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억 달러면 자유통일 가능 
     
     진실을 알리고 북한주민을 직접 돕고 땅굴을 발굴하면, 100억 달러로 능히 자유통일을 달성할 수 있다.
    최성재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김정일의 선의를 믿고 북한에 약 70억 달러에 해당하는 돈과 물자를 퍼 주었다. 이명박 정부는 주로 개성인질공단을 통하여 약 8억 달러를 퍼 주었다. 액수의 다과를 떠나, 세 정권 중 어느 정권도 분배의 투명성을 요구하지도 확인하지도 않았다. 2011년 2월 7일자 조선일보에 의하면, 배급체제가 무너진 북한에서 탈북자 2만 명이 보내는 연간 1,000만 달러가 북에 남은 가족과 중간에서 손 벌리는 자들에게 생명의 송유관 역할을 담당하는 모양이다. 지난 13년간 퍼 준 78억 달러는 김정일의 기사회생과 김정일의 핵개발과 김정일의 다섯 차례 서해 도발과 김정은의 3대 세습에 지대한 공을 세운 듯하다. 비용 대비 효과로 볼 때, 탈북자가 보내는 눈물의 십시일반은 북에 남은 가족에게 직접 전해지므로 독재 유지비로 100% 전용되는 통 큰 퍼 주기보다 수백만 배 낫다.

       “김대중 대통령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수백만 명이 생명을 건졌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수백만 명이 이밥에 쇠고기 국을 먹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수백만 명이 기와집에 삽니다.”

       당연히 이런 말이 시도 때도 없이 들려와야 하는데, 단 한 명도 단 한 번도 빈말로도 북한의 방송에 나와 이렇게 고백하는 자가 없었다. 오로지 장군님 덕분에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게 산다는 말밖에 안 들린다. 개미 다리 3살 아이도 멀건 죽 한 그릇만 받아들면 김정일에게 감사 기도부터 올린다. 이것은 배은망덕이 아니라 당 간부나 군인이 아닌 한, 일반 북한주민은 누구도 78억 달러의 혜택을 못 받았다는 반증이다.

       78억 달러의 역효과는 남북 간의 진실 차단하기 일심동체에서도 잘 나타난다. 언론자유가 보장된 한국에선 방송도, 신문도, 인터넷도 자체검열에 나섰다. 교과서도 싹 바뀌었다. 600년 전 과거를 회상하듯 어른은 감정이입 없이 60년 전 북한의 만행을 반쯤 졸린 눈으로 어쩌다 언급하고 아이들은 하품하며 듣고, 원수의 자식과 운명적 사랑에 빠진 듯 만나주기만 하면 부자 처녀는 제비족에게 알아서 척척 갖다 바치며 올챙이배를 황홀하게 바라봤다. 부자 처녀는 동네방네 백마 탄 왕자에 대해 떠들어댔다. 부자 처녀 눈에는 백마 탄 왕자와 한 몸 되어 알콩달콩 사는 모습이 손에 잡힐 듯 어른거렸다. 대북 진실방송과 휴전선 확성기가 상호비방 금지란 약속 한 마디로 딱 끊어졌던 것이다. 아직도 끊어져 있다!

     60년 연속 언론자유 세계 꼴찌 북한은 더 큰 거짓의 암흑 속으로 빠져들었다. 안팎으로 북한의 독재권력과 남북의 야합에 의해 진실이 거의 완벽하게 차단되었다. 6.15 강철 체제를 뚫고 압록강과 두만강으로 일부 흘러드는 소문이 아무리 그럴 듯해도 북한 땅에 사는 한, 생활총화와 학습의 세뇌작업이 계속되고 안전성과 보위부가 낮 새와 밤 쥐가 되어, 북한 주민은 김일성과 김정일 생각만 하면 눈물이 줄줄 흐른다. 대북 진실방송과 휴전선 확성기가 기나긴 침묵에 들어간 것은 가장 강력한 진실의 통로가 차단되었다는 걸 의미한다.

      진실에 대한 영혼의 갈증을 풀어 준 것은 오로지 풍선 전단과 하루 한두 시간 희미한 단파 방송뿐이었다. 김/노/이 세 정권의 노골적 방해 가운데 이뤄진 그것은 복음이었다. 희망이었다. 사랑이었다. 신뢰였다.

      등소평이 개혁개방한 것만 알지, 사람들은 왜 그가 그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것은 다름 아닌 홍콩의 진실을 더 이상 감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목숨을 걸고 홍콩으로 도망간 사람들이 몇 달만 있으면 중국 고위 공산당 간부보다 부자가 되어 돌아왔다. 그렇게 되자 아무리 강제수용소에 집어넣어도 소용없었다. 노동자, 농민, 어린 학생만이 아니라 공산당 간부도 도망갔다. 1979년 1월부터 5월까지 15만 명이 홍콩으로 넘어갔다. 2012년 중국의 국가주석으로 내정된 습근평(習近平)의 아버지 습중훈(習仲勳)이 당시 광동성 당서기였는데, 그도 처음에는 고리타분한 소릴 했으나 휘황찬란한 자본주의 마천루와 꾀죄죄한 공산주의 어촌을 번갈아 보며 강제수용소에 갇힌 사람들을 찾아가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내 그는 홍콩 맞은 편 곧 당시 보안(寶安 현재 심천)을 경제특구로 개방하지 않으면 해결책이 없다고 확신하고 등소평에게 건의한 것이다.

       돈이 들어가되 북한주민의 주머니로 들어가야 하고, 식량이 들어가되 북한주민의 입으로 들어가야 한다. TV도 라디오도 동독이나 루마니아나 소련처럼 북한으로 마구 흘러 들어가야 한다. 그러면 아무리 세뇌작업해도 소용없다. 북한에 살아도 북한 밖에 나온 것과 같이 남북한의 현실에 대해 속속들이 알면, 중국의 개돼지도 북한주민보다 잘 먹고, 서울의 달동네도 북한의 공산귀족만 어쩌다 구경하는 라면을 마음대로 먹는다는 것과 1% 최고급 간부 외에는 북한에서 꿈도 못 꾸는 하루 24시간 전기와 수도의 혜택을 누린다는 것을 알면, 소련이 해체되고 동구가 무너지고 동서독이 프랑스와 영국 등 주변국이 아무리 반대해도 자유통일되었듯이 어느 날 갑자기 휴전선은 무너지고 김일성 동상은 거꾸러진다.

       또한 북한주민의 고달픈 삶과 인권침해에 대해, 히틀러보다 악독하고 스탈린보다 악랄한 김정일의 인권유린에 대해 한국의 방송과 신문과 인터넷이 미친 소에 대해 보도하던 것의 100분의 1만 보도하기 시작하면, 그리하여 인정 많은 한국인이 북한의 진실에 대해 눈을 뜨면, 한국은 뒤집어진다.

       KBS가 대북 진실방송을 재개하고 국군이 풍선 전단을 날리고, 대북송금용으로 정부로부터 별도로 지원받은 탈북자가 북한주민을 직접 돕는 데는 1년에 10억 달러면 넘치고 넘친다. 개성인질공단은 당장 폐쇄하고 그곳 기업에겐 남북협력기금으로 보상해 주고, 매년 10억 달러를 북한주민의 육체와 영혼을 동시에 살찌우는 데 사용하면 10년 안에 자유통일된다. 더하여 하나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연천이나 김포나 수원처럼 땅굴의 기미가 농후한 장소들은 무상급식할 돈에서 100분의 1만 떼어 절개하면 장차 토실토실 살이 쪄서 김정일의 노예로 전락할 어린이 수백만 명을 구할 수 있다. 김정일은 씩씩거리다가 분통이 터져 그냥 죽게 내버려두면 된다. 허튼 수작을 부리면 소말리아 해적을 소통하듯이 바로 응징하면 되고.

      얇은 베니어판자 하나 무너뜨리고 남북소통 자유대로를 내면 될 일인데, 그 앞을 겹겹이 인의 장막으로 가로막고 사람들을 보내어 지구를 한 바퀴 빙빙 돌아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짓은 제발 그만두어야 한다. 그러다가 제2의 월남 꼴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