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군의 날' 군대는 무시하고 정치판 잔치하는 대통령
    군인을 존경하라, 국군 없이 대한민국도 없다


    로버트 김

    저는 매년 국군의 날만 되면 감회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얼마 되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당시 전기도 들어오지 않던 강원도 양구에서 1960년부터 제대할 때까지 복무했는데, 거기에서 제 인생에 많은 교훈을 얻었습니다. 지금도 그때 배운 인내심이 저를 지탱해주고 있는 저력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군은 북한의 재침략을 방어하기 위해서 목숨을 바쳐 대한민국을 지키고 있는 조직이라 항상 믿고 존경하고 있으며 지금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내가 제대한지 오래 되었지만, 이 조직을 위해 기회가 있으면 도움을 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1996년 대한민국 국군의 날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 있는 수도사령부 장교클럽에서 열렸던 리셉션에 초대받아 간 것이 제 인생을 완전히 변하게 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저를 사람으로 만들어 준 국군, 아니 대한민국을 사랑했다는 이유가 미국이 가장 싫어하는 일이었기에 저를 체포하여 만 12개월 동안 그 시끄러운 구치소에 감금하여 지치게 만든 후 범행을 자백하게 만들어 10년의 형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복역기간 동안 아무 사고 없었다고 해서 형의 15%를 감형해줘서 7년 10개월을 복역하고 가족에게 돌아왔습니다. 돌아와 보니 세상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그전에는 들어도 보지 못했던 휴대폰이 일반 사람들에게 보급되어 있었고, 인터넷이 각 가정마다 설치되어 있어서 새로운 세상에 들어온 것 같았습니다. 항상 쓰고 있던 냉장고도 처음 보는 가전제품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상상만 하던 김치의 맛을 보고 "이것이 김치구나"를 내 입으로 연발하고 있었습니다. 검은 머리는 거의 없어지고 소금과 후추 가루를 뒤집어 쓴 듯 내 머리카락은 예전과 달라져 버렸습니다.

    더욱이 내가 아무 사고 없이 정년퇴직을 할 수 있었다면 나와 내 배우자의 일생은 우리가 죽는 날까지 부족함이 없었을 것입니다만, 그러한 꿈이 그날 국군의 날 리셉션에 참석하는 그 시간을 기해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처럼 국군의 날은 나의 인생에 큰 획을 그어준 날입니다.

    그런데 금년의 국군의 날은 대통령을 비롯해서 정치권도, 국민도, 언론도 이날을 잊은 듯 김정일과 김정은의 북한의 세습기사와 이들의 사진만 TV 화면과 신문지면을 도배하고 있었습니다.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도 엄숙해야 할 국군의 날에 국군장병들을 초청한다던지, 조국을 지키다가 숨진 장병의 유가족을 청와대에 초청해서 이들을 위로해야 하는 것이 마땅한데 대통령은 이날 한나라당 소속의원 전원을 청와대로 불러 만찬을 즐겼다고 합니다. 대통령과 측근인사들이 군복무를 하지 않은 이유인지 몰라도 군대의 중요성을 모르는 듯 했습니다.

    2010년 제62회 국군의 날은 이처럼 홀대를 받고 지나가 버렸습니다.
    이 나라의 국군과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을 위해 국민과 정부는 제일 먼저 이들을 배려하고 존경해야 합니다.

    북한의 선군정치가 우리는 비인간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들에게 선군정치가 있기 때문에 외부의 침입을 받지 않는 것입니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정부나 국민이 군인을 경시하고, 젊은이들 간에 이것을 사회악으로 간주하고 인생을 허비하는 곳으로 생각한다면 우리나라의 장래는 불을 보듯 뻔합니다. 군인이 경시(輕視)되고 군대가 약한 나라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우리 조선왕국이 망한 이유도 무인(武人)을 경시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은 용맹스러웠던 이순신 장군을 모함까지 했습니다.

    과거 군부독재가 많은 지탄을 받고 있고, 과오를 저지른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는 40여 년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로의 진입에 초석을 놓을 수 있었으며 그들이 닦아놓은 기반으로 지금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대국의 반열에 진입할 수 있게 된 것은 인정해야 합니다.

    과거 조선의 무인들의 타겟(target)은 외부의 적이었지만, 문인들의 타겟은 내부에 있는 경쟁자들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당파싸움으로 시간을 허비했고 나라는 망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보는 여의도의 여야의 대립은 당시 당파싸움을 연상하게 합니다.

    군대도 안 간 20대의 아들과 할머니가 된 여동생을 하루 아침에 군대의 총수인 대장으로 승진시키는 북한의 선군정치, 기아에 허덕이는 국민들을 상관하지 않는 그러한 선군정치를 본받을 수는 없지만,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희생하겠다고 선서한 군인들을 존경하고 그들의 미래를 보장해주는 선군정치를 우리나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군인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은 온 국민이 군인을 존경하고 있으며 정부는 이들의 일생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군인들은 이를 믿고 자부심을 가지고 군복무를 하고 있습니다.

    2010년 대한민국 국군의 날은 누가 봐도 잘못 치러진 국군의 날이었습니다. 우리는 군인을 믿고 존경해야 합니다. 국군이 없으면 대한민국도 없습니다.

    <로버트 김 /재미교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