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전남지역 자치단체들이 말(馬) 산업을 키우겠다며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

    승마 인구가 급증하는데다 지난 3월 말 산업 육성법이 통과되면서 정부의 지원이 늘어날 것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 산업 토대가 취약한 상황에서 비슷한 사업들을 경쟁적으로 펼치다 보니 경제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전남에서 가장 먼저 말 산업에 시동을 건 자치단체는 장흥군이다.

    말 산업 특구 지정을 희망하는 장흥군은 76억원을 투입해 말 사육 기반 조성에 나서고 있다.

    군유지를 활용해 종마(種馬) 사육장을 조성하고 간척지(50㏊)에 경주마 생산 전업농가를 육성할 계획이다.

    장흥군은 조선시대 최고의 군마 훈련장이었던 만큼 명품 말 육성을 위한 토양환경과 기후, 수질 등 3대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어 말 사육의 최적지라면서 경주마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당나귀 사육단지 조성사업을 통해 유소년층 고객을 겨냥한 관광체험 상품을 개발하고 당나귀 고기 개발ㆍ판매 등 새로운 농가 소득원을 창출할 계획이다.

    담양군은 2015년까지 2천541억 원을 들여 용도별 말 생산을 위한 목장과 승마장을 각각 3곳씩, 마구 생산을 위한 대장간과 마분(馬糞ㆍ말똥)을 활용한 신재생 에너지화 시설, 무료 승마교실 등 말 산업 관련 14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담양군은 한 번 고배를 마셨던 한국 마사회 제5경마장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순천시는 2013년 순천정원박람회 개최 때 말을 활용한 레저 산업 수요가 충분할 것으로 보고 박람회장 부지 맞은편 2만 9천957㎡를 승마장 부지로 택해 올해 탈락한 승마장 설치사업에 재공모한다는 방침이다.

    2008년부터 전국 말 마라톤 대회를 열고 있는 신안군도 해변 승마 관광명소 키우기에 공을 들이고 있고 화순군과 영광군도 말 산업을 통한 지역 경제활성화 전원 명품도시로 만들기 위한 각종 시책을 개발 중이다.

    이들 자치단체는 말 산업 육성법이 오는 9월 본격 시행되면 말 관련 산업이 농촌의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해신 장흥군 말 산업 육성 담당은 19일 "2~3년 후엔 승마가 대중화될 것이다.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말 산업을 전략적으로 확산하기 위한 기반을 구축한다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말 산업의 미래가 이들 자치단체가 꿈꾸는 만큼 그렇게 장밋빛은 아니라는 의견도 없지 않다.

    고급 스포츠로 알려진 승마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아직 부족한데다 수요에 비해 승마장이 넘쳐나면 관리비와 사육비 등을 감당하지 못해 경영난에 빠질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각 자치단체가 사업성 검토 없이 무턱대고 시설 투자만 할 경우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수 출신으로 서라벌 대학 마사과 학과장인 권승주 교수는 "매년 승마 인구가 20% 증가하고 있다. 말 산업 시장은 커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자치단체가 지역 실정에 맞는 말 산업을 특화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주로 마장에서 승마를 즐기는 수도권 승마 인구를 끌어와 체류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흥.담양=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