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28일에서 7월 1일까지 행해진 미국의 엘리나 케이간(Elena Kagan) 대법관 인준청문회를 TV로  보면서 국회의원들의 폭 넓고 깊이 있는 질문에 놀라고, 또 그 질문에 이성을 잃지 않고 차분하게 그러나 당당하게 응답하는 Kagan 후보 태도에 놀랐습니다.
    특히 그 당시, 민주당이 관철시키려고 노력하는 건강보험법에 대하여 청문회 의원들은 Kagan 후보자의 법 해석과 개인 의견을 집요하고 물었습니다.
    어느 한 순간, Kagan이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빨리 응답을 못하고 있을 때, 유타주출신 상원의원 오린 해치(Orrin Hatch)는 "법 해석에 있어 당신은 때로 우리 당 입장에 반대를 하셔도 괜찮습니다.” 라고 미소를 띄면서 아주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법 해석에 있어, 때로 우리 당 의견에 반대를 하셔도 괜찮습니다.”
    며칠 동안 그 청문회를 지켜본 중에 반대당 후보자에게 야당 법사위 위원장이 말한, 이 한마디가 여운을 남기고 있습니다.
    그들은 서로 반대의견을 말하면서도 전혀 언성을 높이지 않고, 인격적인 비난도 하지 않고, 어디까지나 침착성을 잃지 않고 시종일관 점잖은 태도를 유지했습니다.
    “대법관이 된다면 어떤 대법관이 될 것인가?” 라는 질문에 그녀는 “Good Balance", 균형을 지키는 법관이라 답했습니다. 

    요즘 한국 청문회를 TV 한국 뉴스시간에 꼬박 지켜보면서 한마디로 참 '가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회의 청문회란 후보자들의 국가관, 정치관, 철학 그리고 중대한 임무를 수행해 나갈 자격과 경력, 그리고 도덕성을 검증하기 위한 자리입니다. 
    “장관이 된다면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사회의 이러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가?”
    “아직 북한의 정식 사과도 받지 못한 상태인데 천안함 사태는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초, 중, 고에서 실시하겠다는 무상급식에 대한 의견은 어떤가? 부유층 자녀들에게도 무료급식이 옳다고 생각하는가?”
    “노인인구가 날로 급증하고 있는 현실에, 노인 복지 사업을 보다 확대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가장 첫 번째 실행해야 할 정책들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나랏일을 할 사람들에게 조목조목 우리의 당면문제에 대한 그들의 정치이념이나 철학을 듣고 수행능력을 가늠해보는 게 청문회의 첫 번째 임무라 생각합니다.
    한데 정치 이념이나 철학은 아랑곳없이 도덕성 검증이라는 구실 아래 개개인의 사생활 파헤쳐내기에 급급한 모습이 너무나 창피할 정도입니다. 마치 사생활을 파헤쳐 사람 망신시키려고 작심한 듯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인민재판을 닮은 모습입니다.
    위장 전업 등등은 당연히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들이지만, 아내에게 유명 브랜드 핸드백 선물 한 것조차 국회 청문회에서 언급이 되는 나라가 또 어디 있겠는가 싶습니다. 그런 질문을 하는 국회의원들 부인은 유명브랜드 핸드백 단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은지, 이게 어디 청문회 감인지, 정말로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수준이 이정도 밖에 안 되는가?  부끄럽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후보자들을 마치 죄인 다루듯 해가며 심문하고 있는 국회의원들 중에는 대한민국의 법을 어긴 범법자로 감옥에 들어가 형을 살았던 박지원 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뇌물등 불법행위로 옥살이했던 전과자 의원들이 후보자들의 사생활을 미주알고주알 파헤쳐가며 으름장을 놓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X 먹은 개가 겨 먹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이 절로 떠오릅니다.
    국회 청문회에서 마치 무법지대 깡패처럼 후보자들에게 '조폭'이니 '범법자'니 막말을 마구 내뱉는 행위 자체가 자신의 조폭 수준 범죄자 수준을 드러낸 꼴입니다.  
    그런 국회의원을 투표로 선택한 국민 수준을 드러낸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의 민주주의 정치판이 제발 선진화로 진화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김유미 작가의 홈페이지 www.kimyum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