여러 차례 충돌했다. 대표적인 사안이 분양원가 공개 문제. 고인이 된 당시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계급장 떼고 논쟁해보자”고 공개적으로 비판할 정도로 이헌재 전 부총리는 여러차례 이에 대한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결국 노무현 대통령 역시 이헌재씨 등 경제관료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김근태 전 장관만 우습게 되고 말았다.

    이헌재씨는 국민연금을 증시 부양책으로 활용하는데 적극적이어서 역시 김근태 전 장관과 충돌한다. 김 전 장관은 2004년 11월 19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을 한국형 뉴딜 정책이나 주식에 투자하는 운용 방안에 대해 '경제부처가 너무 앞서 나가는 것 같다'며 정부여당의 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에 당시 이해찬 전 총리가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김근태, 이헌재 두 국무위원이 모두 불참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김근태 전 장관은 훗날 폴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국민연금을 재경부 이런 쪽에서 갖다가 마음대로 썼어요. 제가 이헌재 경제부총리하고 김병준 전 정책실장한테 경제부처 장관이 국민연금을 마음대로 갖다가 BTL 사업에 쓰겠다, 이렇게 발언하는 건 묵과하지 않겠다고 경고를 했어요. 그건 국민들이 자기들의 노후를 위해서 연금을 낸 건데 정부는 그것을 지킬 책임이 있다, 안전성, 수익성을 지킬 책임이 있는데 경제부처 장관들은 그걸 이자도 제대로 안 준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건 용납하지 않겠다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BTL 사업에 쓰겠다고 해서 그래서 국민연금은 하늘이 무너져도 지키겠다, 이렇게 얘기했죠. 그때 노무현 대통령이 남미를 여행할 때였어요. 이건 경제부처 장관과의 싸움이었는데 경제부처 장관들이 그때 청와대 보고라인을 에워싸고 있었어요. ‘김근태가 BTL을 반대한다’ 이렇게 말하면서 왜곡해서 보고했고, 왜곡된 보고를 받은 노무현 대통령이 분개했죠. 그래서 사실 그때 정면으로 붙을까 생각을 하다가 그러면 참여정부가 무너진다 생각해서 제가 유감이다 표명하고 뒤로 물러났어요.“


    즉 단지 이헌재 한명과의 충돌이 아니라 경제부처 관료 전체와의 싸움이었다는 것이다. 한미FTA 결사 반대론자인 정태인 등의 주장은 노무현 정권 내의 재무부 기득권 세력과의 전면전 성격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당시 친노세력은 오히려 이헌재씨를 감싸고 김근태 전 장관을 공격했다. 강경한 친노성향 배우 명계남씨는 '김근태 장관님의 글은 해야 할 말을 하고도 명분을 살리지 못해 대권을 겨냥한 '튀어보기'정도로 보이고, 나아가 손발 안맞는 참여정부를 욕하는 <조선일보>에게는 더 없이 좋은 개뼉다귀가 되어 버렸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또한 김병준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의 경우 이헌재 당시 부총리팀과 손발이 잘 맞았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김병준 당시 실장은 한미FTA 등 개방경제의 찬성론자다.

     

    1999년 안철수 BW 저가 발행 당시 이헌재는 주무감독 기관인 금감위원장

     

    이런 이헌재씨와 안철수 후보는 언제 처음 만났을까? 1998년 김대중 정부 시절의 금감위원장과 2000년 재경부 장관을 하며, 민관 합동 회의에서 처음 조우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IMF 위기 조기 탈출을 위해 벤처기업 육성에 총력을 기울일 때였다. 정통 관료와 달리 민간기업 경력을 갖고 있던 이헌재씨는 벤처육성의 적임자였다. 노무현 정부 때 경제부총리로 역임할 때에도 안철수 후보와 공식 회의를 함께 한 것으로 기록되어있기도 하다.

    안철수 후보 검증의 최대 논란이 될 1999년의 BW 저가 발행과 관련, 문제는 이헌재씨가 당시 주무기관인 금감위원장이었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집요하게 파헤치는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은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수없이 이렇게 지적했다.

    “조작된 이사회 회의록 등 저렇게 허술한 서류를 어떻게 금감원이 그냥 통과시켜주었는지 이해가 안된다.”

    이 문제가 대선에서 이슈가 되면 이헌재씨도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헌재씨와 안철수 후보가 최근 공식석상에서 만난 것은 지난 6월 29일 이헌재씨의 출판기념회였다. 안철수씨는 이례적으로 출판기념회에 참석하여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때 함께 참석했던 정치인들은 안철수 캠프의 선대본부장직을 맡은 박선숙, 정운찬 전 총리이다.

    이헌재씨는 지난 해부터 민주통합당 박영선 김현미 의원 박선숙 전 의원 이재웅 다음 사장 등과 함께 경제 관련 스터디 모임을 진행해왔다. 안철수 후보는 이때 경제 위기를 관리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깊게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대한민국은 대외의존도가 너무 커 FTA 필요없어“...환호했던 친노종북

     

    그러나 정작 <안철수 생각>에 나온 경제 관련 내용과 이헌재씨의 경제철학과는 너무 큰 차이가 나 정치적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FTA 관련하여 “대한민국은 대외의존도가 너무 크기 때문에 FTA를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 친노종북 세력이 환호하기까지 했다.

    반면 이헌재씨는 "모든 FTA를 다해야한다"는 FTA 전도사이다.

    어떻게 경제 멘토와 제자의 경제관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일까?

    대표적인 반기업론자인 한성대학교 김상조 교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이헌재식(式) '관치' 경제는 원칙을 위배한 것이고, 심지어는 법을 위반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이런 과거를 가지고 결코 정상적이고 선진적인 경제질서를 만들어낼 수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특히 이헌재씨의 경우 외환은행 론스타 헐값매각의 주범으로 찍혀 친노종북세력의 공격 타겟이 된 인물이다. 이에 안철수 측에서는 ”여러 인사들 중 한명“이라 해명하고 있으나, 과연 안철수 진영의 경제 멘토 중 이헌재의 영향력을 넘어설 만한 인물이 있는지 회의적이다. 금융위원장, 재경부 장관, 경제부총리를 역임한 모피아 수장급 인물과 누가 경제 토론이나 제대로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특히 조그만 벤처기업 사장 시절 이헌재씨의 도움을 직간접적으로 받았을 안철수 후보는 더욱 그렇다.

    안 후보는 출마 기자회견에서 친노종북 세력이 기대하는 것과 전혀 다른 경제관을 보여준 바 있다. 안 후보는 새누리당의 '경제 민주화' 공약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새누리당은 시장개혁에 초점이 맞춰졌고 민주당은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바꿀 수 있는 것부터 바꿔나가야 하고 어떤 부분은 더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경제민주화나 복지도 성장동력을 가진 상태에서만 가능한데 한 쪽 편에서 일자리가 창출되면 동시에 그 재원이 복지 쪽으로 가고 다시 복지가 사람들의 창의성을 불어넣어주면서 혁신경제로 이전되는 선순환경제가 정답"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근혜 캠프의 김종인 국민행복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날을 세웠다.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안은 아직 나오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단정적으로 얘기하느냐. '경제민주화가 성장동력과 상충되는 것처럼 설명하는데 경제민주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이다.'

    경제정책에 있어서는 오히려 박근혜 캠프가 왼쪽에 있고, 안철수 캠프가 오른쪽에 있는 형국이다.

     

    안철수 캠프에 이헌재 인맥과 정운찬 참여하게 되면, 메가톤급 이슈

     

    언론에서는 얼마나 더 많은 이헌재 인맥이 안철수 캠프에 추가로 가담하느냐에 관심을 모아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정운찬 전 총리이다. 정운찬 전 총리는 평소부터 “이헌재씨를 좋아한다”는 발언을 자주 했고, 이헌재씨 출판기념회에도 참석했다. 또한 정 전 총리는 “서울대 후배들로부터 안철수 후보를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은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만약 정운찬 전 총리가 안철수 캠프에 참여한다면, 이헌재씨와는 또 다른 의미에서 메가톤급 사안이다.

    바로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이 주장하는 '안철수와 MB정부의 유착설'이다.

    이렇듯 이헌재씨의 등장은 기존의 친노종북 세력들의 희망과는 전혀 다른 맥락으로 정치판을 뒤흔들고 있다. 최소한 경제정책에서 안철수 세력이 박근혜보다 더 오른쪽으로 이동해올 경우 정국은 종잡을 수 없는 안개속으로 빠져든다.

    실제로 이헌재, 강봉균, 강경식 등 전직 재경부 장관들은 9월 21일 복지파퓰리즘에 맞서 <건전재정포럼>을 발족시켰다. 이는 복지팔이 장사를 해온 민주통합당은 물론 이에 영합해온 박근혜 캠프에서도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특히 강봉균씨는 김대중 정부에서 경제수석으로 이헌재씨와 함께 일했으며 최근까지도 민주당 정치인이었다. 당 내에서 복지 파퓰리즘과 맞서 싸우다 공천에서 탈락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상징성도 갖고 있다. 강봉균씨와 민주당 시절에서부터 친노종북과 대별되는 중도적 경제정책을 함께 해온 김효석 전 의원도 안철수 후보와 깊이 관련되어있다. 민주통합당 내 친노종북의 숙청 대상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도 <건전재정포럼> 멤버이다.

     

    안철수 배후는 이헌재 모피아 사단 + V소사이어티 기업세력 + 정운찬 등 MB세력

     

    안철수 후보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것은 비단 그의 정치적 행보 뿐이 아니다. 대선후보로서의 경제정책조차 좌우를 넘나들고 있다.

    그러나 이헌재의 등장으로 조금씩 조금씩 그의 진짜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 벤처를 지원한 이헌재 모피아 사단, 그와 함께 사업을 해온 V소사이어티의 대기업과 벤처기업 멤버들, 아직 수면에 등장하지 않았으나, MB 정부에서 그를 중용해온 곽승준 미래기획위장과 정운찬 전 총리, 최소한 친노종북 세력이 꿈꾸는 것과는 전혀 다른 실체인 것이다.
    [미디어워치, 2012.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