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영 전 의원, 중국대사관에 성명서..집회에 주민들 불만-교회도 전기 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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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집회’가 8월 31일로 200일을 맞았다.

    집회가 열리고 있는 곳은 서울 종로구 효자동 주한 중국대사관 맞은편 옥인교회 앞이다. 이곳은 ‘자생초 마당’이란 이름이 붙었다. ‘‘자생초’란 ‘자유 생명 진실을 위한 지킴이 촛불’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이날 오후 4시,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은 200일을 기념해 퍼포먼스를 펼쳤다. 교회 앞에 전기구이 통닭 트럭을 주차해 '통닭'을 판매하는 퍼포먼스였다.

    최근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 씨가 중국에서 구금당했을 때 전기고문 등 인권유린을 당했다고 공개한 바 있어 이를 규탄하고 사과를 촉구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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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회에 참석한 박선영 전 자유선진당 의원의 말이다.

    "유교를 발전시키고, 예를 중시해 온 중국이 탈북자와 북한인권운동가에 고문을 가한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이곳에서 집회가 이어지는 이유는 중국을 적으로 만드려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친구로 거듭나기 위한 것이다."

  • 매일 이곳을 찾아 집회를 이어온 박일남 씨는 통닭들을 상자에 담아 중국대사관 측에 전달하려고 했다. 하지만 경찰관계자는 이를 제지했다. 중국대사관 측이 이를 받길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해왔기 때문이다.

    통닭 상자를 전하지 못한 박일남 씨는 경찰들에 거칠게 항의를 하기도 했다. 도로에 주저앉은 것이다. 곧 경찰들은 박 씨를 끌어냈고, 이 모습을 본 시민운동가 강재천 씨도 경찰에게 거칠게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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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국 박선영 전 의원만 ‘성명서’를 중국대사관 측에 전달할 수 있었다. 다음은 성명서 내용이다.

    “중국 정부는 지속적인 탈북자 강제북송 반대운동의 압력으로 일부 탈북자들을 한국으로 송환하고 불법 감금한 김영환 등 북한인권운동가들을 석방하였으나 이는 핵심을 외면하고 중국 정부의 반인권행위에 분노하는 세계 여론의 악화를 방지하고자 하는 미봉책일 뿐이다. 모든 탈북자에 대한 반인권적 강제북송만행을 즉각 중지해야 한다."

    장신썬 주한 중국 대사와 개인적 친분도 있는 박선영 전 의원은 “장신썬 대사와 공적인 자리에서 만난 적도 있지만 북송문제나 북한인권에 대해서는 얘기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아쉬워했다.

    박일남 씨는 끝내 옥인교회 앞에서 중국대사관을 향해 통닭 상자를 들어보이는 퍼포먼스로 대신했다.

  • 이날 오후 7시부터는 200일 동안의 탈북자강제북송 농성에 대한 경과 설명과 함께 농성장에서 있었던 일들을 슬라이드로 시청했다. 준비된 ‘전기고문 통닭’을 시식하면서다.

  • ◆ 이 집회는 지난 2월 14일부터 시작됐다. 올 초 중국에서 34명의 탈북자들이 중국 공안에 잡혀 강제북송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다.

    높은 관심을 받기 시작한 계기는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전 자유선진당 의원)의 단식 농성이었다. 지나다니는 시민들은 그를 응원했고 시민·종교 단체들의 집회도 이어졌다. 국내 언론 뿐만이 아니라 해외 언론도 이곳을 보도하기도 했다.

    이후 유력 정치인들을 비롯해 영화배우 차인표 씨,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팝 그룹인 보니엠 등 유명인사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았다.

    ◆ 집회가 열리는 곳에 위치한 옥인교회는 '옥인 니콜라이 교회'라고도 불린다. 구 동독 지역의 라이프치히에 있는 '성 니콜라이 교회'를 본따 만든 이름이다. 독일 통일을 위한 기도운동의 첫 출발점이 된 이곳처럼 남북 통일은 옥인교회가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뜻이다.

    '옥인교회 앞'은 탈북자와 북한인권운동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모이는 '역사적 장소'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지난 5월 북한이 ‘통영의딸’ 신숙자 씨가 간염으로 사망했다는 공식 답변이 공개되자 신씨의 남편인 오길남 씨는 이곳을 찾았다. 이전에도 오길남 씨는 종종 이곳을 찾아 탈북자들과 아픔을 공유한 바 있다.

    임수경 민주통합당 의원이 탈북자를 '변절자'라 칭하며 막말을 퍼부었을때도 탈북자들은 이곳에서 임수경 의원의 사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 씨가 중국에 체포됐을 때 '김영환 석방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도, 김영환 씨에 가해진 전기고문 등 인권유린을 사과하라는 규탄대회도 이곳에서 열렸다.

    ◆ 옥인교회는 집회가 있은 후로부터 많은 불편을 겪었다. 그런데도 그동안 묵묵히 집회를 도왔다. 주차장으로도 쓰였던 교회 앞 공간을 아예 집회 참가자들을 위해 내놓았다. 전기도 공급해줬다.

    하지만 옥인교회에 있는 유치원에 아이들을 보내는 학부모들은 계속되는 집회가 걱정이다. 근처에 사는 시민들도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집회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이런 반응들을 보이고 있다.

    한 주민은 "여름 내내 날씨가 더워도 문을 열어놓고 낮잠을 잘 수가 없다. 그래서 집회 참가자들한테 조금만 조용히 시위를 할 수 없겠느냐고 부탁을 했지만 온갖 욕을 들어먹었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은 "온갖 불편을 감수하면서 지냈지만 최근에는 과하단 생각이 든다. 집회로 인해 이곳을 지나다니기도 힘들다"고 했다.

    주민들의 반응이 점차 냉담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말을 직접 전한 주민들만 수십명이 넘는다.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던 한 학생도 "용기내서 혼자 이곳을 찾았는데 정치적인 곳으로 보여 다신 오고 싶지 않다"고 했다.

    급기야 200일을 맞은 이날, 옥인교회 측은 집회 현장에 제공하던 전기 공급을 끊었다. 경찰 관계자는 "주민들의 민원이 쇄도하고 있어 이곳에 자리를 제공한 옥인교회 측의 부담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  시민운동가 강재천 씨는 "묵언시위 중에도 경찰이 민원이 제기됐다고 했고, 클래식 음악만 틀었을 때도 시끄러웠다고 했다"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탈북자강제북송 반대가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자들이 있는 모양이다. 결국 담임목사가 손을 든 모양이다. 무슨 작업이 있지 않았겠는가"란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탈북자, 북한주민, 북한인권운동가들의 '인권'을 위한 의미있는 집회라고 해서 이곳 주민들이 입는 피해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설령 그것이 주민들의 오해라고 할지라도 이를 넘어선 집회로 탈바꿈할 필요가 있다.

    구호를 외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집회를 이어갈 방법은 있다. 그런 각오를 내비칠 때 주민들도 다시 호응할 것이고, 옥인교회 측도 충분히 편의를 봐줄 수 있을 것이다.

    ◆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요덕 기념공원을 만들어 국민들의 마음을 모으자"고 했다. 베를린 한복판에 있는 아우슈비츠 기념 공원을 보고 이같은 생각을 떠올렸다고 한다. 이 공원이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환기시키는 것처럼 한국에도 북한 인권을 상징하는 장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옥인교회 앞'은 장소가 협소하지만 상징하는 바는 크다. '요덕 기념공원'은 아니더라도 '요덕 기념사진전'을 얼마든지 펼칠 수 있는 곳이다.

    - 우리가 요덕 수용소를 지금 당장 해체하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은 당신들과 영원히 지금 함께 항상 함께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