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권 2년차 이명박 정권의 권력 지형이 꿈틀거리고 있다. 지각 변동의 중심에는 '친이 직계'가 있다. '좌장' 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귀국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복심' 정두언 의원(서울 서대문을)은 친이계 코어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형님'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경북 포항남·울릉)은 당 화합의 '중심'을 자처했다. '왕 비서관'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은 정부의 핵심으로 복귀했다. 표면적으로 친정체제 구축이 이뤄진 셈이다. 

    친이계 인사들은 지난해 광우병 괴담으로 인한 촛불시위, 국제적 경제위기 파고 속에서 "일 한번 제대로 못해봤다"는 자조를 넘어, 집권 2년차에는 "위기를 기회로" "원칙대로 일해 성과로 평가받겠다"는 각오다. 이 대통령 공보특보 출신 조해진 의원은 "이제는 우리가 움직여야할 때"라며 활약을 예고했다.

    박영준 국무차장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의 중용은 실세 차관 전진 배치라는 의미가 있다. 박 차장은 이 전 부의장 보좌관을 거쳐 서울시 정무국장을 맡아 이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왔다. 박 차장은 복귀 직후 "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공직사회에 뿌리내리도록 하겠다"며 일성을 발했다. MB 교육정책을 집대성한 이 차관은 청와대 1기 교육과학문화수석을 지냈다. "교육으로 가난의 대물림을 끊겠다"는 이 대통령의 철학을 바탕으로 교육 정상화에 나서고 있다. 이 정부의 '입'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도 건재하다.

    MB 친위부대 '안국멤버', 청와대 곳곳 포진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를 위한 전초기지였던 서울 견지동 안국포럼 출신 인사들은 청와대 곳곳에서 집권 2년차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이 대통령을 오랜 기간 보필, 국정철학 이해도와 충성심이 남다른 것으로 평가된다.

    청와대 제1부속실은 안국포럼 비서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국회의원 시절부터 이 대통령을 보좌해온 김희중 부속실장과 대선 내내 '그림자 수행'을 펼쳤던 임재현 선임행정관이 이 대통령 일거수 일투족을 책임진다. 이 대통령이 "남자 열 하고도 안바꾼다"고 칭찬하는 김윤경 이진영 행정관은 대통령 메시지를 관리한다. 조해진 의원과 함께 공보팀에서 일했던 김재윤 행정관과 '비서실 지킴이' 최유진 행정관도 부속실에서 근무 중이다. 대선 기간 사진과 영상을 담당해온 김용위씨와 김승후씨는 대변인실에 소속돼 이 대통령의 일정과 함께 한다.

    '공보팀 살림꾼' 박정하 선임행정관과 김홍식 박혜현 행정관은 대변인실에서 힘을 보태고 있다. 이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를 수행했던 윤호섭 행정관은 홍보기획관실 소속이다. 민원팀과 인터넷팀에서 각각 활약한 황성민 김상욱 행정관은 총무비서관실에서 청와대 안팎을 관리한다. 이밖에 이상휘(인사비서관실) 배건기 김두진(이상 민정비서관실) 이재환 임성빈 김석붕(이상 의전비서관실) 윤석대(정무비서관실) 신윤진(홍보기획관실) 정재용(국책과제비서관실) 행정관이 '안국멤버'다.

    이밖에도 박영준 국무차장과 함께 최대 외곽조직인 선진국민연대를 주도했던 김대식 동서대 교수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또 배용수 한국공항공사 부사장, 손영동 국가보안기술연구소 소장 등은 전문 분야로 영역을 넓혔다. '금배지' 도전에 실패한 송태영 전 공보특보는 한나라당 충북 청주흥덕을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정무팀에서 일했던 경윤호 전 경기도 공보관은 여론조사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 부시장을 지냈던 원세훈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정원장에, '비핵·개방 3000'으로 대표되는 대북 정책을 기안한 현인택 교수를 통일부 장관에 각각 임명한 것도 이 대통령의 강력한 정책 추진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또 대선기간 이 대통령 '경제참모'였던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청와대 경제수석에 발탁된 것을 두고 경제 권력 중심이 내각에서 청와대로 이동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곽승준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장에 임명됐으며,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에 대한 이 대통령의 신임은 여전하다.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은 청와대와 부처, 국회를 조율하며 '소통'을 총괄한다. 집권 초 지적됐던 부처간 홍보 혼선이 박 기획관의 정리를 통해 안정기로 돌입했다는 평가다. 또 김백준 총무비서관은 청와대 살림을 책임진다. 김 비서관은 이 대통령의 재산 사회환원을 위해 추진체 구성을 돕고 있다.

    국회쪽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상득 전 부의장, 정두언 의원에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가세로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전 최고위원측 관계자는 "귀국 후 곧바로 현실정치에 돌입하기보다 지역구에 머물며 차분한 행보를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태근(서울 성북갑) 김효재(서울 성북을) 강승규(서울 마포갑) 조해진(경남 밀양·창녕) 권택기(서울 광진갑) 백성운(경기 고양일산동) 김영우 (경기 포천·연천) 이춘식(비례대표) 의원 등 안국포럼 출신 의원들은 이 정부 성공을 위해 의지를 다지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 이 대통령 비서실장, 인수위 대변인을 지낸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을)은 원내수석부대표로서 여야를 조율한다. 안국포럼 출신 의원들 학술모임 '아레테'와 친이재오 계 인사들이 주축인 '함께 내일로', 범이계 의원들이 참여한 국민통합포럼은 활발한 활동과 함께 협력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4월 당협위원장 선거와 재·보선, 신임 원내대표 선출 등 예정된 정치일정은 친이계 결집 시험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친이계 행보를 주목하고 있는 친박근혜계가 어떤 형식으로 대응에 나설 지도 관심이다. 이 대통령과의 청와대 독대 이후 '포스트 이명박'으로 떠오르고 있는 정몽준 최고위원(서울 동작을)의 광폭 행보는 당 주류와 비주류간 역학구도에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집권 2년차를 맞아 친정체제 구축을 통한 국정 추동력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과 맞물려 이 전 부의장, 정두언 의원 및 이재오 전 최고위원을 비롯한 친이계 인사들의 역할이 더욱 강조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권력구도 재편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