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근대 역사상 현직 대통령이 재선을 노릴 때 선거본부는 모두 대통령이 머무는 워싱턴이나 그 인근에 차려졌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2012년 대선 선거캠프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

    미국의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28일 오바마의 재선 선거캠프가 워싱턴이 아닌 시카고에 차려질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오바마 측근들은 선거본부를 오바마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에 차렸을 때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선거캠프를 시카고에 차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데는 몇 가지 정치적 고려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난 중간선거 예비경선 때 부터 강하게 불어왔던 유권자들의 반(反)워싱턴, 반(反)기득권, 반(反)현역 정서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의 전략가인 케런 피네이는 오바마의 시카고 재선본부 출범 관측에 대해 "사람들에게 오바마가 시카고에서 왔으며, 그의 뿌리가 미국의 중산층이라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좋은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공화당 대선후보군의 한 보좌관은 "선거본부가 어디에 있는가는 메시지를 던져줄 수 있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을 워싱턴 사람보다는 시카고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를 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의 대선후보 경선캠프 대변인을 지냈던 필 싱어는 선거캠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근무시간 외에 무엇을 하는가도 중요하다면서 시카고에 선거캠프가 차려질 경우 선거캠프 요원들이 워싱턴의 정치부 기자들과 덜 어울리게 되고 기사 리크도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또 선거캠프와 백악관이 분리될 경우 백악관팀은 오바마의 대통령으로서의 국정운영 지원에 전념하고, 시카고팀은 오바마의 재선 캠페인에 전념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수차례 대선캠프에서 일해 본 자말 시먼스는 현직 대통령의 재선 캠프는 보통 워싱턴에 기반을 둬 왔고 이는 선거캠프와 후보를 좀 더 가까운 곳에 두기 위해서였다면서 오바마의 시카고 선거캠프 출범설에 대해 "혁명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지난 2년간 일했던 사람들에게는 대통령의 거품 밖으로 나가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라면서 "시카고에 있는 것은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바마 선거캠프가 시카고에 차려질 경우 문제점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치 고문들과 선거팀이 워싱턴과 시카고로 나뉘어 긴밀한 협조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고, 오바마와 그 가족들이 백악관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시카고를 기반으로 하는 선거 운동 구심점이 모호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폴리티코는 조지 부시의 2004년 재선캠프, 빌 클린턴의 96년 선거캠프, 조지 H.W. 부시의 92년 선거캠프, 로널드 레이건의 84년 선거캠프, 지미 카터의 80년 선거캠프 등이 모두 워싱턴이나 인근 버지니아에 차려졌었다고 전했다.

    한편 오바마의 측근들은 공화당의 잠재적 경쟁자들이 잇따라 2012년 대선을 겨냥한 행보에 나서는 상황에서 오바마의 재선 캠프도 시급히 출범시킬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수개월 내에 오바마의 재선을 위한 선거캠프가 출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선거를 20개월이나 남겨둔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의 재선 캠프 출범이 고려되는 것은 원활한 선거자금 모금 및 2008년 당시와 같은 풀뿌리 지지조직 재건, 공화당 경쟁후보로부터의 공격에 대한 효율적 반격 등의 필요성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