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4대강 사업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천주교연대)’는 명동성당에서 전국 사제와 신도 등 수천 명이 참여한 가운데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미사’를 개최했다.

    그러나 한편에서 명동성당 앞 시위가 2008년 ‘광우병 촛불’과 오버랩되는 것은 왜일까?

    2008년 5월 9일. 이른바 ‘광우병’ 촛불은 이날을 계기로 전국을 사를듯한 불길로 퍼졌다. 그 뒤 3개월 가까이 대한민국을 흔들었고, 광화문일대는 ‘무법천지’와도 같은 장면이 날마다 이어졌다. “죽창이다” “죽봉이다” 시위대와 경찰과의 입씨름이 계속되는 동안 유모차 시위대도 아수라장 속에 조연으로 등장했다. 아찔한 장면에 유모차 엄마를 비판했던 50대 네티즌은 그 뒤 40여 명으로부터 “모욕당했다”고 고소당해 1심에서 벌금 100만 원이 선고됐고, 지난달 열린 2심에서야 가까스로 무죄를 선고 받는 등 광우병 사태는 아직도 완료형이 아니다.

    2년이 흐른 지금 촛불 주역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10일자 조선일보는 전창열 당시 서울대 총학생회장의 소회를 이렇게 전했다.

    "학교에서 배운 동물생명공학 전공 지식과 여러 자료를 찾아본 결과, 미국산 쇠고기가 국민 건강에 치명적이라는 주장은 상당히 과장됐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폭력이 난무하는 시위 현장을 보며 "이러다 나라가 망하겠구나"하는 걱정도 들었다고 했다. 그는 물론 “학생들이 총투표라는 정당한 절차를 통해 그렇게 결정한 것이니까. 일단 동맹휴업을 하기로 결론이 난 이상 학생의 대표인 총학생회장이 빠질 수는 없었다.”는 설명을 덧붙이긴 했다.

    신문은 당시 서울 청계천에서 ‘열린 촛불문화제’라는 명칭의 시위에 참가해, 편지를 읽었던 ‘촛불소녀’ 한채민(19)양이 “무대 위에 올라 읽었던 편지 내용은 전부 내가 쓴 것이 아니다”라고 폭로했다는 내용도 전했다.

    “저는 촛불소녀 한채민입니다. 5월 3일 처음 이곳에 나와 오늘까지 14번째 참석했습니다. 오늘 비가 내렸습니다. 제 마음에도 눈물비가 내립니다. 저희 촛불소녀들과 함께 이곳에서 울고 웃고 노래하던 언니, 오빠, 어른들이 많이 연행됐습니다. 강제 연행된 분들은 제자리로 돌아와야 합니다."

    한 양이 당시에 읽은 감상적인 이 말은 집회 참가자들 가슴을 울리기에 충분했고, 좌파 단체와 매체들은 시위 참여를 독려하는 데 한양을 최대한 활용했음은 익히 알려진 대로이다. 한 양은 당시 이 일로 ‘사회문제를 고민하는 성숙한 촛불소녀’로 유명세를 탔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런 한 양은 "양심에 가책을 많이 느꼈다"고 털어놨고 "무대 위에 올라 읽었던 편지 내용은 전부 내가 쓴 것이 아니다"고 털어놨다. "나눔문화라는 단체에서 써 줬고 시킨 그대로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보다 허탈한 일이 있을까? 그 단체 나눔문화는 '촛불소녀' 캐릭터를 만드는 등 촛불시위 때 활약한 좌파 성향의 시민단체로 알려져 있다.

    이 때 1g 만 먹어도 광우병에 걸릴 것처럼 무책임한 괴담이 난무하던 시위를 주도한 사람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100일 가까이 이어진 촛불 집회는 대부분 광우병대책회의가 주최했다. 그러나 이 단체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지금은 활동을 중단해 사실상 사라졌고 당시의 주도자들은 다음 달 2일 실시되는 지방·교육감 선거판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2년 전 촛불 집회 때 마이크를 잡았던 오종렬 진보연대 상임고문은 경기지사 김진표·유시민 경기도지사 경선 후보의 단일화 협상의 무대 한가운데 섰다. 박석운 진보연대 공동대표, 권혜진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사무처장 등 지도부들도 지방선거의 한 가운데 활약하고, 일부는 서울교육감의 '진보 단일 후보' 진영에 관계하고 있는 것으로 조선일보는 전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 퇴진까지 주장하던 세력 일부는 이번엔 4대강을 소재로 정권심판론을 들고 나왔다.

    10일 열린 4대강 사업저지 천주교연대의 명동성당 미사에서 윤종일 신부는 “87년 민주화항쟁 당시 천주교는 6월항쟁의 기폭제가 됐고 명동성당은 민주화의 성지로 역사에 획을 남겼다”며 “인간의 탐욕과 무분별한 개발로 죽어가는 4대강과 그 속의 뭍 생명들을 위해 결집된 신앙의 힘이 다시 이 자리에서 요구되어지고 있다”고 미사 집전 이유를 밝혔다.

    윤 신부는 또 4대강 사업에 대해 “피조물은 개발과 향유의 대상이 아니라 형제로 여겨야 하지만 지금 우리의 강과 생명은 신음하고 있다”며 “4대강 사업은 ‘생태복원’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홍보와 달리 반생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4대강 사업 멈춰” “6월 2일 투표참여”등의 대형 펼침막을 들고 행진하기도 했다.

    천주교연대는 이날 국토해양부에 ‘찬반 전문가들이 모여 사업 내용을 알리는 공개 생방송 토론회 개최’를 제안했다. 바람직한 일이다. 국토부 관계자도 “이미 정부에서도 공개 제안한 것으로 이들도 정정당당하게 토론회 무대로 나오리라 믿는다.”고 공개토론회 제안을 반겼다.

    천주교연대는 이날 4대강 사업 반대를 선거법 위반으로 규정한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해서도 “가장 큰 선거법 위반은 이 정부가 선거 기간 중에도 강행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이라며 “지금 당장 4대강 사업을 멈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날 행사엔 이른바 진보 정치인들도 섞여 있었다. 행사 주최측은 이날 행사에서 87년 민주화의 성지에 자신들이 모였음을 강조하며 공공연히 그 때 그 선배들에 자신들을 투영시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리는 2년 전 광우병 촛불 난리통 한가운데 선 정의구현사제단과 정치인들, 시민단체 관계자들 생생히 기억한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이들의 충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날 행사는 건설적인 토론보다는 어떻게든 장외로 ‘4대강’을 끌고 나가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는 분위기였다.

    종교행사를 넘어 반정부 시위로 확산시키고 싶어하는 세력에게 묻고 싶다. 혹시 2년전 광화문을 난리통으로 만든 향수어린 ‘촛불 불쏘시개’를 들고, 1987년 독재를 향해 들어 올렸던 선배들의 숭고한 민주화 횃불이라고 우기는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