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분 토론' 출연, "경계 실패한 지휘관 최고형 받아야"

    지난 3월 26일 오후 서해 백령도 인근에서 갑작스레 침몰한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예상대로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에 의해 침몰됐음이 드러났다.

    천안함의 침몰 원인을 규명코자 결성된 민군합동조사단이 북한군의 소행을 입증하는 어뢰 추진모터, 프로펠러 등 '결정적 증거'들을 20일 전격 공개함에 따라 당초 북한 개입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시각을 견지해왔던 민주당과 일부 좌파진영은 할 말을 잃게 됐다.

  • ▲ 유시민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후보  ⓒ 유시민 공식홈페이지 
    ▲ 유시민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후보  ⓒ 유시민 공식홈페이지 

    특히 지난 11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 "천안함을 폭발에 의한 침몰로 보지 않는다. 폭발이 있었다는 증거가 단 하나도 없다. 어뢰설, 기뢰설, 버블제트 등은 억측과 소설"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던 유시민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후보의 경우 향후 정치적 행보에 있어서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동안 '천안함 침몰 원인'과 관련, 정부와 가장 뚜렷한 대척점에 서 있었던 유시민 후보는 자신의 국가안보관에 문제가 있다는 세간의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남은 선거기간 동안 '북한의 범행 가능성'을 낮게 본 그간의 발언들을 해명하는데 상당량의 시간을 소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뢰설은 소설" 주장…합조단 발표 후 '안보문제'로 논점 이동

    그러나 유시민 후보는 솔직한 '해명'과 '사과'보다는, 논점을 흐리는 '말바꾸기 작전'으로 전략을 수정, 오히려 "이명박 정권의 안보가 허술해 벌어진 일"이라는 적반하장격 공세를 퍼붓는 분위기다.

    특히 민군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발표된 다음날 진행된 MBC '100분 토론'에서 유 후보는 "안 싸우고도 이기는 우리 해군이 군통수권자가 바뀐지 불과 2년만에 왜 이렇게 허약해졌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정권의 무능함이 천안함 사건을 자초한 셈이라는 주장을 폈다.

    더욱이 유 후보는 "정부의 모든 발표가 진실이라고 가정하면 합조단 사람들도 군법회의에 넘겨야 한다"는 망언을 서슴치 않았다.

    유 후보는 "이명박 정권은 경제 뿐 아니라 안보도 무능했다"며 "서해안의 해안선이 뚫리면 경기도민의 안전에 위협이 되는데 적이 몰래 와서 한미 합동 훈련 중인 초계함을 반토막낸 것은 치욕적"이라고 지적했다.

    유 후보는 "국민의 정부에선 서해교전에서 승리를 거뒀고 참여정부 때에는 문무대왕함을 NLL 인근에 배치해 (북한이)도발할 생각을 하지 않아 싸우지 않고도 이기는 성과를 거뒀다"면서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 세계 해전사에도 유례가 없는 큰 치욕을 당했는데 이를 두고도 마치 무공을 세운 것인냥 발표를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난했다.

    합조단 조사결과 발표 거론 "무공 세운 것처럼 자랑"

    유 후보는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최고로 무거운 형을 받게 돼 있다"며 "경계에 실패해 얻어맞고 도주한 것을 추적도 못했는데 뭘 잘한 일이라고 자랑하듯 발표를 하는가. 합조단분들부터 직무태만과 직무유기로 군법회의에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토론자로 참석한 김문수 한나라당 후보는 "북한이 테러를 일으켰는데 테러 분자는 욕하지 않고 우리 대통령과 국군에게 왜 못지켰냐고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해 일반 국민들은 '유 후보가 북한을 두둔하고 친북적이며 반정부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맞받아 쳤다.

    또 김 후보는 유 후보에게 "그동안 버블제트나 어뢰 공격설 등에 대해 소설같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합조단에서 침몰원인에 대한 과학적인 조사결과를 발표한 상황에도 이번 사건을 북한의 도발이나 테러로 보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유 후보는 "북한 잠수정이 어뢰로 타격했다는 것을 정말로 믿고 싶지 않았다"면서 "육군 출신으로 군복무를 마쳤고 참여정부 하에서 국무위원과 국가안전보장회의 등에 참석도 해봤지만 우리 해군이 그런 해군이 아니다. 적이 NLL 남쪽 10km까지 와서 어뢰를 쐈는데 초계함이 인지도 못하고 적이 빠져나가는데 추격도 못하고 새떼한테 포격했다는 이야기들은 너무나 치욕스러운 일이라 믿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 ▲ 故 한준호 준위 사진 앞에서 오열하는 후임 장병. ⓒ 뉴데일리
    ▲ 故 한준호 준위 사진 앞에서 오열하는 후임 장병. ⓒ 뉴데일리

    네티즌 "유시민, 테러분자보다 우리 정부 책임만 언급"

    하지만 방송을 접한 다수의 네티즌들은 유 후보의 대북관에 분명한 문제가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디시인사이드의 정치·사회 갤러리에는 유 호보의 발언을 둘러싼 수많은 댓글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테러의 1차적 책임을 대한민국의 정부에 돌리는 유 후보의 태도에 맹비난을 가하는 분위기다.

    한 네티즌은 "유 후보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일단 가해자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피해자의 책임만 언급하며 물타기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네티즌은 "그렇다면 임진왜란, 일제의 국권침탈, 한국전쟁 모두 조선과 남한이 경계를 XX같이 섰을 뿐, 일본과 북한의 책임은 인정할 수 없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라며 "게다가 혼자 착각하는 것 같은데 한국 정부와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 역시 경계의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테러의 1차적인 책임을 북한이 아닌 우리 군에게 돌린 몰상식이 어디까지 통할지 두고 보자"는 말로 유 후보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나아가 이 네티즌은 "지난 10년간의 정부 때에는 북한에 승리했는데 이번에는 진 것을 자랑하고 있다는 유 후보의 주장은 잠수함이라는 특성을 전혀 배제한 그야말로 무식한 논리"라면서 "의혹에 대한 수사를 발표하는 게 자랑하는 것인가? 애초에 적의 존재를 시야로 판단할 수 있는 해상전과 잠수함에서 몰래 격침시키고 가는 게 동급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냐"고 반박 논리를 폈다.

    마지막으로 이 네티즌은 지난 정부 때에는 싸우지도 않고 이겼다는 유 후보의 주장에 대해 "이긴 것이 아니라 돈을 퍼줘서 잠시동안 평화를 이어갔을 뿐, 퍼준 돈으로 잠재적인 리스크는 더욱 커졌다"면서 "북한은 수백만의 주민이 아사했음에보 불구, 꾸준하게 핵무기를 만든 결과 역설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식 날에 핵실험을 하는 희대의 쇼를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언제까지 북한에 조공을 바치면서까지 평화를 구걸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장문의 글을 마무리했다.

    "합조단 제시한 증거, 진실이라고 가정하겠다"

    상기한 네티즌의 글 외에도 100분 토론 직후 쏟아진 네티즌들의 공통된 지적은 "유시민 후보의 북한에 대한 개념과 안보관이 의심스럽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유 후보는 지난 11,1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침몰 원인이 수중 폭발로 판단되며 좌초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4월 25일)'는 합동조사단의 중간 조사 발표가 있었음에도 불구, "폭발에 의한 침몰로 보지 않는다. 정부에선 북한 쪽이 관련 돼 있다는 것을 어떻게 하든 주장해야 면피되는 분위기"라고 주장하며 "근거없이 북한 소행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국제사회에 들고 나갈 경우 우리나라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발언은 우리 군의 조사 과정이나 결과에 대해 유 후보가 심각한 불신을 안고 있음을 보여준다.

    심지어 유 후보는 20일 북한의 소행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공개됐음에도 불구, "뭘 잘한 일이 있다고 무공 자랑하듯 발표를 하냐"면서 천안함 침몰을 방조(?)한 우리 군에 책임이 더욱 크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특히 유 후보는 "정부에서 제시한 증거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겠다. 진실이라고 가정하겠다"고 말해 우리 군이 제시한 어뢰 추진체 등 '눈에 보이는 증거' 역시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