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방어권 보장’ 법정구속은 면해 재판부 “후보매수, 유권자 선거권 침해하는 중대 범죄”박 전 교수, 징역 1년6월로 감형...“후보사퇴로 빚 많이 진 것 고려”
  • ▲ 항소심 재판 참석을 위해 서울고등법원에 들어서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사진 연합뉴스
    ▲ 항소심 재판 참석을 위해 서울고등법원에 들어서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사진 연합뉴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항소심에서 1심 선고형량을 뛰어 넘는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한’ 재판부의 판단으로 법정구속은 면해 대법원 확정판결 전까지 교육감직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010년 교육감 선거에서 경쟁후보를 매수한 혐의(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곽 교육감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이 17일 오전 서울고등법원 형사 2부(김동오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이날 재판부는 곽 교육감에게 “박명기 교수에게 후보사퇴의 대가로 2억원을 제공하는 데 있어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곽 교육감측이 기소 전부터 줄곧 주장한 “실무진의 합의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항변을 일부 수용하는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엎은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사퇴의 대가로 거액을 제공한 것은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후보사퇴를 매개로 금전이 오가는 것은 유권자의 선거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원심이 선고한 벌금 3천만원은 형이 가볍다”고 판결이유를 밝혔다.

    재판부의 판결이유를 살펴보면 원심과 같이 곽 교육감이 실무진 사이의 금전 지급 합의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항변을 수용하면서도 이 사건 핵심쟁점인 2억원 수수의 대가성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원심이 곽 교육감측의 항변에 무게를 둬 대가성을 인정하면서도 벌금을 선고한 것과 달리, 항소심에서는 대가성에 무게를 둬 1심 형량을 뒤엎는 징역형을 선고했다는 점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이 항소심으로 모두 끝나 앞으로 잇을 항소심은 항소심 재판부의 법리오해, 심리미진, 채증법칙 위반 등을 따지는 법률심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이날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이유를 대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도 관심사항이다.

    곽 교육감으로부터 2억원을 건네받아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던 박 전 교수는 징역 1년6월에 추징금 2억원을 선고받았다. 1심보다 선고형량이 절반으로 줄었지만 내심 기대했던 집행유예 선고는 나오지 않있다.

    박 전 교수에 대해 재판부는 “금전지급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등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후보사퇴로 선거 빚을 많이 지게 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감형이유를 밝혔다.

    또 박 전 교수에게 2억원을 전달한 강경선 한국방송통신대 교수에게는 1심과 같은 벌금 2천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 상고심 재판기간은 통상적인 관례에 비춰볼 때 약 3개월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여 7월 안에 모든 재판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

    선거사범에 관한 재판기간을 정하고 있는 공직선거법은 항소심과 상고심의 경우 선고가 있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 재판을 끝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곽 교육감 관련 재판이 서서히 마무리단계에 접어들면서 서울시교육감 재선거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곽 교육감에 대한 상고심 판결이 1심 혹은 2심과 같게 나온다면 공직선거법이 규정한 ‘재선거 실시사유가 확정’된다. 따라서 그 날부터 곽 교육감은 직을 잃고 재선거 일정이 잡힌다.

    같은 법 제35조 2항 1호에 따르면 곽 교육감에게 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한 판결이 9월 30일전에 확정되면 서울시교육감 재선거일은 10월 마지막 주 수요일인 31일이 돼야 한다. 하지만 ‘동시선거의 특칙’이 변수다.

    같은 법 203조 3항 2호는 ‘선거 실시사유의 확정으로 인한 보궐선거, 재선거 중 임기만료에 의한 선거의 선거일전 30일까지 그 실시사유가 확정된 보궐선거 등은 임기만료에 의한 선거의 선거일에 동시 실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올 12월 19일 치러지는 대통령선거는 ‘임기만료에 의한 선거’이므로, 결국 대선 전 30일까지 실시사유가 확정된 서울시교육감 재선거는 대선과 같은 날인 12월 19일 실시될 예정이다.

    곽 교육감이 후보매수 혐의로 직을 잃어 대선과 함깨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재선거는 대선 정국과 맞물리면서 일개 교육감 선거 이상의 상당한 파괴력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