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은 민주노동당과 손을 끊어라
    한미FTA '찬성'야말로 민주당의 정체성 
      
    김경재 / 전 민주당 최고위원   
     
    민주당이 결정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최근 민주당은 부산지역의 선거공학만을 고려해, 저축은행 관련 비리핵심을 파헤칠 생각은 안하고 예금보장한도를 넘는 '저축은행 피해자 특별구제법' 제정을 한나라당과 야합했다. 이에 조선, 동아, 매경 등 보수언론은 물론, 한겨레, 경향 등 진보언론으로부터도 집중 비판을 받자, 한나라당은 어마뜨거라 하며 원점에서 재검토를 선언했다. 반면 민주당은 여전히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다.

  • 이미 민주당은 ‘3무 1반’이라는 무상복지 시리즈를 주요 정책을 내놓고 있다. 선거승리에만 급급해 하는 한나라당이 이러한 정책에 따라온다고 해서 민주당이 면죄 받을 일이 아니다. 한나라당이 집권여당이긴 하지만 민주당 역시 과거 10년 간 이 나라 이 역사를 책임지던 집권세력이었다. 오히려 한나라당보다 더 강한 책임감을 갖고, 국정운영세력으로서의 신뢰감을 주는 것이 재집권을 위한 첫 걸음이다. 민주당의 위기는 바로 이러한 신뢰감 상실로 인해 비롯된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4.27 재보선에서 민주노동당으로부터 지원을 받거나 아니면 방해받지 않기 위해 손학규 대표가 순천을 버리고 분당을 얻는 야합을 위하여 직접 10대 정책 과제에 사인을 했다. 그중에는 한-EU FTA와 한미 FTA 등 노무현 정권과 민주당이 직접 추진한 정책을 반대하는 내용마저 포함되어 있었다. 서울대 특별법 취소와 종편 취소와 같이 이미 입법이 되어 진행 중인 사안을 뒤집는 내용도 있었다. 민주당이 합의한 10대 정책은 모두 민주노동당 내부의 강경 종북 좌파세력들이 자신들의 ‘고유 브랜드’로 내세우는 정책들이다.

    민주당의 정체성은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병행 발전

    좌든 우든 모두 민주당의 정체성 상실을 이야기한다. 특히 한나라당 15년 경력의 손학규 대표 체제에서 정체성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논의를 하려면 대체 민주당의 본래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부터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 세력이 처음 집권했던 1997년 대선에서의 캐치프레이는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병행 발전이었다. 즉 민주당의 정체성은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발전에 대한 확고한 원칙과 신념이다. 민주당은 창당 초기의 정치적 상황 때문에 ‘중도우파’의 이념에서 반독재와 군사정권을 지나오면서 서민들의 권익보호와 성장의 균형분배로 이한 ‘중도좌파’의 정책을 강화하기도 하였으나 단 한 번도 ‘중도주의’ 그 자체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이를 부정하는 것이야말로 민주당 정체성의 훼손이다.

    민주당은 이제껏 종북주의 및 거대 기업노조 이권 세력 민노당과 연대한 적 없다

    1997년 대선에서도 2002년 대선에서도 민주당은 지금의 종북주의 및 거대 기업 노조의 이권만을 챙기는 민주노동당 세력과 단 한 번의 연대도 한 바 없다. 노선이 연대를 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지금 민주노동당에 통합을 구걸하고 있는 유시민 참여당 대표 역시 노무현 정권 시절 “민주노동당과의 연대는 한나라당보다 훨씬 어렵다”고 토로했으며, 노무현 대통령도 한나라당과 ‘대연정’을 제안하며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노선 차이는 없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병행 발전이라는 큰 목표로만 놓고 보면 민주당의 중도노선은 한나라당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한나라당 출신의 손학규가 당대표로 당원들에 선택받을 수 있었던 이유도, 민주당의 중도개혁 노선을 되찾으라는 당원들의 요구 덕택이었다. 문제는 누가 더 효과적으로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는지 실력과 능력의 차이로 국민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정권에 대한 민심이 이반하면서, 민주당은 눈앞에 닥친 재보선 등등의 결과에만 연연하며, 민주노동당의 종북 및 대기업 노조 편중 노선으로 급속히 ‘좌클릭’했다. 짧게는 1997년의 집권 노선, 길게는 정치 민주화와 경제 민주화를 추구한 정통 야당의 노선을 포기해버린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IMF 위기를 대외 개방정책으로 극복했다

    그 단적인 사례가 한미FTA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건국 이래 최대의 국란이라던 IMF 외환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던가. 적극적으로 해외투자를 유치하고, 기업의 수출을 독려하고, 경직된 금융시장을 개방화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조기에 IMF 체제를 졸업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벤처기업을 육성하여 역시 단기간에 한국을 인터넷 강국의 지위에 올려놓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WTO에서 활동해온 김현종씨를 영입하여 FTA 추진에 나섰다. FTA 추진은 김대중 대통령이 추진한 대외개방 정책의 연장선이었다. 이 때문에 김대중 대통령 역시 FTA를 적극 지지해왔다. 노무현 정부 당시 핵심 브레인이었던 김병준 전 참여정부 정책기획수석 역시 최근 한 강의에서 “노대통령은 FTA에 대한 의지가 확고했다”고 증언한다.

    그러나 정동영, 천정배 등 노무현 정권 당시 친노 정당을 만든다며 열린우리당 분당을 주도하여, 장관으로 참여했던 인사들, 더구나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을 승계하겠다며 정당까지 만든 유시민 대표마저 한미FTA 결사 반대자로 나서고 있다. 정치적 변절도 이만하면 ‘기네스 북’감이다. 자신들의 소신이 바뀔 수야 있겠지만, 최소한 이들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계승한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도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최근 시민주권 상임대표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문성근 백만민란 대표, 남윤인순·김기식 '내가 꿈꾸는 나라' 공동준비위원장, 이창복 '민주통합시민행동' 등등이 민주노동당과 민주당 등을 통합하겠다며 ‘통합추진모임’을 꾸렸다.

    이해찬, 문재인 등 시민단체 탈을 쓴 정치적 인물들의 야권통합, 민주주의에 큰 위협

    이들은 대부분 노무현 정부의 핵심인사들로 정상적인 시민단체 인물들이 아니다. 대의제 민주주의의 핵심은 국민으로부터 선출된 국회의원과 정당이 국민의 뜻을 대리하여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다. 국민으로부터 선택을 받지 않은 이들, 그러면서도 노무현 정부의 국정에 깊이 개입한 인물들이, 시민단체의 옷을 걸치고, 국회의원과 정당을 압박하는 형국이다. 더구나 이들은 제대로 된 노선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결정적인 ‘통합숫자놀음’ 때에 한 몫 하려고 시민단체 이름으로 위장취업하고 있는 형국이다. 오직 선거공학만을 위해 저 멀리 떨어져있는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을 통합시키겠다는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신들이 참여했던 노무현 정부의 노선을 모조리 부정하는 패륜마저 저지르고 있다. 그러면서도 노무현 정신을 운운하니 국민사기극도 이런 국민사기극이 없다.

    이들 세력은 이미 2003년도에 민주당을 분당하여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전력이 있다. 그 당시나 지금이나 늘 화두는 민주당의 호남 국회의원 물갈이론이다. 이미 손대표는 지난 4.27 재보선에서 전남 순천을 민주노동당에 넘기고 분당을 얻은 바 있다. 이러한 전례를 감안해보면, 민주노동당과 통합을 하던 연대를 하든, 결국 민주당은 상당수의 호남의원들을 희생양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정동영, 천정배 등은 지금 당장 민주당 탈당하고 민노당에 입당해야

    이들에게 솔직한 충고를 던져주려 하나. 반드시 정계개편을 하고야말겠다는 의지를 버리지 않겠다면, 정확한 노선으로 헤쳐모이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한미FTA 반대, 북한 김씨 정권 3대세습을 인정하겠다는 사람들이라면, 야권통합을 할 것도 없이 지금 당장 민주노동당과 유시민의 국민참여당 통합 논의에 참여하여, 그리로 가면 된다. 정동영, 천정배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탈당세력을 규합해서 부산 한진중공업으로 가는 희망버스에 올라타고 통합 민주노동당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라는 것이다. 역사가 누구의 손을 들어줄 지 누가 알겠는가. 다만 자신들에게 정치적 입신을 제공한 민주당에게 더 이상 해코지는 말아달라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정통 민주당의 중도개혁 노선에 동의하는 인물들이라면, 최소한 한미FTA에 당당히 찬성표를 던지며, 민주당 재건에 나서면 되는 일이다. 분명한 점은 민주노동당과의 통합논의를 지속하면 할수록, 민주당은 중도개혁노선에서 이탈하여, 민주노동당 2중대로 전락하여, 중원을 한나라당에서 내주며, 총선과 대선에서 참패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손학규 대표의 선택의 시간도 매우 촉박하다는 느낌이다. ‘통합야당후보’가 되고 싶은 미련 때문에 어물거리다가 민주당의 후보가 되는 기회도 날아가 버릴지도 모른다.

    민주당의 중도개혁 노선 회복을 바라는 다수의 당원과 인물들 존재

    다행스럽게도, 안희정 충남지사, 송영길 인천시장 등이 한미FTA에 대해 자신의 찬성 소신을 분명히 밝혔다. 이들이야말로 민주당의 미래의 자산이다. 또한 김병준 전 정책기획수석이 이사장으로 있는 사회디자인연구소의 김대호 소장은 진보진영의 대기업 노조 편중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이들 이외에도 민주당 내외에는 민주당의 중도개혁 노선을 회복해야 한다고 믿는 다수의 당원들과 인물들이 존재한다.

    민주당은 민주당의 길을 가야한다. 민주당 내의 종북좌파세력이 민주노동당으로 떨어져나간다 하더라도, 민주당이 진정으로 국민에게 필요한 노선을 걷는다면, 다수 국민의 지지를 얻어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 반면 이미 수차례, 국민들의 선택을 받은 민주당의 노선에서 이탈하여, 민주노동당과 손을 잡게 되면, 민주당은 선거참패를 떠나, 생존마저 위협받게 될 것이다. (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