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임 후 처음으로 방송으로 통해 국민과의 대화에 나선 이명박 대통령은 100분 동안 진솔한 마음을 국민에게 표현하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였다. 이 대통령은 9일 KBS, MBC, YTN, MBN, OBS 등 5개 방송사를 통해 생중계된 '대통령과의 대화, 질문있습니다'에 출연해 정치경제사회 등 전분야에 걸쳐 대화를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관저에서 일찍 저녁식사를 마친 뒤 방송시간 35분전인 오후 9시 25분경 KBS 신관 공개홀에 도착했다. 감색 양복과 붉은빛 넥타이를 착용하고 나타난 이 대통령은 영접나온 신임 이병순 사장, 김성묵 부사장, 김종률 보도본부장, 강선규 정치부장 등 KBS 간부들과 악수를 나누며 여유있게 입장했다.

    이 대통령은 "내가 일찍와서 미안하네"라며 가볍게 농담을 던지며 리허설이 한창이던 스튜디오로 들어섰으며 앞줄에 앉은 참석자들과는 "악수 한번 하자"며 먼저 다가섰다. 이 대통령을 향해 던질 질문을 가다듬던 국민패널과 전문가패널 100여명도 '대통령님이 도착했다'는 정은아 아나운서의 소개에 기립 박수로 이 대통령을 맞이했다. 이 대통령은 미처 악수를 나누지 못한 패널들에게는 "(방송) 끝나고 악수합시다"라며 눈인사를 보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이병순 사장 등과 간단한 티타임을 가진 후 마이크 장비를 점검하는 등 20여분간 출연 준비에 나섰다.

    "오늘 밤, 국민 여러분과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는 모두 발언의 문구는 이날 오후 6시경 마지막 문구 수정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직접 삽입했다고 한 참모는 전했다. "저는 우리 국민을 믿습니다. 국민 여러분도 다시 한번 저를 믿고, 힘을 모아 주십시오"라는 호소로 마무리한 부분 역시 이 대통령이 초안을 수차례 가다듬어 작성했다는 후문이다.

    쏟아지는 질문에 차분하면서도 자신있는 모습을 유지하던 이 대통령은 특히 농촌분야 대책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농촌 문제이니까 일어서서 하겠다"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후 이 대통령은 계속 일어선 채 대화를 이어가는 열정을 나타냈다. 촛불시위, 지지율 문제, 쇠고기 파동, 불교계의 종교편향 논란 등 민감한 질문에는 또박또박 솔직한 심경을 표현하고 설득에 애썼다.

    촛불시위에 참여했다는 한 질문자의 '소통이 안될 경우 제 2의 촛불시위도 일어날 것'이라는 지적에는 "무섭다. 협박을 하는데…"라고 웃으며 답했다. "참여만 했지 주동자는 아니죠?"라고 반문하며 부드러운 분위기를 이어가면서도 이 대통령은 "평화적이고 준법적으로 (시위를) 한다는 것은 보호받아야한다"면서도 "일류국, 선진국이 되겠다면 가장 기본적인 것은 준법, 법치다. 앞으로도 법을 어기고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행위에는 강력하게 법에 의해 처리할 것"라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정제되지 않은 단어가 사용되거나 비교적 거친 질문에도 여유를 잃지 않았다. 이숙이 시사인 뉴스팀장이 '소통의 문제가 지적된 후 특별히 한 일이 있느냐'고 던지자 이 대통령은 "대통령이 민심을 안읽고 가만있겠나"고 웃으며 받아쳤다. 이 대통령은 "출신이 기업인이고 바닥에서 컸기 때문에 잠시도 가만 안있는다. 각계각층의 이야기를 듣지만 누굴 만났다는 이야기를 안하니 오해가 있는 것"이라고 해 질문자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이날 100분 가운데 경제분야만 28분이 배정될 정도로 이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설명하고 국민의 단합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질문자와 눈을 맞추며 질문을 경청했고 답변할 때는 손짓과 허공에 그림을 그리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며 적극 나섰다.

    청와대에서는 이날 정정길 대통령실장, 맹형규 정무수석, 이동관 대변인, 박형준 홍보기획관, 김인종 경호처장, 이동우 홍보1비서관, 이성복 홍보2비서관, 박선규 언론2비서관, 김해수 정무비서관 등이 동행해 이 대통령을 측면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