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국가대표 선출 1순위 '출신 성분'
    "탈북 가능성 없어야 믿고 보내지"
    염미화 기자 /뉴포커스

    20년 전 스페인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부분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황영조 선수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훈련 당시, 사육당하는 동물 같은 느낌이었다. 훈련소는 ‘창살 없는 감옥’이다”라고 말했다.

    어쩌면 이 같은 고통을 감수하지 않았다면 만 22세의 나이로 올림픽의 꽃, 마라톤에서 월계관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황영조 선수가 북한에서 태어나 선수로 활동했다면 이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북한에서의 국가대표 선발기준은 운동 실력보다는 ‘출신 성분’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물론, 경쟁이 약하거나 한 분야에서 경쟁할 상대를 찾지 못할 정도로 뛰어난 운동 실력을 갖췄다면 예외인 경우도 있다.

     2002년 부산아시아게임 유도 여자부 52kg급 동메달, 2004년 아테네올림픽 유도 여자부 57㎏급 은메달, 2007년 세계유도선수권 여자 57kg급 우승 등 내노라하는 국제대회에서 무려 3연속 메달권 진입에 성공한 북한의 간판스타 계순희 선수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평양의 평범한 사무원 가정에서 외동딸로 태어난 계순희 선수는 고등중학교 1학년(10살) 때인 1980년 당시, 평양 모란봉구역 과외체육학교 유술지도교원으로 있던 박철에게 발탁되어 유도에 입문하게 됐다.

     1995년 북한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회인 백두산상 체육경기대회와 만경대상 체육경기대회 1급 팀에서 우승한데 이어, 1996년 봄 북한 유술선수권대회에서 최경량급인 48kg급의 체격으로 무제한급에서 우승해 북한 여자유도의 간판선수로 떠오르면서 부각됐다.

     하지만 계순희 선수와 같은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이다.

     가령, 농구 대표 선발전에서 일인자로 정평이 나 있는 선수가 일반 평민 집안 출신이고, 그의 그늘에 가려 늘 빛을 보지 못한 선수가 간부 집안 출신이면 대표선수 자리는 후자에게로 넘어가게 된다. 이것이 바로 듣도 보도 못한 북한식의 ‘스포츠 쉽’인 것이다.

     북한이 이 같은 조치를 취하는 속내는 다름 아닌 ‘선수들의 탈북 위험성’ 때문이다.

     어느 나라든 국가 대표들은 해외 전지훈련 등으로 인해 외국에 나가 생활하는 일이 많은데 북한은 이런 환경에 노출된 대표 선수들이 ‘반북 충동’을 느껴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당을 위한 충성심이 보증된 집안의 자녀 위주로 대표선수를 선출하는 것이다.

     탈북자 B 씨는 “선생님의 권유로 인민학교 때부터 장거리 육상 선수로 활약해 남들과 경쟁해 뒤지지 않을 실력을 갖추었지만, 어느 시점에서인가 나라를 대표해 뛰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너무도 허탈했다”며 “그곳에서는 최선을 다해 운동에 전념해도 출신성분의 벽은 넘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사상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북한에서 정신적 신으로 추앙되는 ‘수령’을 더 가까이에서 모시는 자가 더 많은 혜택을 얻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탈북, 혹시 모를 그 가능성 때문에 수많은 선수들의 날개가 이렇게 쉽게 꺾여버린다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것임에 틀림없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는 북한선수들의 금메달 소식과 더불어 가난을 딛고 일어서 많은 이들의 가슴에 감동의 단비를 내려줄 제2, 제3의 계순희 선수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탈북자신문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