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이 고이면 수질이 나빠진다는 건 상식입니다.”
    “보를 세운다고 수질 나빠지지 않아요. 반대하시는 교수님과 목숨 걸고 내기해도 좋습니다”

    국토해양부가 제안한  4대강살리기 첫 공개토론회가 진통 끝에 한겨레신문 주최로 열렸다.

  • ▲ 한겨레 주최 4대강 공개토론회. ⓒ 뉴데일리
    ▲ 한겨레 주최 4대강 공개토론회. ⓒ 뉴데일리

    27일 9시 한겨레신문사 5층에서 시작된 토론회는 몇차례 분위기를 가라앚이는 시간을 가지며 12시 반경 끝이 날 정도로 격론이 이어졌고, 끝난 후 식사자리에서도 이따금 묘한 긴장감이 연출될 정도였다.

  • ▲ 심명필 본부장. ⓒ 뉴데일리
    ▲ 심명필 본부장. ⓒ 뉴데일리

    이날 토론회는 반대측에서 운하반대교수모임을 이끌고 있는 박창근 관동대교수와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이 나섰고, 찬성 측에서는 심명필 4대강추진본부장, 박재광 위스콘신대 교수가 참석했다. 사회는 배종호 일자리방송 대표가 맡았다.

    토론은 크게 4대강사업의 효과, 환경, 타당성-절차 등 3부에 걸쳐 홍수방지, 수질개선, 수리모형실험 절차 등 소주제로 나눠 진행됐다.

    토론은 처음부터 준설과 수심을 주제로 ‘운하론’ 대결을 뜨겁게 펼쳤다.
    심명필 본부장이 “오래 방치된 하천에 생명 불어넣는 작업에 대해 여러 단체에서 왜곡된 내용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안타깝다. 이제 어떻게 잘 진행시킬까 토론해야할 시점에 아직도 운하라는 주장이 나와 안타깝다”고하자 반대측 패널로 나온 안병옥 소장은 “어떤 나라도 하천을 일괄준설하지 않는데 16개보를 만들고 수심 6m 이상을 유지하는 것을 보면 운하가 아니라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 ▲ 박재광 위스콘신대 교수. ⓒ 뉴데일리
    ▲ 박재광 위스콘신대 교수. ⓒ 뉴데일리


    또 관동대 박창근 교수는 국무총리실에서 만들었다는 설계도를 들고 “직각으로 돼 있는 것을 보면 운하가 될 가능성이 있다.” 고 주장했다. 그 자료는 개념도 정도로 표현한 약식 도면이었다.

    이에 박재광 위스콘신대 교수는 “미국도 매년 2억 톤을 준설한다. 한국은 모래채취를 위해 일부 준설만 해 왔지 계획준설을 못했다. 이번 사업은 단군이래 하천관리를 제대로 못해왔던 것을 바로잡으려 하는 것”이라며 “외국사례를 잘못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반대측 안 소장이 “준설을 일괄적으로 하는 것은 외국에서 19세기, 20세기 초에나 했고 지류정비로 바뀌었다며 일괄정비로 홍수예방이 어렵다”고 반론했다. 그러자 심명필 본부장이 네덜란드에서도 2006년에 제방을 높이고 준설하는 10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며, 유럽에서 안하는 방식이라는 반대 측의 주장에 맞섰다.

    더욱이 심명필 본부장은 원래 대선공약이었지만 반대론자들이 ‘대통령이 한말씀 해주시면 의혹이 풀린다’고 하여 “운하를 만들지 않겠다”고 밝혔는데도 자꾸 물고 늘어진다고 안타까워했다.

  • ▲ 박창근 관동대 교수. ⓒ 뉴데일리
    ▲ 박창근 관동대 교수. ⓒ 뉴데일리

    반대측이 자꾸 준설과 수심을 들고 반대측이 19세기식 낡은 방식이라는 주장을 굽히지않자  정부측 박재광교수도 “그동안의 정부는 인기위주로 도로 놓는 인기정책만 집중해 하천은 언제 인명피해가 날지 모르는 동맥경화 같은 상태가 됐다”라고 설명했고, 본류가 잘 빠져야 지류도 잘빠지고, 19세기에도 못했으니 이제서라도 해야 하는 것이라고 꼬집으며 준설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물 부족이라는 부분에서도 격론이 이어졌다. 반대측은 유엔이 물부족 국가로 지정한적 없다며 물이 부족하지 않은데 수자원 확보를 왜 내세우냐는 논리를 폈다. 이에 심명필 본부장은 “유엔이 물부족구가라고 한 적은 없지만 물이 풍요로운 것을 확실하다”며, 유엔의 는 전세계적인 물부족과 온난화를 예상한 것이라는 취지의 설명과 함께 강수량의 진폭이 커지는 위험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물을 거의 하늘에 의존하는데 1년 강수량이 1300mm라고는 하지만 1900mm, 800mm등 진폭이 커지는 게 더 문제고 정부가 이에 대비는 당연한 일”라고 밝혔다.

    이날 반대측 논리엔, ‘수자원확보보다는 물절약 운동을’, ‘어디에 물을 쓰겠다는 말이 없다’, ‘취수량이 늘면 환경에 영향을 준다’, ‘홍수량측정이 과다하다’는 등 다소 일반론적인 주장이  많았다.

  • ▲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 ⓒ 뉴데일리
    ▲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 ⓒ 뉴데일리

    위스콘신대 박재광교수는  반대측에 상식론보다는 정확한 근거를 요구하며 다소 격앙될 정도로 토론을 뜨겁게 이끌었다. 특히 2007년 미국 위스콘신의 한 댐이 무너진 사례를 들며 당시 주 환경장관이 “온난화 때문에 앞으로 계획을 제로에서 다시 세워야 한다”고 말한 것을 소개하며 반대측이 도리어 ‘19세기식 주장’을 한다고 몰아세웠다.

    정부측 패널 박재광 교수는 이날 근거를 대느라 제한시간 4분을 몇차례 넘겨 사회자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2부 수질과 생태로 주제가 옮겨가면서 토론은 더 뜨거웠다.
    수질의 경우 반대측이나 찬성측 모두 민감한 주제. 반대측 박창근 교수는 역시 ‘윗물이 좋아야 아랫물이 좋다’는 표현을 하며 보를 건설하면 더러운 물만 크게 만들어놓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낙동강 하구둑에서 1990년대부터 녹조, 각종 오염물질을 걷어내고 있음을 들며 “보를 설치해 수질이 좋아졌다는 논문을 보지 못했다”고 먼저 포문을 열었다.

    이에 정부측 박재광 교수는 토론에서 상식론보다 근거 제시가 중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미국 공병단 자료에 보를 건설해도 수질변화가 없다는 내용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다뉴브강 같은 곳도 보 설치 후 수질이 계속 개선됐다는 자료가 있다고 하며 반대하려면 명확한 자료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박재광 교수는 “(자료제시 없이)상식적으로 그렇다하는 건 선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낙동강 하류보다 상류의 오염도가 높은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느냐며 반대측 논리의 허점을 파고 들었다.

    또 녹조에 대해서도 자연하천에도 녹조가 존재함을 들며 “그런 오염은 보가 있다 없다 보다 질소영양분 유입 여부에 달린 것”이라며 “4대강 사업에선 인 오염원의 제거를 선진국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이라고 설명을 이어갔다.

    이날 토론회는 반대측이 준비한 자료에, 정부측이 “일반론이다”, “이미 폐기한 자료를 들고 반대한다”는 등의 지적과 함께  국제사례 등 들어 재차 반박하는 과정에서 분위기가 한껏 뜨거워져 사회자가 몇차례 휴식을 제안할 정도였다.

    민감한 주제인만큼 수질 토론은 분위기를 식혀가면서도 계속됐다.
    보와 수질 관련해서 반대측의 안병옥 소장은 낙동강 하구둑 사진을 제시하며 보 때문에 오염됐음을 주장했고, 한강도 신곡, 잠실수중보 때문에 오염됐다며 재차 불을 지폈다.
    이에 정부측 박재광 교수는 한강의 비점오염원이 2005년에 45%이던 것이, 75%로 늘어갈 것이라며 수질엔 “오염원 유입이 중요한 요소이고 수질이 나빠지는 건 보가 원인이 아니라 비점오염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울산의 태화강의 보 철거로 수질이 개선됐다는 반대측의 주장이 이어지자, 정부측에선 수질개선사업비가 80%나 투입된 결과임을 강조하며서 “보만 철거해 수질이 개선된다면 전세계 수만개 보를 다 철거할 것”이라며 맞섰다. 특히 보 건설한다고 수질이 나빠지지 않는다는 부분에서 박재광교수는 반대측에 “목숨을 걸고 내기해도 좋다”고 할 정도로 자신감을 내보였다.

    수생태 문제에서도 반대측은 남한강 ‘물고기 떼죽음’을 몇차례 언급하며 생태 파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남한강 물고기는 여주보 건설현장에서 지난 4월말 갑자기 불어난 물고기를 구조하는 과정에서 ‘30~40마리’ 정도가 죽은 일을 가리킨다.

    그러자 정부측의 박재광 교수는 시뻘건 흙탕물이 흐르는 홍수시 한강 사진을 들고, 흙탕물이 생겨도 물고기는 피한다고 했다. 또 “미국의 준설공학핸드북을 보면 준설로 인한 물고기 피해는 없다고 나온다. 반대 측은 교과서도 안보냐”고 꼬집었다.
    미국의 호수에서 바닥 퇴적토를 제거하는 사례도 소개했다. 박재광 교수는 “미국 위스콘신주 악마의 호수에 인이 많이 들어와, 관을 깔아 퇴적토를 뽑아내 수질을 개선시키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심명필 본부장도 “물이 흐르고 나서 생태가 문제다. 여름에 홍수나고 남은기간 거의 물이 없는 하천을 물이 흐르는 공간으로 만드는 과정에 풀 한포기 건드리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며 “수생태는 짧은 시간 내에 복원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대측의 주장에 정부측이 자료를 조목조목 들어가며 반박하자, 반대측은 일단 수세적인 입장이었다. 사회자가 영산강 사업과 관련 지역민의 요구를 반영 도지사가 찬성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반대측은 정치를 모른다며 답변을 피하기도 했다. 반대측은 토론 중간,  ‘절차상의 문제’ ‘추진속도가 빠르다’는 등의 주장도 들고 나왔고, 정부측은 요즘세상에 숨어서 불법으로 하는 게 가능한 일이냐며 과학과 공학의 문제를 재판으로까지 끌고 가는 현실이 답답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날 첫 토론은 격론이 이어지며 감정섞인 이야기가 나오고, 몇차례 아슬아슬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토론이 끝나고 국토해양부 4대강 추진본부 측은 “준비한 자료와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정부측 패널인 박재광 교수는 “모든 토론은 과학적 근거와 객관적인 자료를 들고 진행돼야 한다. 앞으로 반대를 위한 반대, 일반론, 상식론을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대측으로 나온 안병옥 소장은 “우려하는 부분을 전달했다. 전문가 토론보다 사회적 토론을 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창근 교수는 “정부가 마음을 열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