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대상으로 하는 발언인가세종시 과학벨트 탈락과 맞물려 묘한 분위기
  • 대통령 특사로 유럽을 방문 중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29일(현지시각) 지역 균형발전의 중요성과 지도자 신뢰 문제를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지역균형발전론’과 ‘지도자 신뢰론’을 누차 밝힌바 있지만 이날 발언은 세종시가 과학벨트 입지 후보지에서 탈락한 뒤 충청권이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과 맞물려 묘한 해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울러 신공항 백지화 사태와 관련해 박 전 대표가 한 ‘대선공약 재추진’ 발언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 ▲ 이명박 대통령 특사로 네덜란드를 방문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29일 헤이그 숙소호텔에서 세계적인 정유회사인 말콤 브린디드 쉘 부회장을 접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명박 대통령 특사로 네덜란드를 방문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29일 헤이그 숙소호텔에서 세계적인 정유회사인 말콤 브린디드 쉘 부회장을 접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전 대표는 이날 저녁 네덜란드 헤이그에 소재한 쿠라후스호텔에서 열린 재외동포초청 만찬 간담회에서 “네덜란드는 어느 지역을 가든 균형있는 발전을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균형발전의 개념에 대한 질문에 “한 지역은 너무 못 살고 다른 지역은 너무 비대해지는 게 사회갈등을 일으키고 발전과 통합을 저해하는 원인”이라고 답했다.

    이어 “어느 지역에서 태어나든 어느 곳에서 살든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평균 이상의 삶의 질을 구가할 수 있는 나라가 진정 좋은 나라”라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우리 국민이 어느 곳에서 태어나든지 어떤 계층이든지 자신만의 독특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 그게 모여 국가가 성장하는 것이란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 ▲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베아트릭스 네덜란드 여왕이 29일 네덜란드 헤이그 텐 보쉬궁에서 접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베아트릭스 네덜란드 여왕이 29일 네덜란드 헤이그 텐 보쉬궁에서 접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전 대표는 “그렇게 하려면 많은 정책들을 펴야 하는데 정책을 아무리 펴더라도 실천이 안되면 불신만 생기고 끝나기 때문에 역시 신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정가에서는 여권 내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박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면서 친이(親李)계 대권 주자들의 행보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대규모 국책사업을 둘러싼 논란(지역 균형발전)과 4.27 재보선 패배를 놓고 여당 내에서 일고 있는 책임론(지도자의 신뢰)을 꼬집고 있다는 해석이다.

    아울러 한나라당 내 잠룡들과의 지지율 격차를 더욱 늘리면서 본인의 입지를 더욱 굳건히 하고, 4.27 재보선 승리를 통해 입지가 넓어진 민주당 손학규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뉘앙스를 담고 있다는 말도 있다.

    한편, 박 전 대표는 앞서 베아트릭스 네덜란드 여왕을 예방했다. 애초 예방 시간은 30분으로 예정됐었지만 접견실 너머로 웃음 소리가 새어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화기애애해 1시간 가량으로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