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천 재보선, 정국 뇌관, 김경재 최대 변수 
    김경재 승리 시, 민주당과 야권연대 지각변동 불가피 
     
    변희재, pyein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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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27일 민주당 소속 이광재 강원도지사와 서갑원 의원(순천)이 잇따라 의원직 사퇴에 해당하는 대법원 판결을 받았다. 이에 기존의 경기분당을, 경남 김해을과 함께 강원도와 전남에서 재보선 선거구가 나오면서 4월 재보선은 미니 총선의 성격을 띄게 되었다.

    여당과 야당은 각기 사활을 걸고 재보선 준비에 나서고 있다. 전체적으로 정치권이나 중앙언론에서는 강원도와 경남 김해를 주요 승부처로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피상적인 분석과 달리 오히려 전남 순천의 경우 정치판 전체를 뒤흔들 만한 일전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순천은 지난해 6월 지자체 선거 때부터 뇌관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현직 민주당 소속 노관규 순천시장이 서갑원 전 의원의 공천 방식에 불만을 품고 전격 탈당하여 무소속 출마를 감행한 것이다.

    당시 서갑원 전 의원이 주도한 민주당 전남도당은 당원 300명과 시민 300명 등 고작 600명만을 체육관에 모아놓고 민주당 순천시장 후보자를 경선 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이에 노관규 시장은 “전남, 광주, 전북까지 통틀어서 순천처럼 당원과 시민을 체육관에 불러 경선하는 방식을 택한 곳은 없다”, "민주당 시장 후보는 곧 당선이라는 호남 지역의 정치 정서상 극소수의 시민과 당원이 경선에 참여해 후보자를 선택하는 것은 대다수 많은 시민들의 참여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며 반발하며 탈당했다.

    서갑원과 민주당에 대한 불만으로 무소속 출마한 노관규 순천 시장의 대승

    민주당은 조보훈 후보를 공천했다. 전체적으로 이명박 정권 심판론이 거셌던 지자체 선거였지만 순천에서는 오히려 민주당이 대참패하며 심판을 받았다. 노관규 시장은 37%, 민주당의 조보훈 후보는 19%로 무료 18%의 표차가 벌어졌다.

    그러나 민주당과 서갑원 후보는 전남과 순천 지역 지자체 의원을 동원하여 노관규 시장의 시정을 압박하며 보복에 나섰다. 노 시장의 최대 역점 사업인 순천만정원박람회를 비롯한 핵심 시정에 제동을 걸어왔다는 게 순천 정가의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이 때문에 노관규 시장은 이번 4월 재보선에 출마하는 것까지 고려했으나, 일단 출마의사는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자체 선거의 결과나 민주당과 노관규 시장과의 관계로 볼 때, 순천 지역에서 민주당 공천장은 당선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민주당에서는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을 역임한 조순용 현 순천대 석좌교수, 노무현 정부시절 농림부장관을 역임한 허상만 전 순천대 총장, 새정치국민회의 당시 당 법무관을 지낸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 노무현 정부 당시 공정거래 사무처장을 지낸 허선 법무법인 화우 선임컨설턴트, 김영삼 정부 시절 농림수산부장관을 역임한 허신행씨, 신택호 변호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중 조순용 석좌교수는 현재 민주당의 실세인 박지원 원내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져있다. 만약 민주당이 공천을 한다면 현재로서는 조순용 석좌교수가 유력하다.

    그러나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은 순천에서 민주당 일방통행을 저지할 계획이다. 순천 보선에 나설 '비민주' 야당 후보로는 민주노동당에서 김선동 전 사무총장과 이수근 현 순천위원장이, 국민참여당에선 윤병철 전 순천시장 후보가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민주당을 제외한 채 일단 연대하여, 야권 연합 차원에서 민주당의 공천 포기를 중앙당 차원에서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유시민의 국민참여당 김해을에 올인, 민주노동당은 순천 단일후보 요구할 듯

    현재 국민참여당은 유시민 전 장관이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며 김해을 선거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고향으로서의 상징적 차원, 또한 최초의 원내 의원 배출이라는 실리적 차원에서 김해을 선거를 국민참여당 후보로 단일화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등은 한미FTA 저지를 위해 시민사회와 통합기구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4월 재보선 선거에서의 야권 연합에 대한 논의는 불가피하다. 특히 지난해 7월 재보선 당시 정세균 민주당 전 대표가 다음 재보선 때 군소야당에 양보하겠다는 공언을 해왔기 때문에, 민주당으로서는 군소 야당의 요구를 마냥 모른 체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이번 재보선은 내년 총선 전의 마지막 재보선이므로, 총선 때의 야권 연대를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최소한의 성의와 신의를 표현해야 하는 입장이다.

    만약 국민참여당이 경남 김해을의 단일 후보권을 갖게 된다면 민주노동당은 순천 지역의 단일후보를 강력히 요구할 수 있다. 이미 지난해 7월 재보선 때 광주 남구청장 선거에서 민주당 김선옥 후보가 23.8%의 득표에 그치며 김종식 무소속 당선자(38.2%)는 물론 `비민주 야4당 단일후보'로 나선 국민참여당 서대석 후보(35.0%)에게도 크게 밀리며 3위에 머물렀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입지는 좁아졌다. 또한 정운찬 전 총리, 강재섭 전 대표 등 여권 내 거물이 출마할 것이 확실시 되는 경기 분당을 선거에서 야4당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순천 지역의 양보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야권연대의 구도로 볼 때 전남 순천에서는 민주노동당 소속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나설 공산이 크다. 설사 민주당 후보가 야권 연대를 하지 않고 출마한다 하더라도 광주 남구청장 선거나 순천시장의 선거 결과로 볼 때,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장담할 수 없다.

    오히려 이 때문에 순천에서는 무소속 후보가 약진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10여명의 민주당 소속 출마자들은 야권연대설과 함께 지역 정가에서의 서갑원 전 의원에 대한 안 좋은 여론 등을 고려해 무소속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기도 하다.

    김경재 전 의원은 이미 20%대 득표율 확보한 채 시작

    이에 요주의 인물은 김경재 전 민주당 최고위원이다. 김경재 전 의원은 15대와 16대 순천에서 재선 의원을 지낸 바 있다. 지난해 지자체 선거에서는 이명박 심판론과 박준영 대세론이 거센 상황에서도 전남지사에 출마하여 순천에서 10%대의 득표를 한 바 있다. 지자체 선거에 비해 재보선의 득표율이 크게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김경재 전 의원은 20%대의 득표를 확보하고 선거에 뛰게 되는 셈이다.

    김경재 전 의원이 순천 선거를 자신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는 민주노동당의 표 확장력의 한계이다. 민주노동당이 주도하는 무상 시리즈 정책이 여전히 성장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순천 지역 유권자의 표심을 파고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민주동당으로 단일후보가 결정된다면 의외로 손쉬운 승리를 얻을 있다. 둘째는 서갑원 전 의원 등 민주당에 대한 순천 지역의 불신이다. 설사 민주당 후보가 단일후보로 된다 하더라도 순천 시장 선거결과로 볼 때, 민주당에 유리하지만은 않다. 셋째, 미니총선으로 판이 커져버린 재보선 구도 상 중앙 정계와 언론에서의 인지도가 변수가 되었다. 김경재 전 의원은 다른 후보들과 달리 중앙정치 무대의 인지도가 월등히 높다. 4월 재보선이 다순히 순천 지역 선거가 아니라 전체 정국을 흔들만한 큰 판으로 확장된다면 민주노동당, 민주당, 무소속 후보 등이 난립하더라도 김경재 전 의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다.

    천정배와 이종걸 VS 강봉균과 김효석의 노선 전쟁, 김경재 전 의원의 시각은 후자

    호남 지역에서의 민주당에 대한 불신의 흐름은 크게 다른 두 가지 방향에서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민주노동당 등의 주장대로 민주당이 보다 더 좌파적으로 가야한다는 것이고, 둘은 그 반대로 민주당이 민주노동당에 끌려다니며 좌파 정당으로 전락해서는 절대 집권이 불가능하다는 불만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천정배, 이종걸 의원 등이 전자에 해당한다면 김효석, 강봉균 의원 등이 후자에 해당된다. 그러나 김효석, 강봉균 의원이 호남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호남에서의 불만은 오히려 후자에 가깝다. 천정배, 이종걸 의원 등이 수도권에서 한나라당과 맞서기 위해 반드시 야권연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반면, 호남 지역 의원들은 야권연대의 필요성보다는 민주당이 좌파의 함정에서 빠져나와 중앙으로 치고 나가야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김경재 전 의원의 정치적 판단도 강봉균, 김효석 의원 등과 크게 다르지 않다. 김경재 전 의원이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에서 탈당한 이유도 민주당의 노골적인 좌파성향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만약 김경재 전 의원이 야권 단일후보를 제치고 순천에서 당선될 경우, 민주당은 물론 야권연대 자체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 현재까지 중앙언론에서는 순천 선거에 대해 어차피 민주당 후보들 간의 승부라고 안일하게 보는 것과 달리, 순천 선거야말로, 경기 분당을이나 경남 김해을보다 더 큰 폭발력이 잠재된 정국 변화의 화약고인 셈이다.
    <변희재 /객원논설위원, 미디어워치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