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연차 리스트'가 정가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29일 참석할 예정이었던 지인의 결혼식장에 끝내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고향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사저 뒤 잔디광장에서 친구인 이재우 진영농협 조합장의 아들 성호(35.전 청와대 비서관) 씨의 전통혼례에 참석해 축사를 할 계획이었다.
    당초 작성된 봉하마을 전통혼례 순서에도 대례 가운데 고천문 낭독에 이어 '길눈이 말씀(VIP)'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은 신랑, 신부 및 하객들을 위해 간단한 인사말을 하기로 돼 있었다.
    노 전 대통령 측의 김경수 비서관은 "참석을 검토했는데 최근 (박연차 리스트 등) 이런저런 상황을 감안해 어제 최종적으로 불참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1년여전 노 전 대통령의 귀향 환영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선진규 봉화산 정토원장은 이날 노 전 대통령의 불참에 대해 "최근 심기가 몹시 불편하지 않겠느냐"며 "이때는 집에서 가만히 있는 것이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결혼식장에는 지역구인 열린우리당 최철국 의원이 혼례 직전 방문해 지인들과 인사를 나눈 뒤 노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하지 않고 곧바로 떠났다.
    봉하마을 한 주민은 "노 전 대통령의 절친한 고향 친구이자 청와대에 있을 때 비서관으로 데리고 일했던 신랑의 결혼식장에 참석하지 못한 심정이 정말 착잡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5일 세종증권 매각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형인 건평(66) 씨가 구속되자 "가족의 한사람으로서 동생의 도리도 있다"며 국민에게 사과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뒤 방문객들과의 인사를 공식적으로 중단한 채 115일째 칩거 중이다.(김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