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최측근인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은 26일 "40여 년간 걸었던 투쟁의 역사는 끝났다"며 "앞으로 나 때문에 당내 또는 정부에서 갈등, 분열이 일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경선과 그 이후 '친이(親이명박)vs친박(親박근혜)' 갈등의 중심에 서 있던 이 의원이 최고위원직 사퇴에 이어 '2선 후퇴'를 공식화한 것이다. 

    이 의원은 이날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 당선을 위해 전방위적인 활동을 벌였던 당내 모임 '국가발전전략연구회'(이하 국발연)의 해체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서울 여의도 국발연 사무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1964년 한일회담 반대 학생운동으로 출발해서 금년 12월 19일까지 40여 년간 걸었던 투쟁의 역사는 끝났다"며 "43년간 내 마음 속에 좋은 나라를 만들고 좋은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는 투쟁이 진행돼 왔다. 이제 이 당선자가 당선됐기에 개인의 투쟁 역사는 끝났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어떤 투쟁의 전선에 내가 앞장서서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좀 더 많이 상대방을 배려하고 좀 더 많이 반대자를 이해하고 끌어안겠다"며 "나를 지렛대로 갈등과 분열 야기하는 일은 있을 수 있겠지만 나 스스로 갈등과 분열의 계기를 제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 스스로 매우 독선적이고 오만하게 살아왔던 것도 사실이다. 삶의 철학이 '싸워서 얻는 것만이 내 것이다, 역사는 싸워서 바꾸는 것이다'고 생각하고 살아왔기에 그런 것이 오만하게 비춰졌다"며 "이제 그런 역사를 끝낼 때가 왔다. 모든 사람을 섬기는, 없는 사람을 섬기는 리더십을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이 주도해 창립한 국발연에 대해 "회원 35명(의원) 중 26명이 지난 경선 때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다. 사실상 이 후보를 당내 경선에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만들어내는 데 국발연 회원들이 거의 총동원돼 왔다고 고백한다"며 "그래서 대내외적으로 국발연이 이 당선자를 지지하는 조직처럼 비춰진 것도 사실이다. 나 역시 이명박 캠프의 책임을 맡고 있는 사람이기에 국발연이 이 당선자와의 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의 대선후보였던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 시점에서 국발연이 또 하나의 당내 계파로 인식되면 당내 화합에 걸림돌이 된다. 국발연을 이유로 해서 당내 계파나 정파가 나뉘면 안된다"며 "이 당선자를 지지했던 모임이었다는 데서 우리(국발연) 스스로 이 당선자를 자유롭게 해주고 당내외 모든 기득권을 버려야할 때"라고 '국발연 해체'를 선언했다. 그는 거듭 "이명박 후보를 당선시켰다는 기득권도 과감하게 버릴 때라고 판단했다"며 '이명박 정부 탄생'에 많은 역할을 했음을 강조한 뒤 "국발연 회원 35명 중 26명이 이 당선자를 지지했다. 그 자체로 보면 대선 이후 또 하나의 계파로 뭉치지 않겠느냐는 오해를 받는데 그것을 버리고자 한다"고 했다.

    그는 "향후 5년 동안 이명박 정부가 성공하고 한나라당이 국민에게 더 많은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당내 제 정파, 제 세력, 국회의원들이 이 당선자를 중심으로 하나로 단결하고 화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 또한, 기득권이 있지도 않지만 남들은 기득권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기득권이) 남아 있다면 버리겠다"고 덧붙였다.

    최고위원 사퇴 이후 '토의종군'해온 이 의원은 "대선을 전후해서 침묵으로 일관해 왔는데 더 침묵하면 오해를 낳을 수 있기에 입장을 정리한 것"이라고 설명한 뒤 '조기 전당대회' 내년 총선 공천 등 당내 현안에는 "내가 나설 자리가 아니다"고 입을 다물었다.

    국발연은 현역의원들이 빠진 채 교수들을 중심으로 한 연구소 기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