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일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21일 일본 기업인들을 만나 일본 기업의 적극적인 한국 진출을 당부하고 산업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미국 순방에 이은 '세일즈 외교'를 계속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도쿄 데이고쿠 호텔에서 열린 일본 경제인단체연합회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일본기업전용공단 조성, 공장용지 공급 등을 약속하며 일본기업의 투자를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자신이 '대한민국 최초의 CEO출신 대통령'이란 점을 부각하며 한일 산업분야 협력 확대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새 정부 '비즈니스 프렌들리' 노선을 강조하면서 "새 정부는 일본기업 전용공단을 만들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곳에 공장용지도 값싸게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일 양국의 경제 협력을 기반으로 인적교류, 문화교류를 더욱 확대해야 하며, 이렇게 될 때 한일FTA의 토대가 갖춰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또 "여기 아주 무서운 노총위원장이 와있다"며 배석한 장석춘 한국노총위원장을 직접 소개하면서 한국 노동계의 변화된 의지를 전했다. 그는 "취임한 지 두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파업하지 않겠다는 노동단체가 줄을 잇고 있고 올해 1/4분기 외국인 직접 투자는 지난 해에 비해 70%나 급증했다"고 말했다.

    한일간 무역수지 적자구조 개선을 언급하며 이 대통령은 "오랜 기간 한일 양국은 부품소재 산업 분야 협력을 논의해왔지만 실질적으로 개선되지 않았다"면서 "이를 위해 한국기업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해야하며, 여기에 일본기업이 함께 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의 앞선 부품소재 기업이 한국에 진출하거나 R&D, 전략적 제휴 등 공동협력을 확대해 나가야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외국인 투자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일본 부품 소재 기업 아사히글라스를 방문했던 사실을 소개하며 친근감을 나타냈다. 그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7%에 이르렀고 오늘 이곳에서 증설 투자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러한 기업이 더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포스코와 신일본제철의 협력사례를 들면서 "한국의 글로벌 선도기업과 협력해 성공 모델을 많이 만들어가야 할 때"라며 "새로운 시대에 상생과 윈윈(win-win)입장에서 한 차원높은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한일기업 협력을 지원할 준비가 돼있으며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며 거듭 의지를 천명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CEO출신 대통령으로서 말보다 실천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경제인의 행동과 실천이다. 오늘 논의가 한일 양국 기업인의 협력과 분발을 촉구하고 구체적 성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본격 '세일즈'에 앞서 이 대통령은 미국 순방 중 뉴욕증권거래소에서의 일화를 소개하며 특유의 유머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그는 "증권거래소에 가서 오프닝 벨을 누르고 난 뒤 주가가 떨어질까봐 걱정을 했다. 그런데 치지마자 15포인트 올랐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이 대통령은 이어 "더 반가운 소식은 장이 끝날 때 250 지수가가 올라서 미국 기업인들로부터 경제가 어려우니 자주 와서 종을 쳐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과 일본 경단련 간담회가 열린 데이고쿠 호텔 앞 사거리에는 일본 극우세력으로 보이는 무리가 '독도가 일본땅'이라며 소동을 일으키는 일이 벌어졌다. 이 호텔은 이 대통령의 숙소이기도 하다. 이들은 '대일본애국당'이라고 쓰인 차량 3대를 동원해 스피커로 한국어와 일본어로 "다케시마(독도 竹島)는 일본땅이다. 즉시 한국은 다케시마에서 떠나라"는 구호를 외쳐댔다. 이들로 인해 주위 교통이 막혀 한국 취재진이 이동을 못한 채 한때 도로 위에서 대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