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낸시 하이킨 감독 ⓒ 자료사진
    ▲ 낸시 하이킨 감독 ⓒ 자료사진

    “내 가족 내 피붙이를 다 죽인 그 원한에 사무친 북한, 난 정말 눈물 없인 살 수 없고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탈북자는 카메라를 향해 얼굴을 들지도 못한 채 흐느낀다. 그런 그의 오열을 카메라는 냉정하리만큼 미동도 안한 채 담아낸다.
    화면에 담긴 다른 탈북자는 이렇게 말한다.
    “기족교인들은 밥 먹기 전에 식사 기도를 하잖아요. 그들이 식사 기도를 하는 것처럼 우리도 ‘김일성 수령님,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면서 밥을 먹었어요. (김일성은) 신과 같은 존재죠.”

    지난 8~16일 열린 2009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돼 화제를 모았던 낸시 하이킨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김정일리아(Kimjongilia)´의 장면들이다. 탈북자 12명의 생생한 체험담을 인터뷰 형식으로 담아낸 이 영화는 오늘 북한의 참담한 실상을 여과 없이 비쳐줘 국제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작품. 지난 1월 미국 독립영화제인 선댄스 영화제에 출품되기도 했고 지난 4월엔 미 국회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 영화가 오는 11월 국내 10여 곳 영화관에서 개봉된다.

    한국 개봉을 앞둔 지난 22일 하이킨 감독은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 인터뷰를 가졌다.
    그녀는 이날 “강제수용소에서 잔인하게 처벌을 받는 북한의 현실을 세계 관객들에게 알리기 위해 김정일리아를 제작했다”고 제작 동기를 밝히고 “북한이 주장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현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찬양할 목적으로 이름 붙인 꽃 ‘김정일리아’를 제목으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김정일화’로 알려진 ‘김정일리아’는 평화·사랑·지혜·정의라는 꽃말을 가진 다년생 베고니아. 김정일의 46회 생일을 기념해 이름붙인 꽃이다.

  • ▲ '김정일리아'의 한 장면. ⓒ 뉴데일리
    ▲ '김정일리아'의 한 장면. ⓒ 뉴데일리

    하이킨 감독은 지난 2002년 남편과 함께 일본에서 개최된 인권 컨퍼런스에 참석해 탈북자 강철환씨(조선일보 기자)의 북한 실상에 대한 증언을 듣게 됐다. 강 씨의 증언에 충격을 받은 하이킨 감독은 “북한의 실상과 인권문제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3년여의 제작기간을 거쳐 영화 ‘김정일리아’를 내놓았다.
    하이킨 감독은 “탈북자들의 증언을 녹화하면서 제작진이 눈시울을 붉힌 적이 수없이 많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녀는 “영화 ‘김정일리아’의 주제는 북한 강제수용소 생활과 개인숭배”라며 “강제수용소를 탈출한 탈북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수만 명의 북한 인민들이 노동교화라는 명분 아래 강제수용소에서 고문과 기아, 질병 등에 시달리며 중노동을 하는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단지 남한 노래를 흥얼거렸다는 이유로 모든 가족들이 강제수용소에 보내는 나라가 북한”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거나 알고는 있지만 알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을 누군가는 나서서 들려줘야 한다.”
    하이킨 감독은 “영화를 통해 북한의 끊임없는 인권 탄압 문제에 대해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산 국제영화제를 통해 ‘김정일리아’를 본 중국인 유학생 주악(경희대 3)씨는 “중국과 전통적인 우호관계인 북한에서 이 정도의 인권탄압이 이뤄지는지 상상도 못했다”며 “탈북자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정책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14시간 동안 거꾸로 매달려 맞았다. 나중에는 맞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을 정도였다.”
     믿어지지 않을, 믿고 싶지 않은 북한의 그 장면들이 곧 우리에게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