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현대시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신경림 시인이 문학계의 월북시인 미화 분위기에 일침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신 시인은 16일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강원지회가 주최한 2008년 제10회 통일포럼에서 월북 시인들을 주제로 한 특별 강연을 통해 "북한 문학의 허와 실을 파악해야 한다"면서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했다. 

    등단 53년째를 맞는 한국시단의 '거목' 신 시인은 한국 문학계에 일종의 고정관념으로 자리잡은 '월북 시인들은 친일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란 맹목적 미화에 대해 '김일성 찬가'를 발표하는 등 북한 내에서 입지를 굳혔던 리찬 시인도 서정주 시인 정도의 친일 활동을 했다며 경계했다. 

    그는 백석, 오장환, 임화 등 월북 시인들의 시집이 볼온서적으로 취급받던 과거에는 북한에 대해서 "우리보다 좀 못 살아도 이상사회로서의 뭔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방북 이후 환상이 깨졌다"고 말했다. 

    신 시인은 "수령님을 모든 예술의 중심에 두는 북한 문학은 김일성과 김정일 등 지도자들의 상상력을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를 지닌다"면서도 "북한 문학이 우리말 보존에 기여했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씨는 남북 문학가들의 교류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문학계의 남북 교류가 이뤄졌는데 지금 문이 닫혀선 안된다며 지난 정권의 대북 인맥들을 활용해 소통의 맥을 유지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통일포럼 최초의 문학을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정현우, 장시우, 김명기, 허림씨 등 강원도 출신 시인 4명이 자리를 함께 했으며 `북으로 간 시인들'을 통해 오장환, 백석, 임화, 조벽암 등 월북시인들을 집중 탐구하는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