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오 의원이 정치적 행보를 재개함과 동시에 '친 박근혜 전 대표계' 인사들의 복당이 '허용'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한나라당 7월 당권 구도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상득 국회부의장이나 당 중진들이 밀고 있는 '박희태 대표- 홍준표 원내대표' 대세론이 다소 꺾이며, 일부 소장파를 중심으로 안상수 '대표-정의화 원내대표'안이 고개를 들고 있다. 거기에 김형오 대표안도 덩달아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이 의원은 칩거를 끝낸 후 지난 12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와 이 의원 측근에 의해 전해진 이 소식은 이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안상수 대표-정의화 원내대표'안을 건의했다는 소문으로까지 확산된 상태다. 이 소문은 '박희태안'에 밀렸던 '안상수안'이 다시 떠오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게 하고 있다. 

    수도권 소장파를 중심으로 '안상수안'은 꾸준히 제기됐다. 이들은 원외며 원로인 박 의원보다 수도권 의원인 안 의원이 대표로 적합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총선 전부터 이 부의장의 용퇴를 요구했던 소장파가 이 부의장과의 대립각을 세우는 연장선상에서 안 원내대표를 밀고 있다고도 보고 있다. 또 탈당 친박계의 복당에 강경한 입장을 보였던 소장파로선 친박계의 복당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박 의원이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안상수안'에 같이 거론되는 정의화 의원은 16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 의원의 역할론에 대해 "그간의 상황을 봤을 때 이 의원으로서 하고 싶은 얘기가 있을 것이고 나는 다 좋게 보고 싶다"면서 "개인의 야심이나 계산 하에서 움직이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측은 이 대통령과의 독대가 아예 '사실 무근'이라고 발표했다.

    한편, 친박계 복당이 기정사실화 되고 '박희태안'과 '안상수안'이 떠오르는 사이, 주류에서 박근혜 대항마로 거론됐던 정몽준 최고위원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사실상 박 전 대표의 당권 도전은 물건너 간 상황에서 정 최고위원이 취할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정 최고위원은 급기야 15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당내 영향력 있는 분들이 모두 7월 전당대회에 나와야 한다"며 박 전 대표의 출마를 종용하고 나섰다. 표면적으론 당권 경쟁 흥행을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박 전 대표를 끌어들여 '대항마' 불씨를 조금이라도 살려보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김형오 대표안도 아직까진 유효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은 사실상 국회의장쪽으로 교통정리가 끝났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일각에서는 박희태 대표-홍준표 원내대표안의 연장선상에 김형오 국회의장 카드가 있었던 만큼 '박희태안' 대세가 꺾이면 김 의원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의원은 박 의원처럼 관리형 인사로 차기 당권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