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前비서관 “자료 삭제(은폐의혹)내가 지시했다”“2천만원 줬지만 선의…입막음용·증거인멸 아냐”
  •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은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은폐 의혹에 대해 자신이 해당 자료 삭제를 지시했다고 고백했다.

    이 전 비서관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종석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에게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있는 내용을 철저히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모든 문제는 내가 몸통이고 저에게 모든 책임을 묻기 바란다”고 말했다.

  • ▲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20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39)에게 지난 2010년 불거진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은폐하려고 증거인멸을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20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39)에게 지난 2010년 불거진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은폐하려고 증거인멸을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0년 사건 당시 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에 자료 삭제를 자신이 지시했다는 얘기다.

    이 전 비서관은 또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2천만원을 건넸다고 밝히면서도 선의로 준 것이지 ‘입막음용’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어 “하드디스크 안에 감춰야 할 불법 자료가 있어서 삭제 지시를 한 것은 결코 아니다”고 했다. 삭제 지시가 불법으로 수집된 정보를 은폐하려 하는 ‘증거인멸’ 행위는 아니라는 해명이다. 그는 “증거인멸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했다.

    자료 삭제를 지시한 이유에 대해서는 “공무원 감찰과 관련한 중요자료나 개인 신상 정보가 유출될 경우 국정 혼란이 야기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민간인 불법사찰’이라는 용어를 거론, “현 정부를 음해하기 위한 음모이고 각본에 의한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했다. 민주통합당이 여론을 이용해 사실을 왜곡하며 폭로전을 하고 있다는 규탄이다.

    “역대 정권에서 자료 삭제 늘상 있어 왔던 일.”

    이 전 비서관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존재하던 ‘국무총리실 내 조사심의관실’의 이름만 바꾼 것일 뿐이고 전 정부 역시 정권이 바뀔 때 ‘디가우징’을 비롯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심의관실 자료를 모두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는 노무현 정부에서 총리를 지내며 조사심의관실을 지휘한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도 당연히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고 쏘아붙였다.

  • ▲ 20일 검찰에 출두한 장진수 전 주무관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20일 검찰에 출두한 장진수 전 주무관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 전 비서관은 또 이번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2천만원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선의로 준 것이지 입막음용은 절대 아니었다. 장 전 주무관에게 어떠한 회유도 하지 않았고 (돈도) 최근에 돌려받았다”고 주장했다.

    장 전 주무관이 주장한 특수활동비 상납에 대해서도 “특수활동비 명목으로 단 한 푼도 상납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와 함께 그는 민주통합당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제기가 정치폭로라며 박영선 MB비위진상조사단장과의 생방송 공개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검찰조사를 받은 장진수씨의 이재화 변호사는 “윗선도 앞으로 밝혀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 전 비서관의 ‘내가 몸통’이라는 말은 “소가 웃을 일”이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추가 폭로할 내용이 없다고는 하지 않겠다. (장씨가) 아직 공개하지 않은 녹취록이 더 있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공개 안 한 녹취록에 민간인 사찰의 윗선이 등장하느냐’는 질문에는 “부인하지는 않는다”면서도 “현 시점에서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민간인 사찰 재수사를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검사)은 장 전 주무관을 21일 오후 2시 다시 소환해 조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