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표준협회 초청 특강에서 춘향전 비하 발언측근들 "영화 '방자전' 떠올리며 조선조 탐관오리의 극한 부패를 얘기하려다..."
  • 김문수 경기지사가 "춘향전은 변 사또가 춘향이 따먹는 이야기"라고 말해 입도마에 올랐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공직사회가 썩었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 "조선시대 때나 그랬지, 지금 대한민국 대부분 공무원은 깨끗하다"는 주장을 펼치기 위해 '과장-강조 수사법'을 동원하면서 나온 표현이다.

    공식석상에서 대권을 바라보는 경기지사가 입에 올릴 발언이 아니라는 점에서 파문은 SNS 등을 통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 지사가 강조하려던  발언의 핵심과 주제는 쏙 뺀채, 특정 부분만 부각시킨 언론에 대한 비판도 있다.

    김 지사는 22일 오전 7시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국표준협회 초청 최고경영자조찬 강연에서 공무원들의 잇따르는 비위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내려 했다. 그 과정에서 누구나 흔히 하는 '과장-강조 수사법'을 동원했다. 영어로 말하자면 이른바 '오버 레토릭'이다. 

     "청백리 따지지마라! 지금 대한민국 공무원은 상대적으로  청백리다, 역사를 봐라"고 말했다.

    또 “대한민국 국사는 1948년 시작이지만, 공무원들은 고구려, 신라, 고려, 조선 역사만 안다”면서 “세계인들은 삼성, LG, 현대만 알고 있는데, 우리는 '장보고가 세계를 호령했다'는  타령만 하고 있다”고 현 세태를 비판했다.

    곧이어 김 지사는 "춘향전이 뭡니까. 변사또가 춘향이 따 먹으려는 이야기 아닙니까"라며 “(춘향전 배경에 나오듯)썩어 빠지고 형편없는 관리들에게 수천년을 살았는데 (아직도)맞지도 않는 역사를 들이대냐”고 현재 대다수 공무원은 깨끗하다는 것과 대한민국 역사관 정립을 강조했다.

    이런 '과장-강조 수사법'을 동원하면서 까지 하려고 한 메시지는 무엇일까. '변사또'란 캐릭터는 '권력+금력'을 다 갖고 있던 조선 시대 지방자치단체장이다. 그런 그가 춘향에게 은근히 '성상납'을 요구하다 거부당했다. 그러자 '사법권'을 동원, 끝끝내 '성폭력'을 하려고 했던, 그렇게 추악하기 이를 데 없는 '정치인'의 상징 아닐까.

    얼마전 '춘향전'을 새롭게 해석한 영화 '방자전'이 장안의 화제였다. 이 영화에서 추악한 정치인의 상징인 '변사또' 역을 맡았던 배우 송새벽은, 영화에서 '가학성 변태 성욕자(새디스트)'로 그려졌던 '변사또' 역을 너무나 리얼하게 연기해 일약 떠오르는 배우가 됐다. 그의 드라이 한 말투는 한동안 화제의 중심이 되기도 했고, 그 결과 그는 영화제에서 신인연기상을 받게 됐다.

    '방자전'은 조선 중기의 부패상, 즉 탐관오리가 서민을 등치는 현실, 요즘의 부패-비리를 능가하는 조선조 사회의 권력지배구조를 통렬하게 비틀어 야유하는 훌륭한 영화라는 비평가들의 찬사를 들었다.

    아마도 김지사는 이런 '방자전'을 연상하며 문제의 발언을 한 듯하다고 김지사 측근들은 말하고 있다.

    이런 김지사의 '과잉 수사법' 발언은 한 지역 방송을 통해 처음 보도됐으며 이후 중앙 일간지에 보도되며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 경기도당은 논평을 통해 "김문수 지사는 부적절한 발언으로 도민을 부끄럽게 하지 말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민주당 경기도당은 "'따 먹는다'는 표현은 시정잡배들도 쓰지 않는 저급한 표현이다. 김 지사 눈에 권력에 핍박받는 춘향이가 '따먹을' 먹거리로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 것인가. 대단히 불쾌한 성비하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김 지사가 평소 강연을 통해 우리 역사상 공무원 부정부패의 예로 춘향전과 홍길동전을 들었는데, 이번에는 과한 표현을 했다"면서 "지사가 청중에게 유머를 한다는 것이 말실수가 됐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탐관오리의 상징인 변 사또를 강조해서 표현하려다 보니 생긴 일”이라며 “본래 발언의 요지는 생략한 채 오해를 살만한 부분만 강조해서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다”고 섭섭함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