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에서 남자들이 한 명씩 대권도전을 선언했다. 남자들은 먼저 당내 경선을 치러야 하는데 가장 강력한 박근혜가 버티고 있다. 절대 강자인 박근혜를 놓고 너댓명의 남자들이 도전장을 내는 모습이다. 요즘 분위기는 대통령 선거에 앞서 박근혜를 넘어야 하는 당내 경선이 더 어렵다. 그런데 박근혜는 너무나 강하다. 그래서 1차 목표를 점령하기 위해 박근혜를 겨냥해서 한 마디씩 날렸는데...

    새누리당 예비 후보들은 몇 가지 정책적인 부분에 대해서 한 두 마디씩 했지만, 사실 누구나 알고 있다. 그들이 박근혜에 대해서 어떻게 발언했는지가 핵심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미 눈치챘다. 박근혜를 두고 날리는 말들이 대부분 수준미달이라는 것을. 새누리당 남자 선수들이 절대 강자인 홍일점 박근혜를 향해 날린 멘트는 대략 이런 수준이다.

    ○ 임태희 : 박근혜가 정권을 잡으면 유신망령이 되살아난다. 박근혜는 킹 메이커 역할을 해야 한다.
    ○ 이재오 : 새누리당이 1인 독재당이 되어버렸다.
    ○ 김문수 : 계엄사령관 처럼 엄청난 권한을 가졌다.
    ○ 정몽준 : 1인 지배체제 때문에 당이 생명력이나 자생력이 전혀 없고, 당내 민주주의가 실종됐다.

    유신, 독재자, 계엄사령관, 1인 지배체제…. 이런 단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단점만을 염두에 둔 표현이다.
     
    두가지 면에서 이것은 엄청나게 틀렸다.

    첫 번째, 일방적으로 편향된 평가를 바탕으로 비극적으로 운명을 달리한 전직 지도자와 그 자녀를 한꺼번에 비판하는 것은 비열한 일이다. 박 전 대통령이 박근혜에게 권력을 물려줬다면 모를까 박근혜는 직접적으로 물려받은 권력이 없다. 더구나 새누리당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다. 한 국가의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들이 같은 둥지에 있는 선의의 경쟁자를 이 정도 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그 얄팍함이 놀랍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많다. 그런 식으로 묶어서 비판할 때 화내는 유권자들이 적지 않다는 현실적인 이해득실을 따진다고 해도 손해가 분명할 것이다. 대통령이라는 큰 떡은 먹고 싶은데, 시간은 없고 경쟁자는 저 멀리 앞서 가니 균형감각을 잃어버리고 허둥대다 무리수를 두면서 밑바닥을 드러내는 모습이 훤히 보인다.

    두 번째 문제는 그것 보다 더 근본적인 것이다. 말이란 자기 마음속에 있는 생각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더구나 어떤 단어를 사용하는가 하는 것은 사고방식의 틀을 엿보게 한다. 그들이 되려는 지도자는 대한민국의 모든 세대를 대표해야 한다. 세계무대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얼굴이다. 그렇다면 어떤 말로 포장하는지도 매우 중요하다.

    신기하게도 이들은 자신의 경쟁자를 공격하면서 70~80년대에 유행하던 단어로 포장했다. 유신, 독재자, 계엄사령관, 1인 지배체제….

    50대 이상은 이 말을 알아듣기는 하겠지만, 그중 “맞아” 하고 동감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젊은이들은?  단어의 뜻은 어렴풋이 이해하겠지만, 과연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웬 철지난 노래냐고 외면할 것이다. 이런 표현을 썼다는 것은 그들 스스로 사고의 틀이 70~80년대에 머물러있음을 보여줬다. 30년 전 사고의 틀을 가진 인물들이 과연  대한민국을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을까.  

    국민들은 멋진 정치를 보고 싶다. 아니 새 시대를 만들어 갈 지도자를 고르는 축제에 참여하고 싶다. 품위있는 말, 시기나 질투가 아닌 정정당당한 공격, 미래지향적인 신념, 경쟁자도 승복시키는 포용심, 이런 기대심이 사치가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