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대표의 침묵에 대한 한나라당의 불만이 높다. 승자독식 운운하며 이명박 대선후보를 흔들때만 해도 '패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동정여론이 우세했지만, 최근 이회창씨의 탈당과 무소속 출마로 인해 당이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무책임한 행태에 대한 비판이 늘어나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9일 "침묵은 경선불복"이라며 박 전 대표를 비난했다. 그는 "이재오 최고위원이 사퇴까지 한 마당에도 이회창씨에 대한 한마디 비판도 없으며, 당의 대표선수인 이 후보에 전혀 협력않는 것은 문제가 아니냐"며 "더 이상의 침묵은 경선불복을 넘어 해당행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후보의 적극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주 예정된 대구경북 필승결의대회에 박 전 대표가 불참할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한 비난은 더욱 거세다. 이 후보측 관계자는 "당의 공식행사에 대표까지 지냈고, 경선에 참여한 후 승복약속까지 한 분으로 보기 힘들 정도"라며 "아무런 명분이 없는 불참은 당이 분열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냐"고 비난했다.

    이 후보는 이 최고위원의 사퇴선언 후 박 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정권교체에 협력해 달라'며 되도록이면 빨리 만남을 갖자는 제안도 했지만, 박 전 대표는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박 전 대표의 '이중플레이'를 지적했다. '원칙'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며 자신은 뒤로 빠진 채 측근들을 활용해 얻을 것만 얻는 행태를 비난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 최고위원 사퇴요구가 자기 뜻이 아니라니…. 경선 때도 박 전 대표는 6월개최를 주장했다고 하지만, 뒤로는 조금이라도 늦게 하려고 발버둥치지 않았느냐. 그 때도 이 후보가 양보했지만 박 전 대표는 고마와하지 않았다. 항상 그런 식이다"라며 혀를 찼다.

    이 후보가 화합차원에서 박 전 대표에 일임, 김무성 최고위원을 지명한 것에 대해서도 박 전 대표는 "당연한 일"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 때문에 당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의 '끝없는 욕심'에 빗대 '화수분'이라는 비아냥도 나오는 실정이다.

    당내에서는 더이상 박 전 대표의 몽니에 당이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시각이 퍼지고 있다. 경선 후 박 전 대표측의 요구에 이 후보와 강재섭 대표가 최대한의 배려를 했음에도 '박 전 대표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지적이다.

    한 당직자는 "우리 후보가 박 전 대표에 더 이상 뭘 줘야합니까"라고 되물으며 답답함을 표했다. 박 전 대표측은 이 후보측이 경선 후 패자를 배려치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공석인 최고위원 2석은 박 전 대표측인 김학원 김무성 의원이 차지했으며 이 후보측 좌장격인 이재오 최고위원까지 물러나게 한 상태다. 또 선대위 구성에도 부위원장에 이강두 이상배 김무성 김학원 이규택 의원 등이 참여했으며 최경환 김재원 의원등도 요직을 차지했다. 오히려 이 후보측 캠프에서 경선을 치른 의원들이 홀대 당한 경우가 더 많다는 푸념이 나올 정도다.

    이같은 상황속에서 강재섭 대표가 박 전 대표의 태도를 비판해 주목된다. 그는 9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이 후보로서는 진정성을 많이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며 "박 전 대표측도 자꾸 '믿지 못하겠다'고 하지 말고 지금부터는 행동으로 뭐든 해줬으며 좋겠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박 전 대표가 '깨끗이 승복한다'고 했고 어떤 방식으로, 언제 힘을 실어줄까를 생각 중이지 무슨 엉뚱한 생각을 하고 번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는 것은 좋지 않다"고 비판했다. 강 대표역시 박 전 대표의 '침묵'이 곧 '경선불복'이자 '해당행위'라는 지적이다.