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사장 배신←방문진·애국세력 단절?
     
    사추위와 TV 생중계 공청회 통해 김재철 연임 저지해야
     
    변희재    
     
    지난해 2월 김재철씨가 MBC 사장으로 임명된 직후 노조가 농성을 하자, 그는 출근도 포기하고 노조원 앞에서 90도로 머리를 숙였다. 이 당시 애국세력은 충격에 빠졌다. 이 문제로 수차례 비공개로 회의까지 열릴 정도였다. 이후 김재철 사장은 애국세력이 추천한 시청자위원 3인을 모두 탈락시키고, PD수첩 법원 판결 이후, 허위보도 당사자들이 아닌 PD수첩을 비판한 이상로 공정방송노조 위원장을 징계했다. 어떻게 이명박 정권에서 정권을 전복하기 위해 호시탐탐 기획를 노리는 MBC 수장을 교체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애국세력은 이미 사장 선임 과정에서부터 김재철의 배신을 예견했다. 김재철은 사내에서 이명박 대통령과의 친분관계가 있다는 소문이 널리 퍼져있었고, 이 때문에 이를 해명하는 전체 메일까지 돌린 바 있다. 즉 김재철은 MBC 사장에 임명되면서부터, 노조로부터 빌미를 잡힌 것이었다. 이 때문에 김재철은 어떻게 해서라도 노조의 비위를 거스르는 일은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사장 선임 직전인 지난해 2월 22일 50여개 애국단체가 구성한 MBC정상화추진국민운동본부에서는 사장 후보를 대상으로 공개 청문회를 개최했다. 이날 박명규 전 MBC 아카데미 사장, 이상로 공정방송노조위원장 등 3인이 참여했으나, 김재철은 이를 피해갔다. 또한 방문진에서 사장 후보를 3인으로 압축한 뒤, 미디어오늘에서는 이들에 대한 전화 인터뷰를 했으나, 오직 김재철만이 역시 이를 기피했다. 김재철은 사장 선임 과정에서 앞으로 MBC를 어떻게 개혁해나갈 것인지 단 한 번의 공개 입장도 표명하지 않은 채, 무임승차한 것이다.

    ‘PD수첩’ 진상조사안 공약해놓고, ‘PD수첩’ 비판한 이상로 위워장을 징계

    김재철이 방문진에 제출한 경영기획안에서는 ‘PD수첩’ 진상조사안이 포함되어있었다. 그러나 이를 공개적으로 약속하지 않으면서, 김재철은 ‘PD수첩’ 진상조사는커녕, ‘PD수첩’의 허위보도를 비판한 다른 MBC 구성원만을 징계하는 엽기적 행태를 보였다. 이런 김재철 사례를 검토해보면, 올 2월에 있을 MBC 사장 선임 절차를 어떻게 풀어나가야하는지 해법이 보인다.

    정권과 연관이 있고, 이를 당당히 돌파할 생각을 포기하고, 노조와 야합할 가능성이 있는 인물은 애초에 후보군에도 올리면 안 된다. 김재철 사례에서 드러나듯, 이런 인물 유형은 뒤에서 권력과 은밀히 공조할 수는 있어도, 가치와 원칙을 주장하는 애국세력은 철저히 배척하게 된다. 노조에 포위되었을 때, 외부 지원을 전혀 받을 수 없어, 결국 노조와 손을 잡게 된다.

    이러한 야합형 인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 등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방송문화진흥회가 아닌 사장추천위원회를 통해 후보군을 압축해야한다. 이미 KBS에서는 사장추천위원회를 가동하며 사장을 선임한 바 있다. 애국세력에 포함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다수도 김재철의 배신행보를 충분히 예견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의 소신을 지키지 못하고 김재철에 표를 던지고 말았다. 원칙과 소신을 포기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에게 사장 후보 추천권 자체를 맡기면 안 되는 일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사안은 사장으로 임명되기 전에는 술자리에서 MBC에 개혁의 칼을 드리댈 듯 말하다가, 임명되자마자 모른 체 할 수 없도록, 반드시 공개청문회를 도입해야 한다. 애국세력의 공청회와 미디어오늘의 전화인터뷰조차 피해다닌 김재철의 사례로 볼 때, 지난해 사장 선임 때, 공청회 과정만 있었더라면 김재철의 사장 취임은 막을 수 있었다. 국민 앞에서 “MBC를 이렇게 개혁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한 것까지 뒤집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TV생중계 공청회 하면, 사장 후보의 발언으로 MBC 병폐 국민에 널리 알릴 수 있어

    또한 공청회를 통하면 MBC 사장 후보의 발언을 통해 전 국민에게 MBC의 고질적 병폐를 널리 알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애국세력에서는 MBC 사장 공청회를 MBC TV와 라디오를 통해 생중계할 것을 방송문화진흥회에 요청했다. 그러나 같은 애국세력인 김광동 이사로부터 “MBC는 회사이므로 공청회는 불필요하다”, “좌파에 이용당할 우려가 있다”는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이번 2월 사장 선임에서도 애국세력은 방문진에 TV 생중계 공청회를 요구할 계획이다. 이번에도 김광동 이사 등으로부터 거절당할 가능성 자체를 차단하기 위해 1월 말에 최홍재, 김광동 이사 등을 불러내 방문진 평가토론회를 개최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 자리에서 TV 생중계 공청회 개최를 약속받겠다는 것이다.

    김재철의 배신행보에는 방문진의 책임도 절대적이다. 김재철은 사장으로 취임하자마자 관례적으로 방문진과 사장이 상의하여 임명해온 본부장 자리를 독자적으로 임명했다. 그렇다면 방문진은 MBC 사외 이사를 임명하면서 김재철의 배신을 견제했어야 함에도, 이러한 논의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김재철이 애국세력이 추천한 시청자위원 3인에 대해 시간을 끌며 탈락시킬 때에도 방문진은 속수무책이었다. 만약 좌파 진영에서 추천한 이사들이 이런 무능한 행태를 보였다면, 곧바로 사표를 써야했을 상황이었다.

    애국세력도 방문진도 충분히 배신행보를 예견했음에도, 김재철이 MBC 사장으로 취임할 있었던 원인은 바로 정부와 애국세력 간의 단절이다. 정부에서 당시만 해도 애국세력과의 거리를 두는 것이 국정운영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기류가 있었다. 김재철은 바로 이 틈을 치고 들어가 사장 자리를 취한 셈이다.

    애국세력의 힘으로 자리 차지한 뒤, 친노세력과 야합하는 사례는 현 정부의 흐름

    이번 2월 사장 선임에서 김재철을 퇴출시키고 개혁적 애국 사장을 선임하기 위해서는 방문진 등 정부와 애국세력과의 원활한 소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방문진 이외에도 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이 애국세력을 피해다니는 일은 허다하다. 노무현 정권 당시의 기관장들이 친노시민단체 행사에 당당히 나와 정당한 방법으로 기부금을 내는 모습을 현 정부 인사들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애국세력의 힘으로 자리를 차지한 뒤, 오히려 애국세력을 견제하며, 친노좌파 세력으로부터 인정받으려는 눈물겨운 몸부림만 보일 뿐이다. 김재철은 바로 이렇게 현 정부의 흐름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일 뿐이다.

    SBS ‘대물’에서 드러났듯이, 친노세력은 더 이상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정치적 선동만 고집하지 않는다. 오히려 높은 시청률로 더 많은 대중을 선동할 수 있는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방송사 내의 친노세력이 드라마와 예능으로 정치적 선동에 나섰을 때, 이를 외부에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드라마와 예능의 정치적 편향은 방송통신심의위에서 심의 대상조차 되기 어렵다. 오직 사장만이 정치적 의도를 꿰뚫어보고, 사내 기강을 잡아 단호하게 정치적 중립을 지키도록 하는 방법밖에 없다.

    만약 2월 사장 선임에서도 김재철이 정부 내의 웰빙세력과 MBC내의 친노세력의 암묵적 공조로 연임이 된다면,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에서, MBC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은 정치판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가치와 원칙 자체가 없는 김재철이라면, MBC 사장 지위를 이용해 유력 대권주자들과의 유착행위도 예상해볼 만하다.

    전체 애국세력들이 총 단결해서, 반드시 김재철 연임을 저지하고, 개혁적 애국 사장을 임명하는 일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할 때이다. 
    < 변희재 /객원논설위원,미디어워치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