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여개 2PM 팬 연합, JYP 상대 '보이콧' 선언

  • 아이돌그룹 2PM의 리더 박재범(사진)이 수년 전 마이스페이스에 '한국인 비하' 발언을 남긴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으로 적잖은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재범이 그룹을 탈퇴하고 가족이 있는 미국으로 돌아갔음에도 불구, 사태가 수그러들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주목된다.

    현재 2PM 팬들은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재범의 탈퇴를 반대하는 각종 청원서를 작성,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한 청원서는 10일 오후 현재 서명자가 1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상당한 응집력을 보이며 재범의 탈퇴·출국을 묵인한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E)를 압박하고 있다.

    특히 2PM 팬들은 서울 청담동 소재 JYP엔터테인먼트 건물 외벽에 "2PM은 일곱 명이 아니다, 하나다"라는 포스트 잇을 잔뜩 붙이며 '재범이 빠진 2PM은 존재 가치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팬들은 10일 박진영이 JYPE 홈페이지에 공식입장을 밝힌 뒤에도 "되레 박진영이 재범과 팬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재범 발언 사태와 관련,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한 소속사의 책임을 물었다.

    60여개 2PM 팬클럽 연합은 10일 공동 성명서를 각 언론사에 배포, "JYPE의 무책임한 태도에 분노를 느낀다"며 "향후 재범이 포함되지 않은 2PM의 모든 일정에 대해 보이콧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룹 2PM의 리더 '박재범'이 4년 전에 쓴 글이 누리꾼들의 구설수에 올랐다. 악질적인 해석과 고의성이 다분한 이 글은 현재까지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고 언급하며 "박재범이 글을 썼을 당시, 그는 연습생이었으며 한국의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재범의 당시 입장을 옹호했다.

    또 이들은 "자신의 친구에게 심경을 토로한 이 글은 문화적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직역과 오역으로 기사화 되었고, 어리고 철없던 시절의 행동에 잘못이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반성의 시간조차 갖지 못했다"면서 언론에 과장·오역된 기사들이 퍼짐으로 인해 재범이 뜻하지 않은 피해를 입게 됐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PM의 팬들은 "재범이 한국을 비하하는 발언만 한 게 아니라 한국에 애정을 갖고 한국을 좋아한다는 말도 했다"면서 이른바 '재범 애정 발언'으로 불리는, 마이스페이스에 남겨진 또 다른 문구들을 각종 사이트에 퍼나르며 재범의 이미지 쇄신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 8일 하루만에 '그룹 탈퇴'와 미국으로의 '출국'을 강행한 재범의 행동에 대해 "단 4일만의 갑작스런 결정과 그를 지지하는 팬들은 '탈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히며 "그동안의 팬들의 바람을 뒤로하고, 소속사 가수를 지키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은 기획사 JYPE의 무책임한 태도에 분노한다"고 일갈했다.

    변희재 "재범 사건의 모든 책임은 '기회주의적' 처신한 JYP가 져야"

  • ▲ 변희재 주간 미디어워치 발행인   ⓒ 뉴데일리
    ▲ 변희재 주간 미디어워치 발행인   ⓒ 뉴데일리

    이처럼 재범의 탈퇴와 출국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기까지 '미온적 태도'를 보인 소속사에 팬들이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에 대해 보수 논객인 변희재까지 거들었다.

    현재 인터넷매체 빅뉴스와 주간 미디어워치 대표를 맡고 있는 변희재 대표는 9일 자신이 운영하는 빅뉴스에 '박재범과 네티즌에 책임 몽땅 떠넘긴 JYP - 네티즌 예찬하던 진보좌파들, 이제 네티즌 마녀사냥 돌입'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소비자로서 한국을 비하하는 미국인이라는 불량상품을 소비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권리"라면서 "재범에게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모든 책임은 JYP엔터테인먼트에 있다"고 강조했다.

    변 대표는 "'미국인 박재범은 본국으로 돌아가라'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나, 박재범이 2PM을 탈퇴하여 미국으로 돌아갈 때 JYP측과 상의를 안 할 수가 없었을 텐데, 이에 대해서조차 JYP측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고 지적하며 "JYP의 공식적 해명 없이 박재범 개인의 사과글(이것도 개인이 썼을지 JYP와 상의해서 썼을지 모르는 일이지만) 하나 올려놓고 여론의 추이를 본 뒤 박재범의 탈퇴를 결정한 JYP의 이중적 혹은 기회주의적 처사가 일차적 비판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재범 사건의 경우 팩트는 매우 단순하다. 영어에 대한 오독이니, 예전 글이니 이런 논란을 다 떠나 정확한 팩트는 박재범이 (과거에) “미국인으로서 한국 연예계에서 활동을 하면서도,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매우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었고, 돈만 벌면 본국인 미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을 지녔다는 것이 일반 대중들에 드러난 사건이다."

    변 대표는 재범을 일방적으로 옹호하지 않았다. 오히려 재범이 한때 한국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지녔던 것이 사실이며 이에 대한 팬들의 비난은 정당하다는 논리를 폈다.

    "이에 대해서 분노하지 않을 한국 대중은 사실 상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만의 특수한 민족주의니 국가주의 문제가 아니다. 반대로 2PM과 박재범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여 활동할 때, 그 누구든 미국인을 비하하면서 미국에서 돈만 벌면 한국에 돌아가겠다는 생각이 드러난 순간 퇴출이다. 중국이든 일본이든 마찬가지이다. 최소한 언더그라운드나 인디 시장이 아닌 주류시장에서 자신이 활동하는 국가를 비하하면서 버텨냈던 사례는 없다."

    하지만 변 대표는 "JYP 측이 박재범 개인의 사과글 하나 올려놓고 모든 책임을 박재범에게 떠넘겨버렸다"며 소속사의 무책임한 대처 방식을 문제삼았다.

    "2PM이 JYP가 만들어낸 상품이라면 소비자로서 한국을 비하하는 미국인이라는 불량상품을 소비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권리이다. 이들을 비판해선 안 된다. 만약 이들의 불매운동 선언이 과도했다면 JYP의 실질적 주인인 박진영이 직접 나와서 팬들에게 호소했으면 되는 일이다. JYP 측은 이런 노력을 하지 않고, 박재범 개인의 사과글(이것도 개인이 썼을지 JYP와 상의해서 썼을지 모르는 일이지만) 하나 올려놓고 여론의 추이를 보고 판단한 것이다. 즉 외부적으로 볼 때 JYP는 모든 책임을 박재범에게 떠넘겨버린 셈이다. 그리고 그 책임은 멀쩡한 네티즌에게까지 전이되어버렸다."

    변 대표는 "박재범이 훈련과정에서 마이스페이스에 글을 올린 것도 어찌보면 관리 책임자인 JYP 측에 있으며 미국인 박재범을 한국으로 데려온 것도 JYP이고, 이것은 미국 진출을 염두에 둔 하나의 상업 기획이었다"고 지적했다. 변 대표는 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의 원흉인, 상술논리에만 빠져있는 JYP 측의 처사가 일차적 비판 대상이 되어야 하지 네티즌들의 마녀사냥을 질타할 문제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네티즌, 재범 탈퇴 '찬반양론'‥만신창이 된 JYPE

    한편 "재범의 소속사인 JYPE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오히려 팬들의 '화풀이식' 집단행동이 재범과 2PM의 입지를 더욱 좁히는 작용을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연예전문 매체 뉴스엔의 김형우 기자는 10일자 '감정싸움 양상, 결국 피해자는 박재범'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한때 재범을 탈퇴시키라는 여론에 곤욕을 치뤘던 JYP가 오히려 이번엔 그 반대 여론으로 인해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이래도, 저래도 욕을 먹고 있는 JYP"라고 밝히며 "대부분 연예관계자들은 이와 같은 행보에 대해 재범 탈퇴에 대한 화풀이로 분석하고 있고, 기자 역시 이와 비슷한 생각"이라고 풀이했다.

    김 기자는 "재범의 재기를 원하는 팬들은 재범이 4일만에 미국에 간 것 처럼, 돌아오는 것도 '지금'이 되야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단기간 내 재범 복귀 요구는 오히려 그의 컴백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렇게 될 경우 재범은 한국에서 언제나 '문제아'적 아이돌로 인식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2PM 활동을 보이콧하겠다는 소리는, 2PM의 '공중분해'를 원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재범만 돌아오면 된다'라는 환상 섞인 말은 지금의 현실에선 통용되긴 힘들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김 기자는 "JYP에 쏟아내는 분노는 이해하지만 재범의 컴백을 원한다면 재범이 이 시기를 이겨낼 수 있는 시간 혹은 대중들에게 떳떳이 인정받을 수 있는 시간, 또 그에 따르는 진정성 넘치는 반성을 보여주는데 힘을 보태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박진영 "4년 전 박재범은 나 까지도 우습게 보는 아이였다"
    2PM팬들 "자화자찬 불과‥자신의 책임을 재범에게 떠넘겨"

  • ▲ JYP의 실질적 수장, 박진영  ⓒ 연합뉴스
    ▲ JYP의 실질적 수장, 박진영  ⓒ 연합뉴스

    그렇다면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로부터 '기회주의적 처신'으로 인해 이번 사태의 '원흉' 노릇을 했다는 비판을 받은 JYP의 실질적 수장, 박진영의 생각은 어떨까.

    JYP엔터테인먼트는 재범의 한국인 비하 파문이 불거진 지난 5일 공식 팬카페에 올린 사과문에서 "수많은 어린 연습생들의 귀감이 되고 훌륭한 보호자가 되어야 할 회사가 제대로 역할을 다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함께 사과드립니다"라고 밝히며 재범의 부적절한 발언이 공론화된 것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는 발언을 했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이후 JYPE는 재범의 '탈퇴 선언' 당시에도, 출국하는 그 순간까지도 침묵을 지켰다. 다만 비공식적으로 "재범이 이번 일로 많이 힘들어 했다", "재범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밝히면서도 회사 측의 공식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은 채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는 말로 일관했다.

    그리고 재범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지 이틀 만에 박진영이 입을 열었다.

    10일 JYP홈페이지에 '박재범을 데뷔시킨 이유'라는 장문의 글을 올린 박진영은 데뷔 전 박재범이 얼마나 불량스럽고 삐딱했었는지를 자세히 묘사했다.

    "4년 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재범이는 한국을 우습게 보고, 동료 연습생을 우습게 보고, 회사 직원들을 우습게 보고 심지어 나 까지도 우습게 보는 아이였다."

    그러나 박진영은 "난 불량스러운 아이들을 좋아한다. 겉으로는 착한 척 하면서 뒤로는 계산적인 생각을 하는 음흉한 아이들은 싫지만 겉으로 대놓고 삐딱한 아이들은 좋다"고 말하며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 재범을 발탁한 배경을 설명했다.

    "'성공할 자신이 있느냐'는 말에 그는 '박진영의 음악만 받지 않으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누가 그런 말을 공개적으로 할 수 있겠는가. 난 그 사실이 너무 재밌었다. 재범에게는 이 세상엔 단 두 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었다. 가족과 가족이 아닌 사람. 그가 인터뷰에서 돈 얘기를 한 이유는 자기가 멋진 차를 사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힘들게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쉬게 하기 위해서였다."

    박진영은 "'이 아이가 우리나라 사람들을 자기 가족처럼만 느끼게 한다면 놀라운 아이가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면서 "재범에게 '제발 마음을 먼저 열어라. 그럼 남들도 가족이 될 수 있다'고 말했고, 이런 노력이 이어지면서 재범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박진영은 "나처럼 재범이를 오래 알아온 사람들은 그 글이 놀랍지 않다. 재범이가 원래 그런 아이였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과거 재범의 말과 행동을 애써 변명하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박진영은 사건이 터진 직후 재범에게서 받은 메일을 공개, 현재의 재범은 과거의 무조건적인 반항아가 아닌 '청년 박재범'으로 성장했음을 강조했다.

    "저 예전에 너무 싸가지 없었죠? 미안해요. 형 때문에 삶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전 훨씬 나은 사람이 되었고, 강해졌어요. 그동안 날 위해 해준 것들 진심으로 고마워요" - 재범

    박진영의 이같은 글이 게재된 후 일각에선 "박진영의 솔직한 해명이 보기좋았다"면서 "'인간 박재범'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2PM의 팬들은 "박진영의 글 어디에도 '사과 표명'이나 2PM의 '향후 거취'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며 "한 때 불량한 학생이었던 재범을 넓은 포용력으로 받아들여 지금의 스타를 만들어냈다는 박진영의 자화자찬격 발언만이 담겨있을 뿐"이라고 혹평했다.

    실제로 60여개에 달하는 2PM 팬클럽은 10일 박진영의 입장 표명 직후 "박진영이 자신의 책임을 모두 재범의 선택으로 돌려버렸다"며 "2PM의 모든 활동과 일정에 대해 보이콧하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