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 vs 127 완패..민통+통진 합쳐도 패배리더십 도마 위, 梨大 챙기다 선거 내내 휘둘리기만차려준 밥상도 걷어차.."혀 깨물고 죽어라" 혹평
  •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고개를 떨궜다.

    완패였다. 새누리당 152석, 민주통합당 127석.

    “수도권을 휩쓸었다”는 자평은 차마 하지 못했다. 연대를 이룬 통합진보당 13석까지 합쳐도 새누리당에 미치지 못한다.

    선거 종합상황판이 걸린 영등포 민주통합당 당사에도 나타나지도 않았다.

    박선숙 선대본부장만이 조용히 나타나 “(국민께)실망시켜드려 죄송하다”고 했다.

    사실상 패배 선언이다.

    원내 1당은 물론 과반 의석도 넘보겠다며 자신했던 민주통합당이었다. 피곤에 지친 당직자들의 원망의 눈은 한 곳으로 쏠렸다. 비어있는 한 대표의 자리였다.

    민주통합당 한 전략기획통은 “애초에 박근혜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선 선거에서 한 대표 홀로 선대위원장으로 나서 ‘맞장’을 뜬 것부터 전력에서 밀리는 싸움이었다”고 했다. “도대체 한 대표의 '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의 근원이 어딘지 모르겠다”는 혹평도 서슴지 않았다.

    한 네티즌도 트위터에서 “올 초만 해도 100석이 가능할까 하던 절체절명의 한나라당이었다”며 “투표율을 낮춘 것은 결국 민주통합당 그들이었다. 한명숙을 비롯한 민통당 지도부는 혀깨물고 자결해라”며 실망감을 쏟아냈다.

  • ▲ 4.11 총선 투표가 끝난 11일 오후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방송3사 출구조사를 지켜보다 고개를 돌리고 있다. ⓒ 연합뉴스
    ▲ 4.11 총선 투표가 끝난 11일 오후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방송3사 출구조사를 지켜보다 고개를 돌리고 있다. ⓒ 연합뉴스

    ◆ 꿈은 높았지만, 현실은…

    총선과 대선이 연이어 예정된 올해 초만해도 민주통합당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 했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무소속 박원순 후보에 밀려 후보조차 내지 못했지만, 연말 시민통합당(혁신과통합)과 한국노총 등과 뭉치며 민주통합당으로 거듭난 이후 지지율은 꾸준히 상승했다.

    특히 선관위 디도스 사건에 여권과 청와대의 개입설이 나오며 한때 (당시)한나라당의 지지율을 추월하기도 했다. 실제로 통합 전당대회를 치른 직후인 1월 셋째 주 여론조사(리얼미터)에서 민주통합당은 4주 연속 지지율 상승을 보이며 39.7%를 기록했다. 29.1%의 한나라당을 10.6% 이상 따돌린 수치였다.

    호재는 많았지만, 상승세가 이어지지는 않았다.

    급하게 통합을 이루다보니 당내 계파들과 잦은 마찰이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조직력은 흩어져갔다. 박지원 구 민주당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호남세력과 먼저 갈등을 빚었고, 이후 혁신과통합과의 마찰도 있었다.

    이번 총선에서 민통당의 패배도 이 같은 ‘조직력 분산’을 제1원인으로 꼽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 한명숙 때문에…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원망의 시선은 한명숙 대표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손학규가 올려놓은 지지율을 한명숙이 다 까먹었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민주통합당은 한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지지율 39.7%로 정점을 찍은 이후 꾸준히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조사결과 3월 말에는 30.5%까지 추락하며 새누리당(39.8%)과 10% 가까이 격차를 보였다.

    밖으로는 박근혜 체제로 재정비한 새누리당 공세에 곤욕을 치렀고 안으로는 분열을 거듭하는 당내 계파들의 갈등을 제대로 봉합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새누리당의 ‘말바꾸기 정당’이라는 공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공천과정에서 이렇다 할 리더십을 보이지 못한 것도 한 대표의 책임론을 일으키는 부분이다.

    새누리당이 꺼내든 한미FTA와 제주해군기지 ‘말바꾸기’ 문제의 당사자도 한 대표였다. 당시 당내에서는 정동영 상임고문처럼 “인정할 건 인정하고 넘어가자”는 의견이 많았지만, 한 대표는 무조건적인 심판론만 내세웠고 이 부분은 곧바로 여론으로 반영됐다.

  • ▲ 지난 1.15전당대회 당시 한명숙 대표. 올해 초만해도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과의 지지율 격차를 10% 가까이 벌리는 등 원내 과반 의석까지 노릴 정도로 기세가 높았다. ⓒ 뉴데일리
    ▲ 지난 1.15전당대회 당시 한명숙 대표. 올해 초만해도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과의 지지율 격차를 10% 가까이 벌리는 등 원내 과반 의석까지 노릴 정도로 기세가 높았다. ⓒ 뉴데일리

    ◆ 제 식구 챙기다가…

    선거 막판 김용민 막말 등 갖가지 악재도 있었지만, 가장 먼저 책임론이 불거진 문제는 한 대표의 공천 실패에 대한 지적이다.

    비리 전력이 있거나 자격 논란을 빚은 후보들이 공천된 것이 논란의 시작이었다.

    공천과정 내내 ‘무원칙·무감동·재활용 공천’, ‘옛 민주계-호남 숙청’, ‘이대(이화여대) 라인 공천’이란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가장 먼저 불거진 공천은 임종석 전 사무총장이었다. 한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임 사무총장 인선부터 논란을 빚었다.

    하지만 한 대표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고수하며 서울 성동 을에 단수 공천을 강행했다. 임 전 사무총장은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한 불법 자금 수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이후 새누리당이 ‘역사관 논란’을 빚었던 이영조, 박상일 예비후보의 공천을 취소하자 민주통합당은 그제야 전혜숙(서울 광진갑), 이화영(강원 동해·삼척) 후보에 대한 공천을 취소하는 등 한발 늦은 조치로 비판을 자초했다.

    여기에 신계륜, 이부영 등 나머지 논란의 당사자들은 끝까지 후보직을 유지, 형평성 논란까지 빚었다.

    한 대표의 모교인 이화여대 출신 인사들의 ‘묻지마 등용’도 논란의 중심이었다.

    공천심사위원 14명 중 5명이 여성이었고 이중 3명이 이화여대 출신이었다.

    최영희 의원(사회학과), 문미란 변호사(법학과), 최영애 시민단체 대표(기독교학과) 등 소위 ‘이대 라인’이 구축됐다. 총선기획단장인 이미경 의원도 이대 출신이었다.

    공심위 주축을 ‘이대’가 구성하다 보니 공천을 받은 인사들 중에도 이대 라인이 그어졌다.

    서영교(중랑갑), 이미경(은평갑), 유은혜(일산동구), 김상희(부천소사), 고연호(은평을), 김유정(마포을) 등이다.

    반면 ‘친이계 학살’이라는 말까지 나오며 오히려 계파 갈등이 극심했던 새누리당은 비교적 공천 잡음을 잘 봉합하면서 한 대표의 입지를 더욱 좁혔다.

  • ▲ 한명숙 대표와 이해찬 상임고문 ⓒ 연합뉴스
    ▲ 한명숙 대표와 이해찬 상임고문 ⓒ 연합뉴스

    ◆ 이해찬에 휘둘리고…

    이번 선거 국면에서 한 대표는 친노세력의 맹주로 불리는 이해찬 상임고문과의 마찰로 자충수를 뒀다.

    대선을 앞두고 이들간에 권력 싸움이 시작됐다는 얘기다. 한 대표 입장에서는 나이가 많음에도 이해찬 상임고문을 국무총리 선배로 모셨고, 2007년 대선 후보까지 양보해야 했던 안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공천과정에서 한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자 이 상임고문은 탈당론까지 거론하면서 한 대표에게 일침을 가했다.

    결국 이 상임고문은 한 대표와의 담판으로 임종석 전 사무총장의 사퇴를 이끌어냈지만, 이후 당권을 놓고 두 지도자간 갈등은 심화됐다.

    민통당을 점령한 친노세력 사이에서는 “한 대표를 더 이상 당 대표로 둘 수 없다”는 얘기까지 돌았고, 역시 친노로 분류되는 한 대표는 이 상임고문과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이후 한 대표는 격전지로 예상됐던 세종시에 “선출직에 나설 뜻이 없다”는 이 상임고문의 출마를 요구했다. 이 상임고문은 한 대표의 요구를 수용했고 당시에는 민주당과 혁신과통합 시절부터 이어져온 한 대표와 이 상임고문의 대결구도에서 한 대표가 1차 판정승을 거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5선 의원과 국무총리까지 지낸 민주통합당 최대 권력자가 총선 선봉장에 나섰다는 것은 한 대표와의 대립 구도를 시작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되기도 했다.

    결국 이 상임고문이 세종시에서 비교적 많은 표차로 승리한 반면, 민주통합당은 전국 의석에서 기대 이하의 의석을 얻으면서 이후 두 사람의 경쟁 구도는 이 상임고문이 칼자루를 쥘 공산이 높아 보인다.

    앞서 한 대표는 당대표로 선출된 직후인 지난 1월, 이 전 총리가 정치적 멘토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자 “그분은 나보다 8살이나 아래”라며 이 상임고문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 ▲ 한명숙 대표와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 연합뉴스
    ▲ 한명숙 대표와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 연합뉴스

    ◆ 통합진보당에 끌려 다니고

    야권연대도 한 대표에게는 아쉬운 기억들이다. 지난해 연말부터 통합진보당에 내내 끌려 다녔다는 자조적인 평가가 당내에 만연하고 있다.

    실제로 민통당이 통진당에 양보한 부분은 한 둘이 아니다.

    양당 연대 논의 시작부터 한 대표는 느긋한 모습을 보이며 통진당의 심기를 긁은 것이 화근의 원인이었다.

    높은 지지율을 무기로 시간을 끌면 끌수록 유리한 입장을 가질 것이라는 게 당시 민통당의 전략이었다.

    하지만 통진당은 한미 FTA 반대 등 정권심판론에 불을 지피고 민통당을 압박하기 시작했고 방심했던 민통당의 계획은 꼬이기 시작했다.

    양당의 단일화 결과를 보면 민통당의 완패였다.

    경선에서 주요 지역구에서 모조리 패배하는 굴욕을 겪었다. 통합진보당 Big4로 불리는 이정희 공동대표(서울 관악을), 심상정 공동대표(경기 고양덕양갑), 노회찬 공동대변인(서울 노원병), 천호선 공동대변인(서울 은평을)이 모두 민통당 후보를 눌렀다.

    경선을 실시한 69개 선거구에서 민통당은 57개, 통합진보당은 11개, 진보신당은 1개 선거구에서 승리했다. 무려 13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양 당의 원내 의석수 89석과 7석을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게다가 통진당은 이미 Big4의 경선을 조건으로 다른 지역에서의 통진당 단일후보를 내세우는 실익을 얻었다. 당시 민통당은 대전 대덕과 광주서을에서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하는 등 Big4 경선을 조건으로 상당수 지역에서 통진당의 요구를 수용했다.

    야권연대를 위해 이미 너무 많은 양보를 해버린 민통당 입장에서는 '굴욕'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후 이정희 통진당 대표의 여론조사 조작이 드러나면서 관악 을 지역구가 비었지만, 이마저도 통진당 이상규 후보에게 양보했다. 민통당 후보였던 김희철 의원은 무소속 출마를 감행했지만, 한 대표는 이를 끝내 외면했다.

  • ▲ 한명숙 대표가 김용민 후보와 손가락으로 V를 그리며 선거운동을 함께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한명숙 대표가 김용민 후보와 손가락으로 V를 그리며 선거운동을 함께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나꼼수에 속았다

    이번 민통당 패배의 결정적 요인은 막말 파문을 일으킨 김용민이다.

    입에 담긴 힘든 말이 민통당 후보 그것도 한 대표가 끝까지 밀었던 사람에게서 나오는 모습에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단 한명의 후보의 문제였지만, 파문은 걷잡을 수 없었다. 여권의 악재였던 민간인 사찰도 무난하게 덮어버렸다.

    애초에 김용민을 공천한 것도 한 대표의 ‘고집’이었다.

    공천 잡음 속에서도 구속 수감된 정봉주 전 의원의 지역구에 김용민을 세습 공천을 한 것은 당내에서도 거센 반발을 일으켰다.

    "과격한 젊은 층의 높은 목소리에 눌려 제1야당의 자존심을 저질 말들을 쏟아내는 4명의 군대도 제대로 다녀오지 않은 남자들에게 팔아버렸다"는 혹평도 나온다.

    온라인을 지배한 젊은층의 적극 지지는 얻었지만, 저질 막말에 진저리를 치며 중도 성향의 부동층이 떠나가는 것은 미처 감지하지 못했다.

    민통당내 한 전략통은 “나꼼수를 듣는 사람이 아무리 1,000만이 넘는다고 해도 그걸 의식해서 공천을 줘선 안 됐다”며 “한 대표의 사퇴론은 곧 당내 주요 현안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