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6년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 빌딩에 대선 전초기지를 마련했다. '이명박 대통령'을 만든 그룹 '안국포럼'이 그것이다. 서울시장 퇴임 사흘만인 7월 3일 안국포럼으로 출근한 이 대통령은 정두언 의원, 이춘식 정태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박영준 전 서울시 정무국장 등이 참석한 회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선행보에 돌입했다.

    안국포럼은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원내 좌장 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 '복심' 정두언 의원 등을 중심으로 소수 정예로 꾸려졌다. 실무진은 서울시 출신이 다수였으며 그만큼 오랜 기간 이 대통령을 지근에서 보좌해온 인사들이다. 안국포럼 멤버들은 개소 당시 고건 전 국무총리,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 이어 지지율 3위를 머물던 이 대통령을 불과 석달여 만에 '대세론'에 올려놓았고 2007년 12월 역대 최다표차 당선을 이끄는 중심에 있었다.

    안국포럼 멤버들은 이 대통령의 정치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충성도가 높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대통령의 신뢰도 두텁다. 십수명에서 출발한 안국포럼은 여의도 캠프로 옮길 즈음 50명 수준으로 확대됐으며, 당 경선 이후에는 중앙선대위 핵심에 위치했다. '가짜'를 막기위해 안국포럼 초기 멤버들의 명함 뒷면에 'AF000'이라는 식의 일련번호를 조그맣게 새겨넣었던 일화는 유명하다.

    정태근 강승규 조해진 권택기 등 국회 대거 입성…'2% 부족한' 청와대

    새 정부 출범 이후 안국포럼 출신 인사 다수는 청와대와 국회로 나뉘어 진출했다. 정태근(서울 성북갑) 김효재(서울 성북을) 강승규(서울 마포갑) 조해진(경남 밀양·창녕) 권택기(서울 광진갑) 백성운(경기 고양일산동) 김영우 (경기 포천·연천) 이춘식(비례대표) 의원은 국회를 선택했다. 이들은 정두언 주호영 의원 등 선배 의원과 함께 "이명박 정권 성공을 뒷받침하겠다"는 각오로 국회에 입성했으며, 현재 '아레테'라는 원내 학술모임을 만들어 정기적 만남을 갖고 있다.

    안국포럼 시절 정태근 의원은 캠프 조직과 뉴미디어팀을 이끌었으며, 강승규 의원은 홍보기획분야를 주도했다. 조해진 의원은 가장 오랜 기간 'MB 공보특보'로 활약, 인수위에서는 당선인 부대변인을 역임했다. 권택기 의원은 스케줄팀장으로서 정무기획과 일정 관리를 담당했었다. 싱크탱크격인 국제전략연구원(GSI) 출신의 김영우 의원은 정책팀에서 일했으며, 백성운 의원은 관리실장격이었다. 

    신재민 전 메시지팀장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에 임명돼 이명박 정부의 '입'이 됐다. 김대식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배용수 한국공항공사 부사장, 손영동 국가보안기술연구소 소장 등은 전문 분야로 영역을 넓혔다. '금배지' 도전에 실패한 송태영 전 공보특보는 한나라당 충북 청주흥덕을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정무팀에서 일했던 경윤호 전 경기도 공보관은 현재 여론조사기관을 운영 중이다. 

    청와대 비서관 이상으로 '순수' 안국포럼 출신은 김백준 총무비서관이 유일하다. 박영준 전 기획관리비서관은 이 대통령의 '명'에 따라 청와대행을 택했지만 지난 6월 중도하차했다. 고위급에 포진한 인사가 적다는 점은 청와대의 이 대통령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도 부족, 콘트롤 타워 부재 등 문제점과 자주 연결된다.

    청와대 부속실, 안국포럼 비서실 '그대로'

    이 대통령을 지근에서 보필하는 청와대 제1부속실은 안국포럼 비서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국회의원 시절부터 이 대통령을 보좌해온 김희중 부속실장과 대선 내내 '그림자 수행'을 펼쳤던 임재현 선임행정관이 이 대통령 '일거수 일투족'을 책임진다. 이 대통령이 "남자 열 하고도 안바꾼다"고 칭찬하는 김윤경 이진영 행정관은 대통령 메시지를 관리한다. 조해진 의원과 함께 공보팀에서 일했던 김재윤 행정관과 '비서실 지킴이' 최유진 행정관도 부속실에서 근무 중이다. 대선 기간 사진과 영상을 담당해온 김용위씨와 김승후씨는 대변인실에 소속돼 이 대통령의 일정과 함께 한다.

    또 '공보팀 살림꾼' 박정하 선임행정관과 김홍식 박혜현 행정관은 대변인실에서 힘을 보태고 있다. 이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를 수행했던 윤호섭 행정관은 홍보기획관실 소속이다. 민원팀과 인터넷팀에서 각각 활약한 황성민 김상욱 행정관은 총무비서관실에서 청와대 안팎을 관리한다. 이밖에 이상휘(인사비서관실) 이재환 임성빈 김석붕(이상 의전비서관실) 윤석대(정무비서관실) 신윤진(홍보기획관실) 정재용(국책과제비서관실) 행정관이 '안국멤버'다. 

    "첫해 시련에 마음 편한 날 없어…2009년, 본격 나설 때"

    집권 공신이라서 책임감도 크다. 한 인사는 "출범 첫 해 겹겹이 닥친 시련 탓에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고 술회했다. 그는 "경제살리기와 사회통합을 위한 '이명박다운' 정책을 제대로 한번 펴보지도 못한 것 같다"며 "우선 세계적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과제 해결에 주력하면서 민생·개혁 정책도 차질없이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초 예상되는 조직개편과 관련, 청와대 안팎에서는 이 대통령의 '친정체제 강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취임 첫 해 인사파동, 촛불시위 등으로 인해 입은 타격을 만회하고 세계적 경제위기의 조속한 극복을 위해서는 강력한 국정운영 동력이 뒷받침돼야한다는 지적이다. 한 초선 의원은 "2009년은 대한민국 미래와 이명박 정부 성패가 달린 중요한 한 해"라며 "이제는 본격 역할을 해야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