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제역 346만 건과 광우병 1건  
      
     정의 실현이나 사실 여부보다 선점(先占) 효과나 친소(親疎) 관계를 중시하여 선전선동에 놀아나면, 누가 집권하든 대한민국이 위태로워진다. 
    최성재   
     
      한국인은 대체로 귀가 얇고 동정심이 많아 선전선동에 약하다. 한국인은 또한 자기 확신, 쉽게 말하여 똥고집이 엄청 강하여 한바탕 난리 끝에 극소수 얼굴 없는 자들의 치밀한 기획에 어처구니없이 놀아났음이 만천하에 드러나도, 도무지 반성할 줄 모른다. 쇠도 능히 녹일 악다구니 입[중구삭금 衆口鑠金)을 조용히 닫고 멀뚱멀뚱 먼 산 한 번 쳐다보고 태연히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러다가 9시 뉴스를 달뜨게 만드는 극적인 일이 없어 밋밋할 즈음에, 얼굴 없는 자들이 건수를 잡아 무선 리모컨을 몇 번 누르면 이내 여지없이 말려들어 냄비처럼 달구어진다. 얼굴 없는 자들은 1980년대에 치열한 지하 이념 투쟁으로 민민평(민주민족평화)의 당의정을 입힌 절대선을, 한국판 유일사상을 확립하고, 동시에 1D(1차원) 조직 곧 점 조직으로 유명한 마피아도 혀를 내두를 4D(4차원) 조직망을 구축했다.
     
      얼굴 없는 자들은 반미혐한교(反美嫌韓敎)를 만들어 순교자를 양성하고 대학/언론/출판만이 아니라 사회 각계각층과 정부 요소요소에 신흥종교의 열혈 선교사를 파송하고 경찰과 군인을 조롱하는 막무가내 행동대원을 투입하여, 1990년대 중반부터 좌우 정권과 무관하게 말과 글을 거의 장악했다. 그들은 선전선동에 약한 한국인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얼굴 없는 자들은 여차하면 언론 자유를 최대한 활용하여, 기기묘묘하게 악용하여 방송, 인터넷, 포털, 트위터를 종횡무진 이용한다. 여차하면 얼굴 없는 자들(경기동부연합이니, 희망 2013 원로 원탁회의는 얼굴이 다 드러났으니까 실세가 아닐 듯)이 언제든지 호응하는 30%의 외곽부대에게 그럴싸한 건수를 낚아채어 슬쩍 던지면, 전국에 이내 여론의 광풍이 분다.
     
      전차에 깔려 죽는 여중생, 뇌에 구멍이 숭숭 난 흑인 여성, 주저앉는 큰 눈망울의 암소, 에쿠스에 데롱데롱 매달린 강아지, 교사에게 배가 걷어차이는 학생, 골리앗 크레인에 매달린 노동자, 불도저 앞에 드러누운 목사, 도롱뇽 습지 사진 앞에서 단식하는 스님, 머리에 피를 철철 흘리는 시위대의 옆얼굴, 분신자살하는 학생/노동자/농민 등의 화면을 클로즈업시켜 반복해서 보여 주면, 귀가 얇고 동정심이 강한 한국인은 순식간에 판단력이 마비된다. 사실여부나 전후사정은 아예 관심이 없다. 육두문자와 최상급 저주가 바로 수백만 개의 입에서 폭포수처럼, 활화산처럼 튀어나온다. 길거리로 뛰쳐나온다. 유아세례를 본받아서일까, 초(超)조기교육을 위해 유모차도 서슴없이 끌고 나온다.
     
      2010년 말에서 불과 5개월에 걸쳐 임진강에서 낙동강까지, 만경강과 영산강과 한라산은 제외한 전국의 돼지와 소가 살처분되었다. 마구 묻혔다. 너무도 잔인하게 살해되었다. 돼지 331만 마리, 소 15만 마리, 무려 총 346만 마리 가축이 입과 발이 문드러지는 구제역(口蹄疫)으로 대충 만든 구덩이에 대충 묻혔다. 보상액만 3조 원!
     
      2012년 4월 미국에서 6년 만에 광우병이 발견되었다. ‘워넝소리’급 127개월 늙은 비식용 젖소에서 발견되었다. 미국 소 약 1억 마리 중 한 마리다. 미국에서 도축되어 식용하는 연간 4천만 마리와는 무관하다. 늙은 소에서 돌연변이로 일정 비율 발생하는 것이니까, 미국처럼 엄밀히 조사하면 한국의 소에서도 거의 틀림없이 발견될 비전염성이다.
     
      이제 광우병과 인간광우병에 대해서 많이 알려졌다. 각각 두 종류가 있으며 가축에서 인간으로 전염되는 것은 그 중 각각 하나이며, 그 연결고리는 초식동물인 소에게 육골분(肉骨粉)을 먹인 업보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 결과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한국에서 광우병 촛불광풍이 불던 2008년으로부터 무려 12년 전인 1996년부터 육골분을 전면 금지하여 이미 광우병은 인간의 천연두처럼 더 이상 무서운 병이 아니란 것이 한국 외에는 전 세계에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친북좌파로부터 19대 총선에서 국가를 구했다고 득의만면한 붕대손 박근혜조차 도리어 그들의 선전선동에 광속으로 넘어가 즉각 미국 소고기의 검역중단을 요구한 것은 유감천만이다. 날마다 경기동부연합의 선거비리를 파헤치는 조선일보조차 그들의 선전선동에 앞장서는 것도 유감천만이다.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수역(獸疫)사무국(OIE 세계동물보건기구)의 홈 페이지는 광우병을 영국과 그 외의 나라들로 분류한다. 지금까지 보고된 약 20만 건의 광우병 중에 18만 5천 건이 영국에서 발견되었으니까, 광우병은 사실상 영국 가축병이나 다름없다. 나머지도 대부분 유럽에서 발생했다. 인간광우병으로 죽은 사람은 200명 가량 되는데, 당연히 대부분 영국인 또는 유럽인이거나 영국에서 1980년부터 1996년까지 6개월 이상 체류한 사람들이다. 유럽은 석회질 토양으로 콩 재배가 잘 안 되어 단백질을 보충해 주기 위해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 주로 육골분을 소에게 강제로 먹였던 것이다.
     
      육골분 포함 동물사료를 거의 전량 외국에서 수입하는 한국과 일본이 광우병에선 미국보다 수십 수백 배 위험하다. 한국 식탁을 가장 위협하는 중국의 불량 식품 앞에만 서면 엄지급 난쟁이가 되는 한국의 식약청보다 국내외 누구의 눈치도 안 보는 미국의 FDA가 수십 배 서슬 퍼렇기 때문이다. 소를 300만 마리 정도 키우는 일본에서 27마리가 발견되었으니까, 최소 100만 마리 키우는 한국도 미국이나 일본처럼 철저히 조사하면 최소한 10마리는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도 전염되지 않는 비정형성(atypical)까지 포함하면, 한국은 늙은 젖소를 애지중지 키우니까 최소한 1마리는 나올 것이다. 추상적 몽상적 국민 건강을 빙자한 사이비 애국심을 구체적 현실적 국민 건강보다 앞세우는 선전선동에 놀아나면 안 된다.
     
      2007년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광우병에 대해 자신을 갖고 모범 국가를 발표했다. 무시해도 좋은(negligible) 나라는 불과 다섯 나라밖에 안 되었다. 광우병 발생 건수도 없었고 OIE 기준을 철저히 준수하는 나라였다. 오스트레일리아, 아르헨티나, 뉴질랜드, 싱가포르, 우루과이가 이에 속했다. 그 다음으로 안전한 나라는 완벽통제국(controlled)으로서 광우병이 발견되었더라도 OIE의 기준을 철저히 지켜 인간에게 전염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나라였다. 회원국 170여국 중 여기에 속한 나라도 6나라밖에 안 되었다. 브라질, 캐나다, 칠레, 스위스, 대만, 미국이 바로 그 나라들이다. 미국이 당당히 여기에 들어갔다. 한국은? 겁이 나서 OIE의 기준을 지키지 않았으니까, 당연히 등외의 위험 국가였다. 2012년 현재는 OIE의 회원국이 178개국으로 늘어났는데, 각각 15개 국가와 32개 국가가 인간광우병으로부터 자유롭다. 놀랍게도 완벽통제국에는 이제 원흉 영국도 포함되어 있다. 440만 마리의 소를 살처분하고 OIE의 기준에 군소리 한 마디 않고 고분고분 따른 결과이다. 한국은 2010년에 겨우 이 범주에 들어갔다. 국제기준을 이때에야 받아들였고 그 이후로 수입할 나라만 있으면 한우를 수출할 길이 비로소 열린 것이다.
     
      참고로 광우병이 10건 이상 발견되었으나 정형성 광우병(typical BSE)에서 인간에게 전염되는 변형 인간광우병(v CJD)은 한 건도 발생하지 않는 나라도 알아둘 만하다. 괄호 안은 광우병 발생 건수이다. 스위스(453), 독일(312), 벨기에(125), 폴란드(21), 슬로바키아(15), 덴마크(15) 등이다.
     
      이제는 원인도 밝혀졌고 대책도 마련된 광우병이 아니라 다른 가축 질병이 더 위험하다. 바이러스로 순식간에 확산되는 조류독감과 구제역이 대표적인 것이다. 이중에서 한국은 구제역에 대한 더없이 졸렬한 대응과 관리로 체면을 있는 대로 구겼다. 국민들은 불안하여 외국 돼지고기와 외국 소고기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민주에서 민주로, 민주에서 평화로, 평화에서 환경으로, 환경에서 건강으로 끊임없이 재료를 바꾸어 새로운 광풍을 일으키는 얼굴 없는 자들에게 더 이상 끌려 다녀서는 안 된다. 그러다가는 반미혐한교(反美嫌韓敎)에 대한민국이 접수되어 7천만이 김일성 유일사상교의 신도로 전락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