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퍼스트 레이디’ 김윤옥 여사의 정책 내조가 돋보인 2009년 상반기였다. 지난 5월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와 농림수산식품부가 공동주최한 ‘한식 세계화 2009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한 이후, 한식 세계화 추진단 명예회장을 맡으면서 김 여사는 ‘한식 전도사’로서 본격 활동을 알렸다.

    6월 제주에서 개최된 한·아세안(ASEAN) 특별정상회의에서 김 여사는 직접 선정한 한식 메뉴를 11개국 정상에 소개한 데 이어 미국 방문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인 미셀 오바마 여사와의 만남에서도 한식 홍보에 주력했다.

    “한식의 세계화에 깊은 애정을 갖고 조심스럽게 격려와 함께 후방 지원을 하는 차원”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하지만 김 여사의 가세는 실제 정부 부처 뿐 아니라 사회 각계의 관심을 끌어내는 데 든든한 배경이 되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김 여사의 조용한 지원은 정부 정책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관계 부처의 관심을 유도하고 신속한 결정과 추진에는 확실한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여사의 활동은 주로 복지, 교육, 문화 분야에서 조용히 이뤄져왔다. 김 여사는 특유의 활발한 성격과 따뜻한 감성으로 의례적인 일정이 아닌, 공감의 행보를 펼치고 있다는 호평이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4월 19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경기도 고양시 홀트일산요양원을 방문한 김 여사는 중증장애인합창단의 노래 공연을 관람하며 손수건을 꺼내 연신 눈물을 닦아내며 감동했다.

    이어 27일에는 서울시립 노숙복지시설인 영등포 ‘보현의 집’을 찾아 저녁 배식 봉사를 벌였다. ‘보현의 집’은 김 여사가 이 대통령 취임 이전에도 매달 방문해오던 곳이다. 이외에도 김 여사는 청량리 다일공동체 ‘밥퍼’활동을 20년째 해오고 있으며 신촌 세브란스병원 소아병동에도 매달 한 차례씩 찾아 봉사활동을 해왔다.

    김 여사의 ‘녹색행보’도 눈에 띈다. 김 여사는 같은 달 30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여성이 그린 세상, G-코리아 결의대회’에 이 대통령과 함께 참석했다. 이 대통령과 김 여사는 각각 녹색 넥타이와 녹색 스카프를 착용, ‘그린 코드’로 행사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또 어린이날을 맞아서는 청와대 녹지원에 초청된 소년소녀가장, 다문화가정 어린이들과 함께 동심에 젖었다.

    “아시아의 여성들은 양육과 가사, 돈벌이까지 ‘1인3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녹색성장을 통해 지구를 살리는 일까지 맡아야 합니다.” 6월 10일 홍콩의 유력 일간지인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이례적으로 한국 대통령 부인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김 여사는 ‘여성들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향한 아시아의 행진을 이끌 수 있다’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녹색성장을 위한 아시아 여성들의 주도적 역할을 당부했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도 높다. 연초 설을 앞두고 동대문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찾은 김 여사는 “일일 친정엄마가 되려고 왔다. 편안한 마음으로 같이 즐겁게 음식을 만들자”며 팔을 걷어 부치고 외국인 며느리들과 함께 만두를 빚었다. 김 여사는 “사실 저도 지방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생활한지 오래됐지만 내가 살고 있는 곳이 고향이다. 여러분은 사랑하는 남편을 따라 한국에 왔으니 즐겁고 기쁘게 생활하기를 바란다”며 달랬다. 7월 2일에는 이문동 소재 다문화어린이도서관을 찾아 어린이들과 ‘엄마의 자리를 찾아서’라는 행사를 가졌다. 김 여사는 “대한민국에서 사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자녀교육 잘 시킬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도록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갖겠다”고 약속했다.

    김 여사는 특히 우리 군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현한다. 사병들도 김 여사를 마치 ‘어머니’를 만나듯 뜨겁게 맞이한다. 지난해 추석을 맞아 고 육영수 여사 이후로 퍼스트 레이디로서는 처음으로 전방 사단을 직접 방문해 사병들의 ‘일일 엄마’를 자처한 이래 금년에도 6.25 전사자 노모 위로 방문(6월 5일) 6.25전쟁 제59주년 참전유공자 위로연 참석(6월 25일) 해군 순항훈련전단 격려(7월 11일) 등 일정을 이어갔다.

    지난 3월 13일 경남 진해 군항에 정박한 문무대왕함 헬기갑판상에서 열린 소말리아 파병 ‘청해부대’ 환송식에 참석한 김 여사는 장병들에게 피부보호제를 선물했다. 출항하는 문무대왕함을 바라보며 한참동안 손을 흔들던 김 여사는 결국 눈물을 비쳤다. 당시 국방당국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따뜻하게 진심으로 군을 격려해주는 일이 지난 10여년간 없지 않았느냐”면서 “환송식과 해사 졸업식에 참석한 장병은 물론, 가족들도 무척 좋아했고 대통령 내외의 격려에 큰 힘을 얻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김병기 국방비서관은 “이명박 정부 들어 군의 사기가 굉장히 높아졌다”면서 “군이 전체적으로 상당히 고무돼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후덕한 인상에 구수한 사투리, 격식을 따지지 않는 소탈함은 김 여사의 강점이다. 출범 초 잡지사에 전화를 걸어 배송지 변경을 요청하고 케이블 TV채널 이전도 손수 해결한 ‘청와대 초보 안주인’의 파격 행보는 잘 알려져 있다. 여기에 특유의 재담은 인터넷에 ‘김윤옥 어록’이 나돌게까지 했다. “지지율이 밑바닥을 치면 오히려 감사하다. 이제 올라가고 잘 할 일밖에 없으니까.” 광우병 괴담으로 인한 촛불광풍이 몰아칠 때도 김 여사는 담담했다.

    내세우길 꺼려하는 성격은 이 대통령과 닮았다. 한 참모는 “김 여사의 쾌활하고 재미있는 성품이 자연스럽지만 때로 지나치게 조명받는 것에는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며 “행보에 조심스러운 편”이라고 말했다. 7월 이 대통령이 331억원에 달하는 재산 사회기부를 발표하자 “원래 약속했던 건데…”라는 짧은 한 마디만 전했다. 김 여사는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시절부터 월급 전액을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해왔으며,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특정 단체에만 기부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건의에 따라 보육과 아동복지, 소외계층 배려 등 여러 복지사업에 나눠주고 있다.

    지난 7월 6일 김 여사는 한국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사업 홍보대사에 위촉됐다. 지난해 9월 ‘한국방문의 해’ 선포와 함께 명예추진위원장직을 수락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강현희 제2부속실장은 “김 여사는 관광산업 활성화의 일환인 ‘한국방문의 해’ 활동, 한식세계화 등에 계속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다”면서 “또 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원 노력과 함께 교육과 복지분야에서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의 정책 내조는 ‘여름방학’을 지나 9월부터 다시 활발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