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의 이상한 응원편지, 나경원 지지? 
      
     검증없는 정치개입, 후진정치의 전형 
    변희재    
       
    안철수 원장이 박원순 후보 캠프를 방문하여, 응원 편지를 전달했다. 그런데 그 편지 내용이 이상하다. 예시로 든 미국의 흑인인권 운동 사례도, 선거 참여와 전혀 맥락이 다르고, 박원순 후보에 대한 지지 논리도 차원이 맞지 않는다.

    1955년 미국 몽고메리시의 로자파크스라는 흑인여성이 흑백인종분리 법이 적용되고 있던 버스에 앚아있다가 버스 기사로부터 자리에서 일어나라는 지시를 받는다. 그러나 그대로 버티며 결국 법적 처벌을 받았다. 이러한 로자파크스의 행동은 흑인민권운동에 불을 질러, 결국 몽고메리시는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인종차별법을 폐지했다. 안철수 원장은 그 짧은 편지의 절반을 로자파크스 사례를 소개하는 데 할애했다.

    이 사안은 현대 민주주의에서의 선거 참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현실에 존재하지만 시대에 맞지 않는 법에 대해, 이를 지키지 않으면서 개정하는 비타협적 투쟁 노선에 가깝다. 바로 박원순 후보가 2004년 총선 당시 낙선운동을 했을 때의 자세라는 것이다.
    물론 로자파크스는 일개 흑인 시민일 뿐이지만, 당시 박원순 후보는 좌파시민단체의 권력자였기 때문에 불법 투쟁에 대한 책임은 전혀 다르다. 또한 낙선운동에 대한 선거법이 개정되지 않은 것을 보면, 박원순 후보의 불법투쟁은 보편타당한 노선도 아니다.

    로자파크스 사례는 비타협적 투쟁노선, 선거참여와 전혀 관계없어

    로자파크스는 몽고메리시 시장이 되지는 않았으나, 박원순 후보는 불과 7년만에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다.
    향후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었을 때, 서울시민 누군가, 법을 어기며 투쟁에 나서면, 서울시장으로서 이를 어떻게 제어할 수 있겠는가. 그 점에서 안철수 원장이 든 로자파크스 사례는 합법적 제도 내에서의 참여인 선거와는 맥락이 맞지 않은 것이다.

    더 이상한 것은 안철수 원장의 다음 말이다.

    “이번 시장선거는
    부자 대 서민,
    노인 대 젊은이,
    강남과 강북의 대결이 아니고,
    보수 대 진보의 대립은 더더욱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선거만은
    이념과 정파의 벽을 넘어
    누가 대립이 아닌 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누구의 말이 진실한지,
    또 누가 ‘과거가 아닌 미래를 말하고 있는지’를
    묻는 선거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야권단일후보야말로 하나의 정파를 타파하고 응징하기 위해, 노선과 정책의 차이도 모두 무시하고 하나로 뭉치자는 갈등 조장형 정략이다. 이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를 타도해야할 하나의 악으로 전제하는 선거 전술이다.

    이 때문에 야권단일후보는 반드시 유권자의 절반 이상은 적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
    안철수 원장이 자랑하는 트위터 공간에 한번 들어가보라. 같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쓸 수 없는 전투적 언어들이 난무한다. 박원순 후보는 야권단일후보의 지위를 노리는 순간부터, 이미 이 전투판에 발을 담그고, 승리를 위해 이런 국민적 갈등을 조장할 수밖에 없었다.

    나경원 후보야말로, 강남과 강북, 부자와 가난한 자의 대립을 원치 않는다

    이념과 정파를 넘어 화합을 이끌어낼 후보가 대체 누구인가? 야권단일후보와 한나라당 후보가 선거로 승부를 겨루는 순간 화합은 불가능한 데, 안철수 원장이 딴청 피우듯, 유권자들에게 이상한 주문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화합의 측면에서는 이해관계 상 오히려 나경원 후보가 박원순 후보보다는 훨씬 더 가깝다. 인구수로 볼 때, 강북인구가 강남인구보다, 가난한 사람이 부자보다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계급갈등이나 지역갈등이 조장되면 될수록 나경원 후보에 불리하다.

    누가 과거가 아닌 미래를 말하고 있는지를 물어야한다는 주문도 이상하다. 이런 내용은 주로 집권당에서 써먹는 전략이다. 실제로 박원순 후보는 TV토론에 나와 이명박과 오세훈 체제의 서울시만 집중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미래를 말하기 보다는 과거의 책임을 묻는데 집중하는 후보는 바로 박원순 후보이고, 이는 원래 야당의 선거 기본전략이다. 과거를 놓고, 그나마 잘했다고 보는 유권자는 여당을 찍는 것이고, “못 살겠다 갈아보자” 라고 판단하는 유권자는 야당을 찍는 것이다. 안철수 원장과 같은 정치인식을 가진 사람은 무조거 여당 후보로 출마해야 한다.

    안철수 원장의 응원 편지만 보면 대체 누구를 왜 지지하고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로자파크스의 예를 감안다면, 실정법을 어기면서까지 사회 구조를 바꿔내겠다는 점에서 박원순 후보의 손을 들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선거란 가장 합법적인 대의민주의 구현 수단이라는 점에서 로자파크스의 예로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것은 넌센스이다.

    반면, 강남과 강북, 부자와 가난한 자, 등 이념과 정파의 대립을 넘어 화합형 인물을, 그것도 과거보다는 미래를 말하는 자가 누구인지 물어야 한다면, 차라리 한나라당의 나경원 후보가 이에 더 가깝다.

    한나라당의 홍준표 대표도 안철수 원장의 편지를 예로 들며 “상식이 비상식을 이기기 위해” 무소속 후보로 나왔으면서도, 야당들에 도움을 요청하는 비상식적 후보 박원순 후보를 심판하자고 나섰다.

    1997년 대선에서 '용의눈물' 유동근에 러브콜 보냈던 후진 정치, 안철수가 재현

    안철수 원장은 최근 “인문학은 알아도 정치는 모른다”고 발언한 바 있다. 1955년의 로자파크스의 사례는 미국의 현대사, 즉 역사와 관련된 인문학이다. 로자파크스 사례의 의미를 모르니, 당연히 한국 현대 정치에 전혀 걸맞지 않는 사례를 끌고 들어오는 오류를 범하고, 언뜻 보면 나경원 후보를 지지하는 듯한 이상한 편지를 박원순 후보에 전달했다.

    정치인은 말 한 마디 한 마디, 성명서 한 장 한 장, 수시로 검증을 받는다. 솔직히 이런 수준의 편지를 공개하는 안철수 원장의 인문학적 소양과 정치의식, 과연 검증에서 한달이나 버텨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리고 이런 수준의 인물이 서울시장 선거를 좌지우지하러 나타났다는 것이야말로, 가장 비상식적인 일이고, 이런 후진적 정치문화야말로 하루빨리 타파하고 응징해야 한다.

    1997년 대선에서 당시 최고의 인기를 끌었던 KBS드라마 ‘용의 눈물’에서 태종 역을 맡은 탤런트 유동근씨는 김대중, 이회창, 이인제 캠프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유동근씨는 대선후보들과 독대를 하기도 했다. 지금의 안철수 원장의 정치행보는 14년 전의 탤런트 유동근씨에 러브콜하던 정치문화, 딱 그 수준이라는 것이다.

    변희재(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