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창준 전 미국 하원의원ⓒ
    ▲ 김창준 전 미국 하원의원ⓒ

    지난 9월 6일부터 19일까지 미 의회협의회 주최로 13일 동안 홀랜드 아메리카 라인이란 지하 2층, 지상 9층인 거대한 크루즈 배를 타고 발트해를 끼고 있는 일곱 나라를 방문했다. 다녔다. 2천 명이 탈 수 있다는데, 정말이지 이리 큰 배는 생전 처음이었다.

    첫날은 인구 77만의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에 도착했다. 네덜란드의 인구는 총 1천3백만 명, 개인소득은 3만6천불로 아직 2만 불에 불과한 우리에 비해 훨씬 높다. 이 나라는 2002년 월드컵 당시 우리나라 축구를 4강에 올린 히딩크 감독의 모국이라 그런지 친밀감이 났다.

    그 곳에서 배를 타고 덴마크의 수도인 코펜하겐을 향해 떠났다. 덴마크의 인구는 총 5백60만 명이며 코펜하겐의 인구는 54만 명이라고 한다. 개인소득은 5만 3천불로 독일보다도 약간 많다. 정부의 혜택이 많아 웬만한 것은 다 정부가 무상으로 제공한다. 그 때문에 정부에서 일하는 공무원의 수가 전체 노동인구의 3분의1에 달하고, 국민들이 내는 세금 또한 세계에서 가장 많다.

    그 이튿날은 독일의 워나문데라는 항구도시를 방문했는데, 수도 베를린에서 차로 딱 2시간 반 거리에 있다.독일 총 인구는 8천 3백만 명이고 수도 베를린에만 3백 40만 명이 집중해 산다. 국민 1인당 개인소득은 4만 1천불, 유럽에서 제일 잘 사는 최강국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스에 계속 돈을 퍼부으면서 독일 국민들 사이에서는 유럽연합에서 탈퇴하자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나치 때 자그마치 6백만 명의 유태인을 살상했고 그 밖에 동성연애자들, 정신장애인들도 모조리 살상시킨 무서운 역사의 주인공들이다. 1961년 베를린을 동서로 가르는 담을 쌓았고 동독에서 계속 서독으로 넘어오는 독일인의 수가 늘면서 결국 동독이 손을 들고 1989년 담을 허물면서 독일이 통일된 것이다.

    베를린 담을 끼고 시내를 돌며 새로 건립된 통일 독일의 국회의사당을 바라보니 통일된 평양 땅을 살아 생전 밟고 싶다던, 이젠 돌아가신 평안북도 강계 출신의 어머님 생각이 문득 나서 가슴이 메였다.

    9월12일은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에 도착했다. 러시아의 속국이었던 에스토니아가 독립한 날이 1991년 9월 6일로 불과 20년 전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도 자리를 못 잡고 썰렁하다. 총 인구가 겨우 1백30만 명이고 수도 탈린에 40만 명이 모여 산다. 국민소득이 1만 3천불밖에 안 되어 한국의 2만 불에 훨씬 못 미치는 가난한 나라다. 남자의 은퇴 나이가 65세인데 평균 수명이 69세라는 얘길 듣고 깜짝 놀랐다. 아마 보드카를 많이 마셔서 수명이 줄었나 생각했다.

    다음 날은 그 유명한 러시아의 상트 페테르부르크(St. Petersburg)에 들렀다. 예전 소련 시절에 레닌그라드라 불렸던 도시다. 길목마다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포스터가 붙어 있고 소매치기가 세 명씩 팀을 조직해 어찌나 빠른지 그 기술이 귀신 같다는 말에 주머니 단속을 다시 한 번 했다.

    이 도시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관광도시다. 북쪽에 있는 베니스란 말대로 조그만 운하는 사방에 있고 이를 넘어다니는 다리가 300개나 된다. 궁전과 웅장한 성당들, 그리고 박물관 등등 유명한 소문 그대로 아름다운 도시다.

    스웨덴 인구는 약 9백만 명, 그 중 10퍼센트인 약 81만 명이 스톡홀름에 거주한다. 개인소득은 3만 9천불로 부자나라라 그런지, 길에 거지나 노숙자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한때는 노르웨이까지 속국으로 삼았던 강대국이었으나, 지금은 중립국이다. 농산물이 풍부하고 산림업이 강한 나라로 2018년부터는 매년 경제성장률이 8퍼센트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는 부자나라다.

    스톡홀름은 그 유명한 노벨상의 수도로 노벨상 박물관과 도시 전체가 노벨상 역사의 상징 같아 보였다.

    스톡홀름 곳곳에서 현대차와 기아차가 보였다. 시내 복판에 위치한 한국 식당에 갔다가 너무나 놀랐다. 점심시간인데도 인도에 세워놓은 테이블마저도 꽉 차 있었다. 동양인 손님은 우리 뿐이어서 우리가 오히려 어색했다. 스웨덴 사람들이 한국음식을 이처럼 좋아하는지 몰랐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새삼 관광으로 돈을 버는 나라들이 부러웠다. 700년 전 조상이 세워 놓은 궁전과 성당을 다시 깨끗이 수리해서 엄청나게 비싼 입장료를 받으며 별로 비용도 들이지 않고 어마어마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우리는 700년 전 조선시대에 지어놓은 문화재로 지금 돈을 벌 만한 게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러나 머나먼 이국 땅에까지 와서 도로를 달리는 많은 한국 자동차들과 스웨덴 직장인들로 가득찬 한국식당을 보니 더욱 마음이 뿌듯했다.

    그렇다. 우리에겐 과거의 조상들이 세워놓은 찬란한 문화재들이 수밚은 전쟁통에 없어졌다. 그러나 우리에겐 미래가 있다. 이들이 조상들에게 물려받은 유산에 집착해서 돈을 벌 때, 우리는 미래를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니 별로 부러울 게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