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년 전 쯤 개봉한 배우 신하균이 출연한 영화 '예의없는 것들'이 인기를 끌었었다. '염치없는 심장, 개념없는 머리, 싹수없는 혀끝. 한방에 날려주마'라는 카피가 인상적이었던 영화다.

    대선을 이틀 앞둔 17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변 곳곳에서 새삼 '예의'를 이야기하며 혀를 차는 모습이 목격됐다. 바로 전날 밤 소위 'BBK 특검법'을 둘러싸고 격렬한 대립을 하며 아수라장이 된 국회에서 의원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찾은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를 향해 누군가 침을 뱉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특검법 통과와 저지를 위해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 소속 의원과 보좌진, 사무처 당직자 수백여명이 뒤엉켜 대치하던 중에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건이라 하더라도 주요 정당의 대선후보를 향했다는 점에서 지켜야할 선을 넘어도 한참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당시 이 후보는 신당측이 집요하게 주장하던 특검법 수용의사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가진 뒤 이를 소속의원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국회로 향하던 참이었다.

    한나라당 박태우 부대변인은 17일 "무너진 상식과 도덕수준을 넘어선 민주주의 기본도 갖추지 못한 정치 테러보다 더한 몰상식의 극치"라며 개탄했다. 박 부대변인은 또 인격의 파탄까지 거론될 수 있을 정도의 민주주의에 대한 인격의 폭거요, 민주주의의 자살행위"라고 맹비난했다.

    당시 가까이서 이를 지켜본 한나라당의 관계자는 언급조차 꺼리다 상황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한나라당과 신당측 사람들이 섞여 소란스럽던 중 그런 일이 생긴 것 같다. 국민으로부터 절대적 지지를 받는 유력후보를 보고 '사기꾼'이라고 외치는 신당측 사람들을 보니 무섭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그 사실이 크게 알려지지않았다. 알려졌다면 큰 다툼이 일어날 뻔도 했다"며 오히려 다행스럽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또 한나라당의 한 보좌관은 "일반인이라도 누군가 자신에게 침을 뱉았다면 멱살잡이까지 갈 정도의 모욕적인 행위가 아니냐"며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정권교체를 갈망하는 모든 국민에게 침을 뱉은 것과 같다"며 분개했다. 현장에서 이 후보는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일 대선후보 합동토론회 이후 이 후보 뒷전에서 행한 신당 박영선 의원의 도발도 논란이 됐었다. 당시 한나라당 강성만 부대변인은 "명색이 국회의원이란 박 의원이 국민의 절대 지지를 받는 대선후보에게 소리지른 처신은 정말 시정잡배도 하지 않을 천박하고 경망한 행동"이라고 비난했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정권연장이 아무리 절박하더라도, 혹은 내년 총선에 그토록 매달려야할 사정이라 하더라도 국가의 미래를 결정할 대선이 '예의'까지 논해야할 수준까지 내려와서야 되겠느냐"며 씁쓸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