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유력 후보군에 함께 포함됐다는 점을 제외하면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의 개인적 인연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랜 기간 이 대통령을 보좌해온 한 측근은 "통합형, 개혁형, 경제와 교육 등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바에 들어맞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뜻밖이다"고 말했다. 다수 '친이'계 의원들도 "의외"라고 입모은다.

  • ▲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 ⓒ 연합뉴스
    ▲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 ⓒ 연합뉴스

    ◇ '화합과 개혁, 그리고 변화' 충족한 카드 =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정 후보자는 개각 때마다 국무총리, 장관 후보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충남 공주가 고향이란 점에서 통합형 인물로 떠올랐으며 경제전문가와 교육전문가라는 전문성도 강점으로 꼽혔다. 비교적 젊은 나이와 개혁적 이미지도 한몫했다. 청와대의 이번 개각 콘셉트인 '통합과 화합, 변화와 개혁'과 정 후보자의 외형은 대략 맞아 떨어진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와의 이견으로 '심대평 카드'가 무산된 것 역시 이번 '탕평 개각'으로 상쇄될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자에 대해서는 '균형잡힌 개혁론자'와 '좌와 우를 오가는 중간자'라는 양면의 평가가 존재한다. 김대중 정권 출범 직후에 한국은행 총재직을 제의 받는 등 수차례 하마평에 올랐지만 입각한 적은 없다. 노무현 정권하에서 서울대 총장을 지내면서 중·고교 평준화 정책 폐지, 대학입시 완전 자율화를 주장한 정 후보자는 정권과 불편한 관계를 계속했다. 특히 서울대 폐지론, 서울대 입학시험에서의 통합논술 시험 강행 등을 놓고는 노무현 정권 전체와 맞대결을 벌였다.

    정 후보자는 17대 대선을 앞두고 '범여권 주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으로부터 '대선후보' 러브콜을 받던 정 후보자는 2007년 4월말 결국 대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고, 즉각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부터 "주위를 기웃거리지 말고 과감하게 투신해야 한다. 나섰다가 안되면 망신스러울 것 같으니 한 발만 슬쩍 걸쳐놓고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다가 될 성싶으면 나서고 아닐 성싶으면 발을 빼겠다는 자세로는 결코 될 수 없다"는 비난을 받았다.

    ◇ '반MB 총리? 잠재적 대권주자?'…정책 검증, 당내 견제 넘어야 = 이명박 정부와 정 후보자의 정책 지향점을 놓고 뜨거운 검증이 있을 전망이다. 정 후보자가 밝힌 정부 정책에 대한 입장은 '비판 일변도'에 가까웠다. 정 후보자는 올해 초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녹색뉴딜 정책에 강도높은 비판을 가하면서 "토목건설과 눈에 보이는 성과 중심의 과거 패러다임에 가깝다"고 비난했으며, 특히 경제위기 극복 정책에 대해 "정부 리더십은 실종됐고 경제 불안정성이 가중되고 말았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주장했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에도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정 후보자는 총리 임명에 따라 잠재적 대권주자군에서 일약 여권내 후보군에 포함되면서 박근혜 전 대표 진영이나 정몽준 최고위원 진영 등으로부터 견제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 후보자로부터 '버림받은' 좌파진영과 민주당의 상실감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정 후보자가 넘어야할 산이다.

    청와대는 "정 후보자는 서울대 총장을 지낸 대표적 경제학자로서 학회장과 총장 재임 시 뛰어난 조직 관리 성과를 보여줬다"면서 "특유의 친화력과 폭넓은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각종 국정과제를 추진하는 데 포용과 화합의 통합적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라며 인선 배경을 밝혔다. 그간 정 후보자의 정부 정책 비판에 대해서도 "경제비평가로서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 등에 건설적 대안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경험"이라고 평가하면서 "이 대통령을 보좌해 행정 각부 역량을 효과적으로 결집하고 중도실용과 친서민정책을 내실있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 1948년 충남 공주 ▲ 서울대 경제학과 ▲ 미국 마이애미대 대학원 경제학 석사, 미국 프린스턴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화폐금융론 전공) ▲ 미국 콜럼비아대 조교수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 한국금융학회 회장 ▲ 재정경제부 장관자문기구 금융발전심의회 심의위원장, 보건복지부 국민연금발전위원회 위원장 ▲ 서울대 총장 ▲ 한국야구위원회(KBO) 고문 ▲ 한국경제학회 회장 ▲ 서울대 금융경제연구원 초대 원장 ▲ 부인 최선주씨와 1남 1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