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은 6일 서울 논현동 집을 제외한 전 재산(약 331억4200만원, 감정가)을 기부해 장학 및 복지재단 '청계(淸溪)'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국회의원 시절이던 1995년 자서전 '신화는 없다'를 통해 재산 사회기부 뜻을 처음 밝힌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우리 내외가 살아갈 집 한 칸이면 족하며, 그 외 가진 재산 전부를 내놓겠다"면서 "대통령 당락에 관계없이 약속을 지키겠다"고 다짐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정치 지도자가 재산의 거의 전부를 임기 중에 기부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이 대통령의 재산 기부로 한국 사회에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더욱 강조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공세를 펼쳤던 정치권도 '신뢰의 정치' 회복을 강력히 주문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 재산 사회기부를 준비해온 송정호 재단법인 설립추진위원장은 6일 "이제 이 대통령은 오직 성공한 대통령으로서 성공하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는 욕심 하나 밖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이 대통령 재산 기부가 "돈이 없어 공부를 포기하거나 가난을 대물림하는 일만은 없어져야 한다는 이 대통령 지론과 마음에서 나온 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는 혹시나 있을지 모를 정치적 공세를 의식, "이러한 선의에 대해서만은 존중하고 신뢰해줄 것을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송 위원장은 "우리 사회에서 재산 기부가 지닌 의미를 한 번쯤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간곡히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열심히 일해서 모은 재산을 존중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 원칙이자 가치이며 기업 이윤 추구와 개인 재산권을 보장하는 것은 나라 발전과 활력을 위해서라도 양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한 뒤 "이를 전제로 하되 우리 사회에서도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과 실천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재단법인 '청계'의 역할에 대해 송 위원장은 "소외계층을 위한 장학 및 복지와 관련된 사업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대통령은 어려운 청소년의 학업과 복지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며, 이 대통령이 공인으로서의 삶을 살면서 일관성있게 추구한 정책이자 삶의 태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하이 서울 장학금'을 마련했으며 월급 전액을 저소득층 자녀 등을 위해 사용했다"고 소개하면서 "또 가정형편 탓에 고등학교와 대학교 진학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개인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장학사업으로 결정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그동안 '재단설립을 빨리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으나 이 대통령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내실을 기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또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해야 한다는 개인 철학의 영향도 있었다"며 "최고 지도자가 재임 중에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기부한 것은 세계 정치사에 유례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