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류 정치가 1류 경제의 뺨을 때리니!  
      
     조폭 수준의 한국 정치가 세계 1류 수준의 한국 대기업을 반만이라도 따라갔으면!
    최성재    
      
      한국의 국회의원들이 심심찮게 사진이나 동영상에 실려 지구촌 사람들에게 엽기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고함과 욕설은 약과이고 멱살잡이, 공중부양, 울부짖음, 도끼질, 철야농성 등으로 법의 전당에서 무법천지를 연출한다. 질리지도 않는지 10년이고 20년이고 변함이 없다. 그러면서 어제의 독재 타도를 뽐내고 오늘의 다수 횡포를 성토한다. 민주와 소통과 평등에 대해 특허권을 주장한다. 놀랍게도 이들을 열렬히 지지하는 무리들이 있다. 똑같은 목소리로 일사불란하게 열렬히 지지하는 무리들이 있다. 이슈가 터질 때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자기들끼리 입을 쪽쪽 맞추며 똑같은 목소리로 똑같은 걸음으로 떼를 지어 이들을 열렬히 지지하는 무리들이 있다. 그들에겐 오로지 ‘내 편’만 있을 뿐이다. ‘내 편’이면 절대 비판하지 않고, 절대 욕하지 않는다! ‘내 편’이면 무조건 찬성이요, ‘네 편’이면 무조건 반대다.
     
      한편 한국의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은 세계에 경제의 한류를 일으킨다. 조선 산업에선 현대와 삼성과 대우가 나란히 세계 1위, 2위, 3위를 자랑하고, IT 산업에서는 삼성과 LG를 빼면 주인공 없는 콘서트처럼 썰렁해지고, 자동차에선 현대기아가 새로운 스타로 무섭게 떠오르고, 철강에선 포스코가 여러 해 챔피언 벨트를 내려놓지 않고, 석유화학에선 유가가 내리면 내리는 대로 오르면 오르는 대로 흑자 행렬을 계속한다. 대기업만 잘 나가는 게 아니다. 기술과 경영과 디자인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여 일본이나 독일의 중소기업처럼 대기업 부럽지 않는 회사도 나날이 늘어난다. 손톱깎이나 모자, 전기밥솥, 김치냉장고 하나로 세계를 제패하는 중소기업도 있고, 기계의 도구인 공구로 세계를 제패하는 중소기업도 있다. 인천공항처럼 단연 세계 1위 서비스 산업단지도 있다. 한류의 첨병이었던 드라마도 여전히 강세이고, 노래와 춤은 바야흐로 제2의 비틀즈 붐을 일으킬 기세다. 이들은 인간 중소기업이다.
     
      2012년은 선거의 해다. 20년 만에 총선과 대선이 겹친다. 아연 정치 철새들이 신바람 났다. 노조와 시민단체도 온통 정치판에 쏠려 있다. 세상에 이보다 좋은 직업이 없으니까! 1년 365일 중 겨우 사나흘이나 될까, 들쑥날쑥한 자리에서 꾸벅꾸벅 졸며 무더기로 법을 통과시키는 일 외에는 생산적인 일이라곤 도무지 하는 일이 없는 자들이, 또는 새 얼굴이라야 그렇게 할 게 뻔한 자들이 저마다 국가와 국민을 내세우며, 엄청난 공약들을 내세우고 있다. 미래의 대통령 뒤만 따라다니면 잘하면 장관이요, 못하면 공기업 임원이라, 저마다 제갈공명을 자처하며 엄청난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공약 영순위는 역시 세계 1류 대기업 때리기다. 재벌 해체, 전경련 해체, 재벌세 신설, 순환출자 금지!
     
      국세청 자료를 통해 실지로 한국의 대기업이 어느 정도의 세금을 내는지 알아보면, 여야 가리지 않고 쏟아지는 공약들이 얼마나 허황된지 쉽게 알 수 있다. 2010년 국세는 177조 7184억 원이었다. 참고로, 지방세는 이것의 약 20%이다. 국세청이 파악한 과세 비과세 대상 포함 국민총소득은 1086조 원이었다. 그중 근로소득은 799.8조 원이었고, 사업소득은 합해서 203.9조 원이었다. 나머지가 약 80조 원이다. 법인세는 기업의 순이익에 대해서만 부과하기 때문에, 가장 많은 부분은 근로자의 소득으로 이미 지불했기 때문에, 기업 중 적자 본 기업이 전체 44만 법인 중 14만 6천 개나 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매출을 보고 기업의 규모를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법인세 대상의 소득은 200조 원밖에 안 된다.
     
      800조 원에 이르는 근로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은 15.5조 원이다. 실효세율이 2%에 미치지 못한다. 총 1514만 중에서 593만 명이 과세 미달자다. 39.16%가 근로세를 한 푼도 안 낸다는 말이다. 자영업자는 41%가 직접세를 한 푼도 안 낸다. 반면에 200조 원에 대해서 법인세는 37.3조 원을 거둬들였다. 실효세율이 18.2%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달리 유리알 봉투라는 근로자가 기업에 비하면 9분의 1밖에 안 낸다. 간접세가 있기 때문에 세금을 한 푼도 안 내는 사람은 없지만, 직접세를 안 내거나 거의 안 내는 사람이 너무 많다. 서구 선진국에서는 조세정의에 입각하여 직접세 면제는 20%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은 선심 정책 탓에 1500만 근로자와 500만 자영업자의 조세저항을 두려워하여 면세점을 너무 높였기 때문에, 미래 세대에게 떠넘기는 선심 복지 정책으로 국가예산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간접세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한 국채나 지방채를 마구 발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근로세도 상위 10%가 12.1조 원을 내어 77.6%를 부담했다. 고소득자 외에는 사실상 세금을 거의 안 내는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5천억 원 이상의 순이익을 달성한 기업은 42개밖에 안 되는데, 그들은 전체의 0.01%밖에 안 되지만, 법인세는 33.1%나 냈다. 삼성전자가 1조 7900억 원을 냈다. 상위 1%도 아닌 0.64%가 79.6%를 납부했다. 대기업이 아니면, 법인세를 낼 기업이 없다! 재벌을 해체한다면, 중소기업이 세금을 지금의 5배 이상을 내야 할 것이다. 면세 혜택은 아무도 못 받을 것이다. 재벌을 해체한다면, 고소득자도 거의 없어질 테니까, 근로세도 지금은 나머지 90%가 총근로세의 22.4%만 내면 되지만, 어쩔 수 없이 지금의 네댓 배를 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면 바로 폭동이 일어날 것이다.
     
      1995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28%에서 22%로 내렸다. 법인세는 어떻게 되었을까. 1994년 법인세 총액은 8.7조 원이었는데, 2010년 37.3조 원으로 4.3배 늘었다. 그 사이 GDP는 2.9배 늘었다. 반(反)기업 정서를 사회정의라 확신하는 사람들의 머리로는 줄어들어야 마땅할 것인데, GDP 대비해서도 12조 원이나 더 걷혔다. 세율이 내리면 기업들이 탈세나 절세를 덜하고 기꺼이 성실 납부하여 전체적으로 세금이 더 걷힌다는 말이다.
     
      세계적으로 법인세는 낮추는 추세다. 심지어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외국기업은 법인세를 아예 면제해 준다. 5년간 면제해 주었다가 계속 사업을 하겠다면 다시 5년간 면제해 주고 다시 5년 후에는 그렇게 해 주고... 왜? 고용을 창출하고 투자를 단행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GDP를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 법인세는 이중과세다.
     
      OECD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법인세 비중이 총 세금의 4.2%로 노르웨이, 호주, 룩셈부르크, 뉴질랜드에 이어 5위를 기록한다. 한국 기업이, 특히 대기업이 상대적으로 세금을 어느 나라보다 많이 낸다는 것이 이로써 잘 드러난다. 법인세율은 더 내려야 할 참이다. 최고 세율을 과감히 15%로 내리면, 세금 납부도 늘어날 것이고 고용창출과 투자는 훨씬 활발해질 것이다. 3류 정치가와 그들의 열렬 친위대를 따라가면, 한국은 제2의 아르헨티나, 제2의 그리스가 된다. 불과 몇 년 안에! <조갑제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