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친 민주주의(democrazy) 
     
      법치가 후퇴하고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거짓이 판치는 민주주의는 미친 민주주의다
    최성재   
     
      옥스퍼드의 폴 콜리어(Paul Collier)는 10억 최빈국(북한도 여기에 최우선적으로 들어감)의 악순환을 연구하면서 미친 민주주의(democrazy= democracy + crazy)란 용어를 쓴다. -10에서 +10까지 21단계로 나누는 정치체제 폴리티(Polity)Ⅳ 지수에 따르면(http://www.systemicpeace.org 창시자는 메리랜드대의 Ted Robert Gurr), 붉은 소련의 붕괴와 더불어 최빈국들도 덩달아 줄줄이 ‘민주화’되었다. 2010년 기준으로 약 90개국이 민주국가이다. 폴리티Ⅳ 지수가 최빈국도 평균 -6에서 평균 0으로 획기적으로 올라갔다. -5에서 +5까지를 준독재 또는 준민주라고 할 수 있으니까(PolityⅣ에선 anocracy라고 분류), 독재 국가라고 할 나라는 이제 최빈국에서도 별로 없다. 독재 국가는 북한과 중국을 비롯하여 20개국밖에 안 된다.
     
      폴 콜리어의 <<전쟁, 총, 투표>>에 따르면, 최빈국이 폴리티Ⅳ 지수 -10에서 -5에선 분쟁 재발이 25%이지만, -4의 문턱을 넘는 순간 분쟁 재발이 70%로 급격히 높아진다고 한다. 그래서 미친 민주주의다! 선거에서 이긴 세력이 모든 걸 독점한다. 진 자는 절대 승복할 수 없다. 생존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강탈과 구걸, 폭력과 부정부패가 더욱 심해진다. 무법천지가 연출된다. 독재 시절에는 억압적이지만 최소한 정치 안정은 있었지만, 민주화 이후에는 알량한 그 정치 안정마저 없어지기 때문이다. 빈곤과 사회불안과 폭력이 일상사가 된다. 그리고 최빈국에서는 민주화가 되면 선거에 한 번 이긴 자는 이기는 기기묘묘한 방법을 완벽하게 터득하여, OECD의 여당 재집권은 45%밖에 안 되지만, 74% 다음 선거에 이긴다.
     
      문제는 경제다! 경제개발이 뒤따르지 않으면, 민주화는 더 큰 혼란과 분쟁과 갈등을 야기한다. 그리고 그런 무법천지에선 독재국가보다 경제개발이 한층 어렵다. 마음과 힘과 자원과 자본을 한 곳으로 모으기 어렵기 때문이다. 선의(善意)의 독재자가 나와야 한다. 박정희, 장개석, 이광요, 등소평이 바로 그런 사람인데, 그중에서 한국과 대만은 민주화도 놀랍게 진척되어 현재 폴리티Ⅳ 지수가 각각 8과 10으로 올라섰다. 싱가포르는 -2, 중국은 -7이다. 폴 콜리어는 그 역할을 선진국이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경제개발 외에 3가지가 추가되어야 한다. 첫째는 교육, 둘째는 법치
     (rule of law), 셋째는 투명성(transparency) 확보 내지 부정부패 척결이다. 아시아의 이 걸출한 네 지도자는 분에 넘치는 민주화보다 당장 먹고 사는 경제 문제가 우선한다는 걸 알고 이에 전력을 기울이는 한편, 교육과 법치와 부정부패 척결에도 그 못지않은 힘을 쏟아 부었다. 그리하여 그들 다음에 누가 권력을 계승하든 국가가 계속 발전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단단히 구축했던 것이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지도자는 박정희다. 폴리티Ⅳ 지수(이하 민주화지수)를 살펴보면, 장개석이 -8, 등소평이 -7, 이광요가 -2로 문자 그대로 독재 또는 준독재 체제를 유지한데 비해 박정희는 1963년에서 1971년까지 준민주인 +3을 유지했던 것이다. +5부터 민주 국가라고 하니까, 거기에 거의 근접했던 것이다. 유신 이후는 달라졌지만.
     
      현재 민주화 지수는 한국이 단연 싱가포르에 앞선다. 그러나 법치지수는 100점 만점으로 환산해서, 한국이 64.4에 20여년 간 제자리를 맴도는 사이 싱가포르는 86.4로 일본 78.0을 능가하고 미국 81.4도 능가하여 법을 능멸하는 자는 설령 세계 최강국의 시민일지라도 3억 명이 화상으로 마음 졸이며 지켜보는 앞에서 사정없이 볼기를 칠 수 있다. 싱가포르의 투명성지수는 더 놀라워서, 한국이 182개국 중 43위로 5.4인 반면에 5위로 9.2다. 한국은 명함도 못 내민다. 중국은 법치지수는 고작 42.0, 투명성지수는 75위 3.6으로 공산당과 그 가족 그리고 그들의 끄나풀 외에는 희망이 안 보인다. 인도는 민주화지수가 9로 세계최대 민주 국가를 자랑하지만, 법치지수는 한국보다 낮아 53.4, 투명성지수는 95위 3.1밖에 안 된다.
     
      한국이 여태 미친 민주주의의 진흙탕에서 뒹구는 것은 법치가 점점 조롱받고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큰 몫을 담당하는 자들이 자칭 민주화 세력이다. 여차하면 시위대가 경찰을 패고, 여당에서 야당으로 자리를 바꾸었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 결정한 국가 간 조약이나 100년 안보와 경제를 내다볼 국책사업도 별의별 하찮은 꼬투리를 잡아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 나오는 아이처럼 네거리에서 퍼질고 앉아 팔다리를 사방으로 내뻗으며 막무가내로 반대한다. 어느 모로 보나 1%에 속하는 자들이 국민을 1%와 99%로 나누어 99%의 편인 척한다. 누구보다 ’눈 먼 돈‘을 밝히면서 홀로 깨끗한 척하다가 들키면 정치 탄압이라며 음모설을 퍼뜨리며 노발대발한다.
     
      한편 이 법치의 적들은 빈곤과 독재가 최악의 조합을 이룬 북한에 대해서는 아인슈타인도 깜짝 놀랄 창의적 발상의 궤변으로 무조건 감싸고돈다. 일제시대보다 몇 배나 혹독한 생지옥을 탈출한 북한주민은 무슨 조국 배반자나 옛날의 친일파 대하듯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온갖 거짓 선동으로 순식간에 수백만을 공포에 몰아넣거나 분노로 치를 떨게 만든다. 더욱 고약한 것은 거짓이 들통 나도 사과 한 마디 않거나 못 들은 척하거나 꼬투리를 잡아 역공을 펼친다는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런 자들에게 국민이 잘도 속고, 심지어 그 반대당인 정적도 냉큼 낚여서 혈세를 마구잡이로 퍼 쓰거나 국가 부채를 대책 없이 기하급수로 늘리자는 데 암묵적 동의를 하고 만면에 개그맨의 웃음을 띠고 표를 구걸한다. 과연 미친 민주주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