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민통-통진의 한심한 공천..‘계파-보복’ 난무‘원칙-감동’ 실종‘에시대역행’ 돌려막기···‘여론조사 조작’까지
  • 차라리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나을 뻔했다.

    4.11 총선 후보 등록을 하루 앞두고 각 정당들이 공천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결과는 ‘그 나물에 그 밥’.

    여야는 공천에 앞서 ‘국민 감동 공천’, ‘원칙 있는 공천’, ‘공정한 공천’을 약속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여야 모두 예외는 없었다. 자신들의 눈높이에서 손익을 계산하는 정치인들에게 국민은 안중에도 없었다. 이런 비판은 시작에 불과하다.

    유례 없는 ‘성추문’, ‘여론조사 조작’, ‘무원칙’, ‘돌려막기’, ‘보복 공천’ 수식어가 셀 수 없을 정도다. 부패와 구태가 횡행했다. 사서 욕을 먹는 상황이 예나 다름 없다. 

    한마디로 ‘한심한 공천’. 투명-쇄신-개혁 공천은 온데 간데 없다. 도덕성 논란, 새 인물 부재 측면에서 여야 모두 “과거보다 나쁘면 나빴지 나아진 것이 없다”는 평을 듣고 있다.

    ■ 2030 챙기자더니···오히려 늙은 새누리당

    먼저 새누리당을 보자. 2008년 한나라당 공천과 비교해보면 평균 연령은 더욱 높아졌다.

    18대 때는 51.6세였으나 이번엔 55.3세로 오히려 올라갔다. 부산 사상의 손수조(27) 후보가 최연소이지만, 전체 공천자의 주류는 50대(127명) 60대(53명) 40대(38명)였다.

    여성 공천 비율도 높아지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당초 “여성을 30% 공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여성 공천은 7%(16명)에 그쳤다.

    용서와 화해도 없었다. 친이(親李) 공천학살은 예상된 수순이었다. 새누리당의 지역구 현역 탈락자 47명 중 친이계가 32명. 친박 진영에서는 절반도 안되는 15명이 낙천됐다. 그 빈 자리를 친박계 원외 인사들과 전직 의원들이 꿰찼다.

    2008년엔 공천탈락 지역구 의원이 친이 18명, 친박 16명으로 비슷했었다.

    정미경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수원을 공천에서 탈락한 뒤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공천이 불공정하다. 돌려막기를 보고 어떻게 공정하다고 하겠나. 육상경기에 나갈 선수를 뽑는데 그 선수가 마음에 안 든다고 농구선수보고 대체해서 뛰라고 하면 이기라고 하는 거냐. 장난하는 거냐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공천한 사람들이 자꾸 공정하다고 얘기 하니, 이게 코미디도 아니고, 이런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공천 취소 행렬을 놓고도 말이 많다. 새누리당이 서울 강남 갑·을에서 각각 이영조, 박상일 후보의 공천을 전격 취소한 데 이어 비례대표 15번에 배정한 이봉화 후보를 발표 하루만에 탈락시켰다.

    이 후보는 지난 2008년 2월 직접 농사를 짓는 사람만 신청할 수 있는 쌀 소득보전 직불금을 거주지인 서초구청에 신청했다가 논란이 되자 그해 10월 차관직에서 물러났다. 이를 놓고 당 일각에서는 “공천위가 도덕성 심사는 안하는 것 같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불법-비리 전력자를 공천한 뒤 국민적 비난이 거세지자 공천을 철회하는 소동을 벌이는 게 새누리당의 현주소다.

    ■ 친노(親盧) 싹쓸이···박영선 분통 “최고위원직 사퇴”

    민주통합당은 계파 나눠먹기 공천으로 얼룩졌다.

    지난 18일 기준 민주통합당이 후보를 낸 223개 지역구 중 친노 직계로 분류되는 후보는 문재인 상임고문과 김경수 전 청와대 비서관을 비롯해 총 54명에 달했다. 구(舊)민주계(34명)를 크게 앞지른 것이다.

    여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과 직접 관련되지는 않지만 친노 쪽과 가깝다고 볼 수 있는 열린우리당 출신은 36명이었다. 노무현 대통령과 직·간접으로 연결되는 사람만 223명 중 90명, 무려 40.3%나 됐다.

    반면 야권 통합 과정에서 민주당에 합류한 시민사회 출신은 12명으로 5.4%에 그쳤다. 손학규 상임고문과 가까운 후보는 9명, 정동영 상임고문과 가까운 후보는 7명에 불과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직 공무원을 지낸 후보도 18명이나 됐다. 친노계가 대거 공천을 받았다는 사실을 재차 보여주는 대목이다.

    비례대표도 마찬가지다. 박영선 최고위원은 21일 “당의 비례대표 후보 공천에 문제가 있다”며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박 최고위원은 “공천과정에 대한 국민들의 불편한 시선을 외면하기 힘들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박 최고위원이 비례대표 공천 심사과정에서 추천한 유재만 변호사와 유종일 KDI 교수가 모두 탈락한 데 대한 불만으로 읽힌다.

    민통당 역시 ‘무더기 돌려막기’ 행태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현희, 안규백, 천정배, 김한길 등 전·현직 의원들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상당수 예비후보들이 밤낮으로 지역을 돌며 열심히 선거운동을 펼치는데 그들 머리 위로 낙하산 타고 엉뚱한 후보가 내려온 셈이다.

    민통당 내에선 이른바 ‘차떼기’ 금품수수 논란도 벌어졌다. 예전처럼 새누리당을 비난할 처지가 아니다.

    4.11 총선후보 경선과정에서 버스를 동원해 지지자들을 실어 나르는 ‘차떼기’가 재현됐다. 지난 15일 고흥·보성 지역의 장성민 예비후보는 “전날 치러진 경선에서 김승남 후보 측이 관광버스까지 동원한 불법선거를 치렀다”고 언성을 높였다. 장 후보는 버스가 선관위 앞에 도착해 선거인단이 내리는 모습 등을 찍은 사진을 중앙당에 제출하고 재심을 요청했다.

    ■ “여론조사 조작, 이정희 혼자가 아니다”

    4.11 총선 공천의 최대 압권은 통합진보당이다.

    이정희 공동대표의 후보단일화 여론조사 조작 파문이 다른 지역구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통합진보당 노회찬, 천호선 대변인, 심상정 공동대표가 승리한 지역에서도 ‘이정희 조작 사건’과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통진당 후보에게 경선에서 패한 민주통합당 김희철(관악을), 박준(고양 덕양갑), 이동섭(서울 노원병), 고연호(서울 은평을) 후보는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선이 실시됐을 때 광역적이고 조직적인 비리가 자행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경선은 부정과 조작으로 얼룩졌다”며 통합진보당 후보들의 사퇴를 촉구했다.

    특히 “대동소이한 사건들이 ‘빅4’ 지역에서 다 벌어졌는데, 통진당의 조직국장 등이 트위터에 올린 내용을 보면 ‘30분 후에 여론조사가 다시 시작된다. 선거구별로 차이가 있지만 RDD 전화면접방식의 여론조사에 20대, 30대 샘플이 부족하다. 적극 참가 요청’이라고 돼 있다. 30분 뒤 시작한다는 것은 저희 판단으로는 여론조사 회사와 내통이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노회찬 후보도 트위터에 ‘긴급, 꺼진불도 다시보자. 후보단일화 여론조사 두곳의 기관에서 실시하기에 한번 응답을 해도 또 전화가 올 수 있으니 착신해제 마시고 받아달라’고 올렸다. 이는 내통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동섭 후보는 “노원병은 모집단이 1천명인데 저를 지지했던 사람 400명이 전화를 해줬다. 민주통합당 브랜드가 있으니 적어도 101명은 저를 지지해 주지 않겠나 생각했다. 그런데 확인해보니 더블로 진 것으로 나왔다.”고 의문을 품었다.
     
    박준 후보는 상대였던 심상정 공동대표가 경선과정에서 운동원들에게 일당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 후보는 “경찰 조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김희철 후보 역시 “광역적이고 조직적으로 조작이 이뤄졌다. 이정희 대표의 지휘로 이러한 일이 벌어졌다. 당사자들은 즉각 후보를 사퇴하라. 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을 위해, 이번에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범법자들과 어떻게 재경선을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통당 후보들은 통진당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조직력을 동원해 여론조사 조작을 시도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집전화로 진행된 여론조사 경선에서 여러 대의 전화를 한 휴대전화로 착신전환 한 뒤 집단적으로 나이대를 속여가며 조사에 응했다는 것이다.

    ■ 性, 性, 性 성추문 후보를 당당하게 공천?

    ‘성추문’, 4년마다 돌아오는 총선의 단골 메뉴다.

    19대 총선에서도 여지없이 여야 후보들이 성추문 논란에 휩싸여 곤욕을 치르고 있다.

    새누리당에선 유재중(부산 수영구), 김태기(서울 성동갑), 정우택(충북 청주상당) 후보가 성추문 혐의를 받고 있다.
     
    유재중 후보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왔다는 여성은 지난 19일 선글라스를 끼고 국회에 나타났다. 이 여성은 “지난 2004년 유재중 의원과 반강제적으로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고 이후 (유 후보가) 제게 직접 150만원을 주고 연락을 끊었다”고 폭로했다.
     
    지난 15일 오후 인터넷 포털사이트 블로그에는 ‘새누리당 정우택 후보 변태적 성매수 의혹’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정 후보가 충북지사 재직 시절인 2007년 제주도에서 경제관련 단체 회원들로부터 골프접대를 받고 나서 성 상납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이들 후보 측은 “근거 없는 허위사실”이라고 펄펄 뛰지만 이미 논란은 일파만파 커진 상황이다.

    아직 사실 여부는 가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직접 나서 얼굴까지 공개하는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성추문에 지나치게 관대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아울러 그 배경에는 친박계의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계파 감싸기’가 깔려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통합진보당의 경우, 성남 중원 선거구에서 야권단일 후보로 확정된 윤원석 후보의 성추행 전력이 드러났다.

    좌파 매체인 <민중의 소리> 대표 출신인 윤 후보는 2007년 술에 취한 상태에서 이 매체 계열사 기자를 강제로 껴안는 등 성추행을 했다. 당시 피해자는 자신의 억울한 처지를 회사 기자들에게 호소했고 공식적인 문제제기를 통해 자체 진상조사가 이뤄졌다.

    진상조사에서 윤 후보는 당시 사건 외에도 두 건의 추가 성추행 의혹이 제기됐지만 각각 피해 당사자와 윤 후보의 부인으로 인해 의혹 선에서 멈췄다.

    윤 후보는 당시 성추행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가 2008년 경영상의 이유로 내부 구성원들의 동의를 받아 다시 대표로 복귀, 총선 출마 직전까지 일했다.

    통진당 비례대표 후보인 정진후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을 둘러싼 ‘성폭력 사건 축소 은폐’ 의혹도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민노총 간부의 성폭력 사건’은 2008년 20대의 전교조 여성 조합원이 당시 수배 중이던 이석행 민노총 위원장을 집에 숨겨주면서 발단이 됐다. 이 여성 조합원은 이 위원장이 경찰에 체포되고 난 뒤 민주노총 간부 김모씨로부터 “도피 과정을 허위 진술하라”는 요구를 받는 과정에서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

    이정희, 유시민 공동대표 등 당 지도부는 정 전 위원장을 옹호하고 나섰지만, 피해자가 타인 명의로 통진당 게시판에 직접 글을 올리며 반박하고 나서면서 논란은 확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