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단 15분 만 뛰고도 2골을 기록하는 놀라운 활약상을 보인 리오넬 메시. ⓒ 박지현 기자
    ▲ 단 15분 만 뛰고도 2골을 기록하는 놀라운 활약상을 보인 리오넬 메시. ⓒ 박지현 기자

    애당초 주전 대부분이 결장하면서 '김빠진 경기'를 예고했던 'FC바르셀로나 초청 K리그 올스타전 2010' 경기가 예상대로 맥빠진 내용으로 일관, 불볕 더위에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실망시켰다.

    ◆전반전 메시 '원맨쇼'…이동국 한 골 기록 = 4일 오후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올스타팀 대 FC바르셀로나' 친선 경기는 전반에만 2:3라는 '펠레 스코어'를 기록, 화끈한 골잔치를 벌였지만 후반전 양팀 주전들이 대거 교체되면서 흥미를 반감시켰다. 최종 스코어는 5:2로 바르셀로나의 대승.

    이날 경기에서 메시는 전반 30분 교체 출장해 15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비며 전반 42분과 45분 각각 한 골씩을 기록하는 '명불허전'의 활약을 펼치며 바르셀로나의 5-2 승리를 이끌었다.

    반면 바르셀로나 '2진'의 파상공세에 맞서 K리그의 자존심을 걸고 경기장에 나선 올스타팀은 전반 1분 최성국이 선제골을 터뜨리며 기분 좋은 출발을 보였으나 뒷심 부족으로 전·후반 총 5골을 허용, 3골차로 무릎을 꿇었다.

    이날 올스타팀에서 가장 돋보인 선수는 라이온킹 이동국이었다. 에닝요와 최성국을 좌우 날개로 둔 스리톱의 최전방에 배치된 이동국은 전반 36분 몰리나의 자로잰듯한 크로스에 머리를 갖다 대 방향을 트는 절묘한 헤딩슛을 터뜨리며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한'을 풀었다.

    지난 월드컵에서 출전 시간이 짧아 상대적으로 저조한 활약상을 보였던 이동국은 이날 경기에선 2선과 최전방을 넘나드는 폭넓은 공간 활용과 수비 뒷 공간으로 파고드는 절묘한 움직임으로 전반전 내내 바르셀로나의 수비진을 괴롭혔다.

    지난해까지 K리그 올스타전에 9번 출전, 3차례 대회 최우수선수상(MVP)을 수상한 이동국은 이날 인상깊은 활약을 보이며 우수선수상을 받았다. 전반전 '원맨쇼'를 펼친 바르셀로나의 메시는 MVP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화려했던 전반전 경기가 막을 내린 뒤 이어진 후반 경기에선 양팀 선수들 대부분이 교체된 가운데 진행, 내용 면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유소년팀 선수 위주로 짜여진 바르셀로나를 맞아 K리그 올스타팀 선수들은 조직력에서 여러차례 허점을 노출하며 후반 내내 어린 선수들에게 끌려다니는 수모를 겪었다.

  • ▲ 경기에 앞서 몸을 풀고 있는 바르셀로나 선수들.  ⓒ 박지현 기자
    ▲ 경기에 앞서 몸을 풀고 있는 바르셀로나 선수들.  ⓒ 박지현 기자

    ◆썰렁한 관중석…뒤늦은 환불 요청 쇄도 = 관중들 역시 리오넬 메시가 전반전만 소화한 뒤 벤치를 지키자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밀물처럼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주최 측의 당초 예상보다 1만 여명이 적은 3만1000여 명이 모인 관중석은 여기저기 빈 자리를 노출하며 올스타전 최고의 빅매치라던 연맹 측의 선전을 무색케 했다.

    특히 출전 명단에 스페인 대표 선수들이 전원 제외돼 당초 '최정예 군단을 데려오겠다'던 약속을 어긴 바르셀로나는 급기야 3일 오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이 "메시를 출전시키지 않겠다"는 충격적인 발언까지 토해내며 수많은 안티팬 양성(?)을 부추겼다.

    분노한 네티즌들은 한국프로축구연맹 홈페이지 게시판 등을 통해 "메시 등 유명스타들을 보기 위해 일찌감치 티켓을 예매한 팬들을 우롱한 처사"라며 선전과는 달리 유소년팀 위주로 한국을 방문한 바르셀로나와 경기 주최 측에 맹비난을 쏟아냈다.

    비록 4일 오전 메시를 출전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을 선회, 몇 분만이라도 메시를 경기장에서 뛰게 하겠다는 바르셀로나의 공식 입장이 전해졌지만 한번 실망한 팬들의 마음을 돌이키긴 어려웠다.

    이때문인지 경기 당일 입장권 현장 판매 창구보다, 예매한 티켓을 환불받는 창구에 더 많은 인파가 모여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스포츠앤스토리는 팬들의 환불 요청이 쇄도하자 지방에 있는 팬들을 고려, 6일까지 우편 접수를 통해 티켓 환불을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0%의 환불 수수료는 주최 측이 부담, 환불을 요청한 팬은 배송비를 제외한 티켓금액 전액을 돌려 받을 수 있다.

  • ▲ 4일 오후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올스타팀 대 FC바르셀로나' 친선 경기를 보기 위해 관중석에 들어선 축구팬들.  ⓒ 박지현 기자 
    ▲ 4일 오후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올스타팀 대 FC바르셀로나' 친선 경기를 보기 위해 관중석에 들어선 축구팬들.  ⓒ 박지현 기자 

    ◆"뛰면서도 졸렸다"는 선수들, '골폭풍' 명불허전 = 한편 '무더운 날씨'와 '언론의 질타'라는 이중고 속에 경치를 치른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경기를 뛰면서도 졸렸다"며 시차 적응에 어려움을 호소한 한편 "훈련 시간이 짧아 제대로 된 경기를 팬들에게 선보이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도스 산토스는 경기 직후 '스포탈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장시간 비행을 했고 7시간이나 시차가 나기 때문에 경기를 뛰면서도 졸렸고,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의 경기 수준이 많이 떨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후반전에 뛴 골키퍼 루벤 미뇨 역시 "숨이 막히는 느낌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입국 당시부터 시차 적응 실패로 인한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한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5골을 퍼부으며 경기 결과에선 K리그 선수들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과연 리오넬 메시가 30분 이상 경기에 나서고 이들의 경기 감각과 체력이 정상적이었다면 이날 경기의 최종 스코어는 어떻게 됐을까?

    이에 대해 한 네티즌은 "메시가 예정대로 30분 이상 뛰었다면 10-2가 됐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오히려 메시가 짧은 시간만 출전한 것에 대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글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