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했나? 우산·넥타이·손수건까지 '레드 천하'"덥다" "밀지마" 외치다가‥"박근혜 대통령" 연호
  •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대권 도전을 선언한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는 10일 오전 8시부터 인파가 몰리기 시작했다. 출근행렬과 맞물려 1호선 영등포역을 빠져 나오던 시민들은 출마 장소인 타임스퀘어를 물으며 하나 둘씩 몰려들었다.

    공식 행사 1시간 전인 오전 9시가되자 타임스퀘어 앞 광장에는 이미 천여명의 군중이 밀집해 있었다. 이들의 코드는 하나같이 '빨간색'이었다. 박 전 위원장의 캠프 상징색으로 앞서 빨간색과 흰색을 공개하자 이에 호응하듯 붉은색 아이템을 앞세웠다.

    코드는 레드…양말부터 손수건까지

    붉은 악마를 연상시키듯 빨간 티셔츠를 입고 등장한 시민, 햇볕을 가리기 위해 빨간색 우산을 펴든 지지자도 눈에 띠었다. 팬클럽에서는 자체적으로 빨간색 햇볕가리개용 모자를 준비했고 '빨간양말'을 꺼내 보이며 자신을 '빨간양말'로 소개하는 참석자도 있었다.

  • ▲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장이 10일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 양호상 기자
    ▲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장이 10일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 양호상 기자

    '레드'는 박근혜 캠프에서 '드레스 코드'였다. 사회를 맡은 조윤선 캠프대변인은 붉은 블라우스에 흰색 재킷을 매치했다. 높은 습도에 흐르는 땀을 닦을 때도 '빨간색' 손수건을 사용하는 센스를 보였다.

    남성들은 주로 넥타이에 '레드'를 넣었다. 김종인 공동선대위원장은 붉은색을 바탕으로 한 체크무늬가 들어간 넥타이를 착용했고, 최경환 총괄본부장은 빨간색 PK티를 입었다. 이학재 비서실장·윤상현 공보단장·이상일 대변인은 나란히 빨간 타이를 선택했다.

    공식행사를 앞두고 주최 측은 시민들에게 '빨간엽서'를 받아 소망을 엿봤다. 이 엽서들은 특설무대 한켠에 하얀색 나무에 주렁주렁 걸렸고, 이후 박 전 위원장과 하나씩 꺼내어 대화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본행사 시작에 앞서 관련법 개정을 촉구하는 고엽제 피해자와 반값등록금 실현을 촉구하는 시위가 잠시 열리기도 했으나 전체 행사에 큰 지장을 주지는 않았다.

    S.E.S ‘달리기’에 맞춰 입장한 박근혜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은 식전행사가 마무리된 오전 10시 25분에 무대 위에 올랐다. 붉은 빛깔의 재킷형 블라우스에 짙은 회색의 정장바지를 착용해 ‘레드코드’를 완성했다.

    그가 무대위로 오를 때는 그룹 S.E.S.의 노래 ‘달리기’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이 노래 가사 일부를 살펴보면 이유도 없이 가끔은 눈물 나게 억울하겠죠/ 일등 아닌 보통들에겐 박수조차 남의일 인걸/ 단한가지 약속은 틀림없이 끝이 있다는 것 등으로 박 전 위원장의 꿈을 위한 국가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

    박 전 위원장은 대선출마 선언문에서 꿈을 이룰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하면서 아래와 같이 밝혔다.

    “어떤 국민도, 홀로 뒤처져 있지 않게 할 것입니다. 단 한명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같이 갈 것입니다.”

    박 전 위원장이 무대 위에 올라 약 22분 간 대선출마의 변을 밝히는 동안 박수가 쉴 새 없이 쏟아졌다. 높은 습도에 약 4천명(경찰추산)의 인파가 밀착, 가만히 있어도 땀이 뚝뚝 떨어지는 날씨라 일부 참석자들 간에는 “밀지마” “비켜” 등 고성이 오가기도 했지만 박 전 위원장의 연설이 시작되자 구겨졌던 얼굴은 ‘환호’로 바뀌었다.

    특히 박 전 위원장이 연설 도입부에 어머니인 고(故) 육영수 여사가 ‘흉탄’에 맞았던 과거와 자신이 테러를 당했던 일들을 언급하자 일부 어르신들은 “어휴…” “안돼, 정말” 등 탄식을 이어가며 안타까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마침내 출마 선언을 마치자 객석에서는 3음절씩 끊어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구호가 연신 쏟아졌다.

  • ▲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장이 10일 대선출마 선언식에서 '감동인물찾기에서 발굴한 인물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양호상 기자
    ▲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장이 10일 대선출마 선언식에서 '감동인물찾기에서 발굴한 인물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양호상 기자

    이후 박 전 위원장은 ‘빨간엽서’에서 앞으로 포부를 묻는 질문이 나오자 “국민 한 분 한 분 아픔을 민생현장에서 똑똑히 봤다. 시대정신으로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무대에는 지난해 비대위 시절 발굴한 ‘감동인물’들이 깜짝손님으로 초대됐다. 카페 직원들이 전부 청각장애인으로 구성된 사회적 기업 ‘티아트’의 박정동 대표, 56년째 빵을 기부하고 있는 성심당 임영진 대표, 16년 째 나눔봉사를 실천하고 있는 황성하 집배원 등이 함께 자리했다.

    무대에 오른 이들은 ‘빨간엽서’를 손에 든 박근혜 전 위원장 등과 함께 해바라기의 <행복을 주는 사람>을 열창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묻자, ‘국민만 바라보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앞으로 저에게 힘을 주시는 것도, 어려움을 주시는 것도 국민일 것이다. 그래도 한 눈팔지 않고 국민만 바라보겠다. 그 힘도 국민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오로지 국민 꿈을 이루는 것만 생각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