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미친중(反美親中)은 한민족 공멸의 길  
      
     미국은 영토 욕심이 없지만, 중국은 동아시아 전체를 제 영토로 간주한다.
    최성재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400년 유럽의 시대는 저물었다. 패전국 독일만이 아니라 승전국 영국과 프랑스도 식민지를 모조리 빼앗기고 난쟁이 국가로 되돌아갔다. 영불 해협 양쪽에서 찢어진 승리의 깃발이 쓸쓸히 나부꼈다. 그 너머 망망대해 대서양에는, 인도양에는, 태평양에는 50개의 별이 찬란히 빛나는 승리의 거대한 깃발이 올망졸망 만국기를 거느리고 1년 365일 내내 하루 24시간 내내 힘차게 나부꼈다. 1위, 2위를 다투던 두 나라는 스스로의 힘이 아니라 두 번 다 다른 나라의 힘으로 악의 제국을 물리쳤기 때문이었다. 진정한 승전국은 미국뿐이었다.

      미국은 이미 자체적으로 거대한 영토와 자연자원과 소비시장을 보유하고 있었으므로 굳이 식민지를 확보할 필요가 없었다. 유지비용이 더 들 뿐이었다. 욕이나 얻어먹을 뿐이었다. 자, 나도 식민지 필리핀을 내놓을 테니까, 너희도 인도주의에 입각하여 식민지를 몽땅 내놓아라, 이런 명령에 패전국만 아니라 명목상의 승전국들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이 필요한 것은 영국이 지배하던 바다였다. 바다의 달러 교역로였다. 인접한 남북의 어떤 나라도 꼬맹이 신세에 지나지 않은 데다 대서양과 태평양이라는 불사의 기드온 부대가 지키고 있었으므로, 미국은 패권주의에 도덕주의를 결합시킬 수 있었다. 도덕이 곧 국익이 된 인류역사상 최초의 국가가 미국이다. 이때의 도덕은 예수의 도덕 곧 사랑을 바탕에 둔 인권과, 아담 스미스의 도덕 곧 경제적 상호이익을 바탕에 둔 상생(win-win)이었다.

       악의 제국 독일을 개과천선시키기 위해, 미국은 또 다른 악의 제국 소련과도 손을 잡았다. 그러나 전후에는 악의 제국을 거세게 압박했다. 소련은 영토는 미국의 두 배가 넘었지만, 불모의 땅이 대부분이었고 거기다가 바다로 완전히 둘러싸인 사실상 섬의 나라였다. 소련이 홀로 위성국이란 식민지를 거느렸지만, 그것은 자원도 시장도 과학기술도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경제적 실익도 없었고 도덕적 비난만 받았다. 마르크스의 도덕을 내세웠지만, 그것은 인간을 단지 물질의 연장으로 보았기 때문에, 종교를 아편으로 보았기 때문에, 어린이와 여자 포함하여 한 인간 한 인간을, 우주보다 우위에 둔 예수의 사랑에서 나온 인권이란 개념 자체가 없었다. 당연히 비무장 민간인 1억을 죽이고도 양심에 거리낌이 없었다. 또한 마르크스의 도덕은 공산 종주국이나 공산 식민지나 분배란 이름의 유목민적 약탈을 근본철학으로 삼았기 때문에, 군대와 비밀경찰로 그 약탈을 제도화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상으로는 절대 생산이 늘어날 수 없는 상살(相殺 lose-lose)의 패륜이었다.

       소련이 살 길은 오직 하나 바다로 진출하는 것이었다. 터키로, 그리스로, 한국으로, 베트남으로, 이집트로 소련은 끈질기게 부동항을 찾아 남하를 시도했다. 그러나 미국은 세계의 부동항을 사실상 모조리 장악했다. 베트남도 소련과 중공의 힘을 빌려 적화통일은 이룩했지만, 7함대에 갇혀 꼼짝할 수 없었다. 후에 소련이 무너지면서 베트남은 결국 고개를 120도로 숙이고 미국의 바다로 진출할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노동자와 농민의 생활에 천지개벽의 활기가 넘쳐나기 시작했다. 공산당이 여전히 권력은 독점하고 있지만!

      패권주의는 절대 도덕주의만으로 안 된다. 1972년 미국은 또 다른 악마의 제국 중공과 손을 잡고 챔피언 악마 소련을 압박했다. 결국 소련이 무너지고 미국의 바다를 무상으로 이용한 중국이 일어섰다. 여기저기서 이제 중국의 시대를 노래한다. 중국 덕분에, 미국의 묵인 하에, 처음엔 소련의 위성국으로 출발해서 지금은 중공의 위성국이 된 북한이,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김씨공산왕조가 강시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었다. 조연(助演)은 엉뚱하게 1950년부터 북한과 중공의 철천지원수가 된 한국이다. 시체와 사랑에 빠진(necrophilia)친북좌파가 민주와 민족을 참칭한 한국이다.

     한국은 미국의 바다를 이용해 경제와 정치, 사회 모든 면에서 기적을 이뤘지만, <<전환시대의 논리>>와 <<해방전후사의 인식>>과 <<창작과 비평>>에 의해 안으로 무너졌다. 이영희와 백낙청은 한국의 지식인을 마르크스의 양심과 반(反)제국주의의 논리로 의식화시켰다. 그들의 양심을 훔쳤다. 그들에게 학문의 자유를 준 것도 미국과 한국이요, 그들에게 쌀과 집과 옷을 준 것도 미국과 한국이지만, 그들은 마르크스의 양심으로 미국과 한국을 저주하고 악의 제국과 그 식민지로 매도했다. 그들의 충실한 제자 중 한 명이 대통령이 되어, 솔직히 털어놓았다.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나라라고. 그런데 스스로 깜박 정신이 들어 인정했듯이 언론출판과 집회의 자유가 전혀 없는 북한에서라면 강제수용소에 갈 사람이 어찌 대통령까지 될 수 있었을까. 배은망덕한 인간 또는 꼭두각시다.

       유교의 봉건 도덕을 마르크스의 과학 도덕으로 짓뭉갠 모택동은 히틀러보다 열 배나 많은 사람을 학살하고 중국형 산업혁명을 일으킨다며 10억의 거지와 노예를 대량생산했는데, 이영희는 그런 모택동을 인류최초의 거대한 인간개조 실험을 성공시켰다며 극찬했다. 소련과 중공은 노동자농민의 해방자로 치켜세우고, 미국은 통일을 가로막는 제국주의의 화신으로 손가락질했다. 대신 중공보다 열 배 잘 사는 나라를 만들고 기껏 권력의 화신 김대중과 김영삼을 구속하거나 가택연금한 박정희는 군부 독재자로, 미국의 개로 매도했다. 박정희에겐 서구 민주주의의 잣대를 들이대고 소련과 중공의 외세를 빌려 300만을 학살한 김일성과 독재권력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300만을 굶겨 죽인 김정일에겐 절대 불리한 서구 민주주의 대신 정체불명의 민족주의 고무줄 잣대를 바쳤다. 대붕의 마음으로 김씨공산왕조도 동등하게 무조건 끌어안을 민족으로 변모시켰다.

       박정희는 천인공노할 독재자요, 김일성은 친일파를 청산한 민족주의자라는 궤변으로 어리석은, 스스로의 생각이 전혀 없는 앵무새 한국의 학생과 지식인을 대거 세뇌시켰다. 한국에서 통용되는 용어만 썼을 뿐, 사실상 김일성의 선전선동과 똑같은 내용이었다. 조정래는 <<태백산맥>>으로 정반대되는 허구를 엄연한 현실로 둔갑시켜 수백만 명에게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만들고 정의의 분노를 샘솟게 만들었다. 6.15선언으로 이제는 김일성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이, 적화통일이 대한민국의 기본전략이 되었다. 미군만 철수하면 중국의 힘을 빌려 민족통일이 이뤄진다고, 그들은 ‘그 날’과 ‘그분’의 암호를 주고받는다.

     박정희 생전에 이미 한국 현대사를 거의 대부분 장악한 자들에게 세뇌당한 자칭 민주투사들이 정권을 잡자, 대한민국호는 마구 표류하기 시작했다. 선장의 명령에 의해 대한민국호는 제자리서 맴돌다가 서서히 바다가 없는 북쪽으로 이물을 돌렸다. 한국과 미국을 떠나 북한과 중국으로 선수(船首)를 돌렸다. 이제 드디어 조선과 동아마저 중국 대세를 조심스럽게 흘린다. 21세기는 태평양 시대요, 태평양 시대는 중국의 시대다! 무역도 이제는 대중국 무역이 대미국 무역을 압도한다. 그것도 성에 안 찬다며 좌파 정부가 스스로 타결한 한미 FTA도 목숨을 걸고 반대한다. 고엽제 묻은 곳이 어디냐며 길길이 뛴다. 그러자 뒤질 수 없다는 듯 조선일보도 신바람 나게 반미의 나팔을 불어댄다. 토양오염과 수질오염의 99.9999%는 한국인이 주범이라는 것은 누구도 얘기하지 않는다.

       2011년 8월 15일을 며칠 앞두고 중국은 항공모함을 진수시켰다. 2020년까지 3척의 항공모함을 실전배치할 모양이다. 드디어 하늘에 이어 바다로도 중국은 미국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때마침 미국은 세계 최대채무국으로 전락했고 중국은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이 되었다.

       미국과 유럽이 재정적자로 한 10년간 소비를 줄이고 저축과 투자를 늘리기 시작하면 제조업의 나라, 무역의존도가 약 70%인 중국은(미국과 일본은 약 20%) 경제성장이 급격히 떨어진다. 선순환이 악순환으로 바뀌면 잠재된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일어난다. 7천만 공산당과 그 가족이 성장의 과실을 독과점하고 있기 때문에, 아프리카 수준의 10억 인민이 분배정의에 대한 불만을 폭발시킨다. 그것은 생존의 문제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다당제와 선거도입이라는 자유 민주화 요구로 번진다. 공산독재가 양보할 리 없다. 무자비한 탄압이 일어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민족주의를 내세우면 국민의 분노를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다. 중국공산당이 사주하는 반일과 혐한(嫌韓)이 (반미에 대해서는 아무리 빨라도 2020년 이전까진 극도로 조심할 듯) 김정일의 ‘서울바다 불바다 인천바다 불바다’ 불장난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 날’과 ‘그분’을 노래하는 한국의 거대한 세력이 D-Day의 암호를 건네주면, 김정일이 중국의 힘을 믿고 비릿한 웃음을 머금고 한국을 접수하러 올지도 모른다. 반미(反美)에 정나미가 떨어져, “그렇게라도 소원이라면, 오냐, 좋다!”, 하고 미국이 손을 떼고 일본만 방어해 주고 일본에게 핵무장화와 항공모함 건조를 허용하여 중국을 견제하게 되면, 적화통일된 한반도는 중국의 제2 티베트가 될 수 있다. 이게 동북공정의 완성이다. 미국이 손을 떼면, 한반도는 중국이 내부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티베트와 위구르를 집어 삼키듯이 얼마든지 집어 삼킬 수가 있다. 이미 동북공정으로 고구려와 발해의 중국사 편입으로 이론은 다 만들어 놓았다. 중국과 북한과 한국의 친북좌파가 힘을 합쳐 적화통일되면, 그 다음에는 살육과 굴종과 빈곤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한반도 전체가 조선성(朝鮮省)으로 격하된다. 원래 자기의 땅이라고 생각하니까, 독립은 없다!

       중국은 패권국이 될 수 없다. 일종의 섬이기 때문이다. 부동항은 있지만, 그것은 대양으로 뻗어나가기에는 너무나 협소하다. 2차 대전 당시 일본은 지금의 중국보다 월등히 강했다. 특히 해군이 강했다. 한때 일본은 태평양에선 미국도 이겼고, 인도양에서는 영국도 이겼다. 그걸로 끝이었다. 그리고 망했다. 다른 건 몰라도 바다를 장악하기 위해선 전쟁 이외는 방법이 없다. 미국이 국방비를 줄인다고 해도 제국의 해군 구축에는 30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2000년부터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2030년까진 중국이 맥을 못 춘다. 10억 빈곤층을 두고 중국이 감히 미국에 맞설 수는 없다. 그러다가는 스스로 소련이 해체되듯이 5개 이상의 나라로 해체될지 모른다. 한국은 도리어 미국과 손잡고 이것을 노려야 한다.

       지정학적인 위치로 보아 100년이 지나도 중국은 대서양과 태평양의 보호를 받는 미국에 상대가 되지 않겠지만, 중간에 낀 한국은 얼마든지 어리석은 지도자와 스스로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겉똑똑이 앵무새 지식인의 잘못된 선택으로 중국의 식민지로 전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