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휴일을 맞아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화제가 되고 있는 저예산 독립영화 '워낭소리'를 관람했다. 이 대통령은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칠 것을 우려, 경호원들을 물린 채 소수 참모진만 대동해 마이크로버스편으로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를 찾았다. 시민들은 예상치 못한 이 대통령의 등장에 반가움을 표시했다.

    이 대통령은 평소 '영화광'이라 스스로 소개할 정도로 영화를 즐겨보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기간 극장에서 '마파도2'와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본 데 이어 지난해 당선자 시절에는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팀의 활약과 감동을 그린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관람한 바 있다.

    검은색 코트에 회색 머플러를 두른 채 극장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워낭소리' 이충렬 감독 등 제작진과 악수한 뒤 곧바로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이 대통령은 "관객이 얼마나 왔나" "이게 성공해야 (한다)" 등 이 감독에게 말을 건네며 관심을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이번을 계기로 (독립영화에 대한) 사람들 인식이 많이 달라질 것 같다. 역시 작품이 좋으면 사람이 많이 온다"고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3년 동안의 촬영기간 동안 돈을 많이 아껴 진행했다는 이 감독의 설명에 "노력이 많이 들어갔겠지"라고 다독였다. 수행한 유인촌 문화관광체육부 장관이 "대통령께 어렵다고 말씀하시라"고 농담조로 말하자 이 감독은 "배가 많이 고픕니다"고 답해 분위기를 이어갔다.

    MB "역시 작품이 좋으면 사람이 많아", 경호차량없이 극장행 '시민과 함께'
    김윤옥 "제가 원래 잘 울어서…" 손수건 들고 관람
     

    김 여사가 뭔가 꺼내려하자 이 대통령은 "(영화가) 슬프다고 손수건을 준비해왔단다"라고 소개했고, 김 여사는 "제가 원래 잘 울어서…. (영화 내용이) 눈물이 많이 난다고 해서 (준비했다)"며 수줍게 웃었다. 김 여사는 영화를 관람한 후 눈물을 흘린 듯 고개를 숙인 채 슬픈 표정으로 버스에 올랐다.

    역대 대통령으로서 첫 독립영화를 감상한 이 대통령은 관람을 마친 뒤 영화관계자 및 수행원들과 오찬을 함께 하면서 영화에 관한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 대통령은 "어려운 제작여건에서도 이 영화가 큰 성공을 거둔 것은 우리 삶에 부딪쳐 오는 생생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또 독립영화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요청하자  "만화영화와 독립영화를 함께 상영하는 전용관을 확충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게 좋겠다. 학생들도 이런 영화를 많이 보며 자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유년에 우리를 키웠던 소와 아버지에 대한 감동적 사연이 없을까 고민하다 이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면서 "이 영화를 보면 9남매가 부모님을 잘 모시지 못한 것처럼 은연 중에 묘사돼 있으나 실은 모두 효심이 깊고 좋으신 분들이다"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이 영화는 우리가 실제 경험하고 거쳐 온 이야기를 여과없이 담았다"고 재차 소감을 피력했다. 이 대통령은 "자녀 9명을 농사지어 공부시키고 키운 게 우리가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 아니겠는가. 교육을 통해 가난의 대물림을 끊으려 했던 것이 우리의 저력이 됐고 외국인도 이에 놀라고 있다"고 말하자 김 여사도 "그게 바로 한국인의 DNA"라고 말을 받았다.

    또 이 자리에서 영화제작 후일담도 잠시 소개됐다. 주인공 할아버지는 촬영 내내 그냥 사진 찍는 줄 알고 있었던 반면 TV '인간극장'의 열렬 팬이자 방송출연이 소원인 할머니는 영화를 보고 감격에 겨워 울었다고 관계자가 말해 관심을 모았다.

    박형준 홍보기획관은 "대통령이 독립영화를 관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콘텐츠산업이 점차  중요시되고 있는데 큰 규모로 기업이 하는 것도 있지만 개인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영화가 보여줬다. 이 대통령이 문화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면서 문화인들을 격려하려고 직접 영화를 관람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 내외가 시민들과 함께 한 영화관람에는 김동호 부산영화제 위원장, 강한섭 영화진흥위원장 등 영화계 인사들도 함께 했으며 유인촌 문광부 장관, 정진곤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 이동관 대변인, 박형준 홍보기획관, 김백준 총무비서관, 김희중 제1부속실장 등이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