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5 SE,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스텔스 전투기 아냐공개입찰로 단가 낮추려다 ‘송사’ 휘말려 엉망 될 수도
  • 지난 1월 말 언론들은 ‘군이 2015년부터 스텔스 전투기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보도 내용은 이해가 갔지만 거론되는 후보기종들이 이상했다. 왜 ‘스텔스 전투기’가 아닌 기종들이 ‘스텔스 전투기 사업 후보’로 거론되는 걸까.

    스텔스 전투기가 아닌 ‘스텔스 전투기 사업’ 후보기종

    최근 신형 순항미사일 연내 배치, 해병대 병력 2000여 명 증강 등 국방력 강화 소식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9일에도 그동안 F-15K만 운용이 가능했던 정밀유도폭탄 JDAM을 KF-16에서도 운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이 나왔다. 이를 통해 국민들은 우리 군이 서북도서 방어는 물론 북한의 비대칭 전력에 대응할 준비도 착착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1월 말 우리 군도 스텔스 전투기를 도입한다는 게 알려졌을 때 마찬가지였으리라. 하지만 당시 언론에서 거론한 후보 기종에는 F-35 외에 F-15SE(사일런트 이글)와 유로파이터 타이푼도 있었다. F-35 라이트닝Ⅱ는 ‘진짜 스텔스 전투기’라 문제가 안 되지만, F-15SE와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스텔스 전투기가 아니어서 이상했다.

  • ▲ F-15SE(Silent Eagle)의 모습. 공기흡입구 옆에 무기장착판(파일런)이 보인다.ⓒ
    ▲ F-15SE(Silent Eagle)의 모습. 공기흡입구 옆에 무기장착판(파일런)이 보인다.ⓒ

    F-15SE은 현재 우리 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F-15K를 보다 더 개량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체에는 전파 흡수 도료를 칠하고, 레이더 반사면적(RCS)이 높은 무기를 내부에 수납할 수 있도록 기체 일부를 재설계했다. 또한 탐지성능을 향상시킨 APG-82 AESA 레이더를 장착했다. 보잉 측은 이 같은 개량을 통해 ‘F-15SE의 스텔스 성능은 수출판 F-35 수준에 맞먹는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후보기종에 오른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공대지 임무 수행이 가능토록 한 개량형이다. 유로파이터는 1970년대 후반 독일,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이 새로운 유럽형 전투기를 개발하는 프로젝트 ‘EF-2000’을 시작됐다. 개발 기간만 20년이 넘었다. 처음 시제기가 나왔을 때 유로파이터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발군의 공대공 성능으로 개발에 참가한 국가들을 만족시켰다. ‘기존의 4세대 전투기(F-15E급) 중에서는 최고’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미국이 F-22 랩터를 실전배치하면서 ‘최고’라는 수식어는 사라졌다. 게다가 적기 요격에 중점을 둔 ‘유로파이터’는 폭격 능력도 없었고, 스텔스 기능은 더더욱 없었다. 가격도 문제가 됐다. 美의 F-15K 보다 훨씬 비싼 가격(F-15K는 대당 1,100억 원,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대당 1,600억 원) 때문에 한국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FX 사업)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 ▲ EF2000 유로파이터 타이푼. 4세대 전투기 중에서는 최고로 꼽힌다.ⓒ
    ▲ EF2000 유로파이터 타이푼. 4세대 전투기 중에서는 최고로 꼽힌다.ⓒ

    또 다른 굴욕도 있었다. 개발 관련국들이 유로파이터 타이푼의 구매를 주저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당초 계획보다 적은 수의 전투기만 생산됐다. 심지어 영국 정부는 국방예산 절감 차원에서 지난 1월 10일, 2007년 대당 약 1,500억 원 주고 구매한 유로파이터 타이푼을 모두 매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될 위기에 처한 개발사 EADS는 세계 각국에 유로파이터 타이푼을 구입하면 기술이전을 해줄 것이라며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스텔스 기능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누가 ‘무늬만 스텔스 전투기’를 ‘스텔스 전투기’라 할까

    하지만 이 두 기종은 ‘스텔스 전투기’가 아니어서 우리 군이 요구하는 ROC를 충족할이지 미지수다. 그렇다면 왜 이 기종들이 후보로 거론된 것일까.

    ‘2015년 스텔스 전투기 도입’ 보도 이후 관련 사정을 잘 아는 국방부 관계자와 국방전문기자, 민간 군사연구가들에게 어디서 이 기종들이 거론되기 시작했는지 물어봤지만 명확히 아는 사람이 없었다. 사업을 책임지는 방위사업청 측 또한 “우리는 후보기종에 대해 뭐라고 말한 바 없다”며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방위사업청 측은 “일단 기존의 무기도입사업처럼 ROC(군 작전요구성능)을 정한 뒤 공개입찰을 할 것이며 업체들이 알아서 입찰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 대답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2015년 도입할 FX 사업이 스텔스 전투기 도입이라면, 당연히 스텔스 전투기를 대상 기종으로 해야 하고, 그 대상은 현재 록히드 마틴社의 F-35 라이트닝Ⅱ와 F-22 랩터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중 F-22는 해외 판매가 불가능해 결국 F-35가 유일한 후보기종이 된다.

    물론 방위사업청의 말은 경쟁 입찰을 통해 구매단가를 낮추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해외 군수업체들은 ‘최고의 장사꾼’들이다. 자칫하면 ‘무늬만 스텔스 전투기’를 내민 업체들이 공개입찰 결과에 반발, ‘대규모 송사(訟事)’를 벌이거나 과거 F-15K 전투기 도입 때처럼 여론전을 펼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단가를 낮추겠다는 방사청의 의도는 허사가 될 수 있다.

    최근 일부 언론을 통해 F-15SE나 유로파이터 타이푼이 후보기종으로 거론되는 것이 이 같은 ‘공개입찰’의 허점을 미리 뚫어놓기 위한 일부 업체 에이전트들의 ‘홍보’가 아닌가 의심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주변 국가들의 ‘스텔스 전투기 도입경쟁’에 맞서기 전에 먼저 ‘거대 군수업체’들과의 ‘두뇌 싸움’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