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미 지역에서 '룰라 주의'와 비교해 '차베스 주의'가 갈수록 힘을 잃어간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같은 좌파지만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 내세운 중도 실용 모델이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강경 모델에 비교우위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분석은 특히 현재 암 투병 중인 차베스 대통령의 권력 약화 전망과도 맞물리면서 관심을 끈다.

    22일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차베스 주의'가 효율성 면에서 '룰라 주의'에 뒤처지며, 적어도 베네수엘라 밖에서 '차베스 주의'는 명백하게 쇠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차베스 주의'는 차베스 대통령이 '볼리바르 혁명론'을 주창하던 5년 전에 전성기를 누렸다. 권위적 사회주의와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이 혼합 투영된 '볼리바르 혁명론'은 당시만 해도 남미대륙에서 거대 담론을 형성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후 대부분의 남미 국가들이 꾸준히 고성장세를 기록했지만 베네수엘라 경제는 최근 2년간 침체의 늪을 헤어나지 못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국제유가 하락세로 오일달러 소득은 감소하고 만성화한 전력난은 성장을 가로막았다. 남미의 다른 국가들과는 다르게 베네수엘라에서는 빈곤층이 늘었다.

    그러는 사이 거시경제 안정과 민간투자 확대, 사회복지 프로그램 강화를 혼합한 룰라 전 대통령의 정책은 남미 지역에서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과거 '차베스 주의'를 추종했던 오얀타 우말라 페루 대통령 당선자는 '룰라 주의'에 한발 다가서며 대선에서 승리했고, 보수우파 성향의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조차 "'볼리바르 혁명론'은 이제 설 자리가 없다"며 '룰라 주의'의 우위를 인정했다.

    베네수엘라 내에서 차베스 대통령의 지지율이 여전히 높아 '차베스 주의'가 당분간 유지될 수는 있겠지만, 남미 지역의 전체적인 흐름은 분명히 차베스 대통령의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한편,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룰라의 모델이 과제를 안고 있다는 점도 언급한다.

    룰라 전 대통령 집권 기간 계속된 정부지출 확대는 브라질 경제를 달아오르게 하는 데 효과를 발휘했지만 현 정부 재정에 큰 부담으로 남았다. 빈곤층에 대한 혜택에 초점을 맞춰온 브라질 정부의 정책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