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문건 대부분 노무현 정부, 총선 승리 젖어있던 좌파 좌중지란민통당 자기 허물 뒷전 닥치고 어깃장, 좌파 매체 추측성 의혹 제기
  •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의 실제 주체가 노무현 정부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를 통해 4·11 총선 승리의 교두보로 삼으려던 좌파들이 좌중지란에 빠졌다.

    당황한 민주통합당은 ‘물타기’, ‘물귀신’이라는 자극적인 단어들로 “불법 사찰을 한 것은 맞지 않느냐”며 어깃장을 놓기 시작했고, 좌파 매체들은 불충분한 근거를 통한 추측성 기사로 맞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번에 공개된 사찰 문건의 대부분이 노무현 정부 당시에 이뤄진 것이었고, 이 중 상당수가 ‘불법’이었다는 것에 대해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문제는 진실보다는 여론의 흐름이다. 끝내 입을 다물고 있을 것 같던 청와대가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선 이후 이번 민간인 사찰을 바라보는 여론이 조금씩 돌아서기 시작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민주통합당 내부에서도 “잘못 건드렸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는 형국이다.

  • ▲ 4.11 총선을 앞두고 민간인 사찰을 두고 여야 그리고 청와대가 얽혀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유권자들의 마음은 싸늘하기만 하다. 사진은 4.11총선을 10일 앞두고 유세활동이 활발했던 1일 오후 서울 노원구 수락산역 부근에서 한 후보의 유세 차량 앞을 지나가던 한 시민이 시끄러운지 귀를 막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 4.11 총선을 앞두고 민간인 사찰을 두고 여야 그리고 청와대가 얽혀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유권자들의 마음은 싸늘하기만 하다. 사진은 4.11총선을 10일 앞두고 유세활동이 활발했던 1일 오후 서울 노원구 수락산역 부근에서 한 후보의 유세 차량 앞을 지나가던 한 시민이 시끄러운지 귀를 막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 김제동도 사찰? “기자님 난독증 있으신 듯…”

    청와대가 연이틀 민간인 사찰의 주체는 노무현 정부이며 실제 불법 사찰도 있었다고 반박한 2일, <경향신문>은 이날 오후 ‘靑 김제동도 사찰 지시’라는 제목의 기사를 톱으로 내세웠다.

    기사 내용을 살펴보면 이 매체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2009년 9월 김제동씨를 비롯한 이른바 ‘좌파 연예인’을 내사하도록 경찰에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장의 근거는 매체가 입수했다고 밝힌 경찰이 작성한 ‘정부인사에 대한 정보보고’ 문건이다. 이 문건에는 “2009년 9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수사대에 한시적인 ‘연예인 기획사 관련 비리수사 전담팀’ 발족”이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기재된 내용 그대로 연예인 기획사 비리사건에 대한 수사다. 이 매체는 “수사 진행 중 민정수석실 행정관과 단독 면담, 특정 연예인 명단과 함께 이들에 대한 비리 수사 하명 받고, 기존 연예인 비리사건 수사와 별도로 단독으로 내사 진행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내사에 대한 보고서는 “2009년 10월 방송인 ‘김제동’의 방송프로그램 하차와 관련하여 각종 언론을 통해 좌파 연예인 관련 기사가 집중 보도됐다. 특정 연예인에 대한 비리 수사가 계속될 경우 좌파 연예인에 대한 표적수사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그 즉시 수사중단의 필요성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민정수석실 비선 보고했다”고 되어 있다.

  • ▲ <경향신문>이 1일 방송인 김제동씨에 대한 청와대 사찰이 있었다는 주장을 보도하면서 제시한 자료사진. 이 매체는 입수한 정부인사에 대한 정보보고 문건을 통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2009년 9월 김제동씨를 비롯한 이른바 ‘좌파 연예인’을 내사하도록 경찰에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 캡쳐화면
    ▲ <경향신문>이 1일 방송인 김제동씨에 대한 청와대 사찰이 있었다는 주장을 보도하면서 제시한 자료사진. 이 매체는 입수한 정부인사에 대한 정보보고 문건을 통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2009년 9월 김제동씨를 비롯한 이른바 ‘좌파 연예인’을 내사하도록 경찰에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 캡쳐화면

    보고 내용을 미뤄봤을 때 불법 사찰이 아닌 여론을 의식해 수사 자제가 필요하다는 정상적인 동향 보고로 볼 수 있지만, 이 매체는 청와대 지시로 김제동씨 등에 대한 내사를 벌였으나 ‘표적수사’ 여론 때문에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석했다.

    또 MB정부 들어 김제동씨와 방송인 김미화씨, 가수 윤도현씨 등이 방송계에서 중도 하차했다는 예를 들어가며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권재진 현 법무장관의 ‘좌파 연예인 대청소’라고 이름 붙였다.

    게다가 삭제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파일 중 ‘연예인’이라는 별도 폴더가 있었던 점을 들며 청와대·총리실·경찰 등 권력기관이 총동원돼 ‘좌파 연예인’을 사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네티즌들의 반응은 냉정하다. 청와대가 앞장서서 이 문제에 대한 해명을 해야 한다는 내용도 많지만, 어떻게 전혀 다른 내용으로 ‘불법 사찰’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관련 없는 몇 가지 동향파악 보고를 내사지시로 끼워 맞췄다는 주장이다.

    커뮤니티 사이트 DCINSIDE와 일간베스트 저장소 등에는 “김제동에 대한 수사 중단을 보고한 것을 불법 사찰이라니 기자가 난독증이 있나”, “기자가 사실 관계는 확인을 해야지”, “이게 불법 사찰이면 조계사는 교회다”, “이쯤 되면 셀프 빅엿에 멘탈붕괴” 등 부정적 댓글이 이어졌다.

    ◆ 민주통합당 자기 허물은 뒷전, 닥치고 비난만

    민주통합당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미 공개된 사찰 문건의 대부분이 참여 정부 당시 작성된 것으로 드러났지만, 공세 수위는 오히려 더욱 높이고 있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자칫 주춤했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총선의 당사자인 박근혜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을 책임론으로 역공을 펼치는 전략을 내놨다. 이번 논란에서 한 발 빠져있는 새누리당 박근혜 위원장의 책임을 거듭 추궁함으로써 ‘물타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박지원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회의에서 “박정희 유신 시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온 사찰이 아들, 딸들에게 잘도 전수되고 있다. ‘부전자녀전’이다”라며 박 위원장의 책임론을 부각시켰다.

    민주통합당 박영선 의원도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자신도 불법사찰의 피해자라고 주장한 박 위원장에 대해 “그럼 2007년 대선 시점에 왜 말을 못했느냐. 이제 와서 말하는 것은 비겁하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민주통합당 어떤 누구도 청와대가 제시한 몇 가지 불법 사찰 의혹에 대해 해명하지는 못했다.

    전날인 1일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이 밝힌 참여정부 시절 국정원 직원 고 모씨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 주변인물 131명에 대한 불법사찰과 2007년 1월 보고된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2교대 근무전환 동향파악, 전공노 공무원 연금법 개악투쟁 동향, 화물연대 전국순회 선전전 활동 동향 등에 대한 내용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현 정부의 불법 사찰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검찰이 수사를 통해 2건은 기소, 나머지는 내사종결한 부분이다. 이제 다시 ‘신뢰성’에 문제가 생겨 재수사를 하는 부분은 검찰 수사가 끝나면 밝혀질 일”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이미 공개된 사찰 문건의 대부분이 노무현 정부에서 작성된 것으로 밝혀진 마당에 더 이상의 억지 공세는 무의미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 ▲ KBS새노조가 유튜브에 올린 민간인 사찰 보도 장면. KBS새노조는 이명박 정부가 2619건의 사찰 문건 모두를 작성했다고 밝혔지만, 화면 속 문서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작성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 캡쳐화면
    ▲ KBS새노조가 유튜브에 올린 민간인 사찰 보도 장면. KBS새노조는 이명박 정부가 2619건의 사찰 문건 모두를 작성했다고 밝혔지만, 화면 속 문서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작성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 캡쳐화면

    ◆ 靑, 억지 공세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청와대의 심기는 사뭇 진지하다. 이 대통령 임기 내내 이어져 온 좌파 세력들의 억지 공세에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태도가 묻어난다.

    광우병 촛불 시위부터 천안함 자작극까지 좌파들의 ‘아님 말고’식의 의혹 제기에 지칠 대로 지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일부 매체들의 “왜 지난 정부 문건까지 들춰가며 물귀신 작전을 쓰느냐”는 공세에는 발끈하고 나선다.

    “공개된 2600여건의 사찰 문건을 모두 불법이라 규정하고 이 모든 것을 현 정권에서 했다고 억지는 쓰는데, 가만히 참고 있으란 거냐”는 얘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현 정부의 불법 사찰 문제는 이미 2010년 1차 검찰 수사에서 모두 끝난 일”이라며 “이제 와서 다시 문제를 불거지게 만들고 사실도 아닌 의혹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호도하는데 어떻게 그냥 있을 수 있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