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총기사고 원인은 ‘기강해이’ 가능성 높아군 수사, 범인 김 상병 진술에 많이 의존해 의문점 많아
  • 지난 4일 경기 강화도 해병부대 총기사고 중 범인이 실탄을 훔칠 수 있었던 것은 ‘관행’의 문제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는 7일 국회 국방위에 제출한 ‘국방부 현안보고’ 자료에서 “실탄보관함 열쇠는 2중 잠금장치로 되어 있고 상근예비역들은 근무투입 시 상황실에서 열쇠 2개를 받아 동반근무자와 1개씩 상호 교차하여 휴대토록 되어 있다. 그러나 소속부대 상근예비역들은 관행적으로 경계근무 후 자신의 전투조끼에 탄통열쇠 2개를 넣은 상태에서 전투조끼를 예비생활관에 벗어둔 채 퇴근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범인 김민찬 일병은 4일 오전 11시 20분부터 35분 사이 잠금장치가 되어 있지 않은 총기보관함에서 구자윤 일병의 K-2소총 1정을 훔친 데 이어 상근예비역들이 옷을 갈아입는 예비생활관에서 상근예비역 김 모 일병과 유 모 일병이 관리하는 탄약통 열쇠를, 간이탄약고 상단에서는 상근예비역 김 모 일병이 관리하는 탄약통을 훔쳤다.

    이때 상황실 담당자인 한대용 하사는 물을 마시기 위해 잠깐 자리를 비웠다. 故이승렬 상병은 소초 내부 순찰 때문에 상황실을 나왔다. 해안감시기기 운용병은 김민찬 상병이 상황실에 들어온 것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

    김민찬 상병은 공중전화 부스 옆으로 이동해 탄창 3개 중 2개를 자신이 갖고 하나는 총에 끼우고 하나는 체육복 주머니에 넣었다고 한다. 이때 내부순찰을 위해 공중전화로 다가오던 故이승렬 상병(상황병)을 발견한 김민찬 상병은 총을 쐈다.

    김민찬 상병은 ‘공범’으로 긴급 체포된 정 모 이병에게 수류탄 1개를 쥐어주고선 ‘고가초소를 폭파하라’고 지시한 뒤 내무반으로 향했다. 하지만 정 이병은 고가초소에서 ‘총에 맞았다’고 소리쳤고 이후 계속 도망 다녔다.

    한편 내무반 문을 연 김민찬 상병은 잠자고 있던 故이승렬 일병 등 전우들에게 총을 쏘았다고 한다. 김민찬 상병은 왼쪽과 오른쪽 침상 앞쪽부터 번갈아 가며 조준사격을 했다. 이때 권 혁 이병이 다리에 총상을 입으면서도 김민준 상병을 내무반 바깥으로 몰아내고 박기준 일병과 남기윤 상병이 문과 창문을 닫고 잠갔다.

    내무반에서 쫓겨난 김민찬 상병은 부소초장실로 향해 故이승훈 하사에게 총격을 가한 뒤 총을 복도에 내팽개치고 달아났다. 달아나던 중 소초장을 만난 김민찬 상병은 “소초장님, 죄송합니다”라고 말한 뒤 황급히 달아났다고 한다.

    중앙통로에서 정 이병을 만난 김민찬 상병은 터뜨리지 않은 수류탄을 건네받고선 자폭을 시도했지만 살았고, 곧 부대원들에게 체포됐다.

    이 과정에서 해당 부대는 술 반입, 총기 및 탄약 보관함 관리 등을 관리하는 상근예비역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났다.

    김민찬 일병이 마신 술도 상근예비역에게 부탁해 인근 편의점에서 구입한 것이었다. 소초와 편의점 간 거리는 400미터에 불과했고 매일 출퇴근하는 상근예비역들의 술 반입은 별다른 제재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민찬 상병의 정신상태도 상당히 불안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소초 등과 같은 경계근무 부대에서는 정신건강과 체력관리를 위해 교대로 잠을 자도록 하는데 야간근무조는 낮에 잠을 자야 한다. 김민찬 상병은 그러나 예전부터 다른 부대원들이 모두 잠든 시간에도 혼자 자지 않고 개인적인 활동을 했다고 한다. “왕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김민찬 상병이 자신을 따돌리는 부대원들과는 달리 다른 상근예비역들과 잘 지냈으리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입영 시 부대원 관리도 문제였다. 김민찬 상병은 훈련소에서 실시한 인성검사 결과 ‘불안, 성격장애, 정신분열증 증상’ 등과 같은 비정상적인 소견이 나왔다고 한다. 생존자들은 김민찬 상병이 평소에도 다혈질이고 나태하며 불안정한 성격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개인 사물함에서 발견된 메모에서도 ‘학교 다닐 때 문제아, 선생님께 반항 및 욕설, 사회성격이 군대에서도 똑 같아, 모든 것 포기 심정, XX놈들아 X새끼들 다 죽여 버리고 싶다, 엄마 미안’ 등이 기록돼 있었다. 

    한편 국방부와 해병대는 ‘해병대 병영문화 혁신’과 ‘인성 결함자 입영차단’ ‘보호관심 병사 관리대책 보완’을 대책으로 내놨다.

    국방부는 지난 6일부터 합참과 함께 현장 실태점검에 나섰다고 한다. 7월 중에는 장관 주재로 해병대 병영문화 혁신 대토론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해병대 우수 장병 확보를 위해 학사장교 정원을 학군단으로 전환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인성 결함을 가장한 병역기피, 이미 입대해 복무 중인 ‘관심사병’의 처리 문제, 상근예비역 임무 및 관리 체계 개선 등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